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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맛이야!|외식업이란 게…

저가 식자재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저가 식자재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저가 식자재 ‘그 참을 수 없는 유혹’
‘주간동아’ 588호(2007년 6월5일자) 커버스토리에 중국산 캔 쇠고기로 만든 쇠갈비탕 갈비찜 꼬리곰탕 기사가 실렸다. 그날 ‘맛칼럼’에 쇠갈비구이에 대해 썼는데, ‘그놈의 쇠갈비 마음 놓고 뜯어야 할 텐데’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 절묘함에 키득대다, 혹여 내가 소개한 식당들이 중국산 캔 쇠고기를 쓴 것은 아닌지라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중국산 캔 쇠고기를 쓴 식당 주인도 나쁘지만, 그런 사실도 모른 채 맛 칼럼을 썼다면 더 나쁘지 않겠는가.

외식업계는 그 안에서 활동하는 사람과 바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접하는 정보가 엄청나게 다르다. 외식사업자용 식재료시장이 일반 소비자용 식품시장과 분리돼 있어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밀의 ‘외식사업자용 식재료시장’을 자세히 알게 되면 사실 웬만한 식당에서는 음식 먹기가 꺼려진다.

외식사업자용 식재료값은 천차만별이다. 고추장 된장 같은 양념류는 5배 이상 가격차가 난다. 두부 어묵 같은 가공 식재료도 마찬가지. 이런 가격 차이는 중간상이냐 직거래냐는 유통과정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식재료 공급업체의 제품별 가격표에 이런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식당 주인은 같은 식재료 공급업체에서 최고가와 최저가 식재료를 선택할 수 있다. 저가 식재료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는 잘 모르지만, 가격차가 곧 질의 차이를 뜻한다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저질 재료에 홀딱 반하는 소비자 입맛도 유죄(?)

외식업계에 있다 보면 온갖 첩보를 접하게 된다. 어떤 식재료는 어떤 식으로 만드니 어떻다는 말들이 대표적이다. 저가 메뉴가 유행하면 반드시 이런 소문이 뒤따른다. 그리고 중국산 캔 쇠고기로 만든 음식처럼 대부분 사실이다.



한때 한 외식업체의 컨설팅을 위해 식재료시장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때 함께 일한 팀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메뉴와 가격은 정해져 있는데 내가 최고급 식재료를 요구하니 단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양을 줄였다간 야박한 식당이라 손가락질 당할 게 뻔하고.

식당은 보통 ‘3·3·3법칙’을 따른다. 식재료값 3, 인건비와 가게세 3, 이익 3이다. 가게가 정해지면 인건비와 가게세는 거의 고정이다. 따라서 식재료값에 따라 이익에 변화가 생기게 된다. 식재료값이 4면 이익은 2가 되고, 식재료값이 2면 이익은 4가 되는 식이다. 식당을 하면서 저가 식재료를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원가 부담 없는 최상의 식재료 확보! 노련한 식당 주인들에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로 ‘레스토랑 張’은 내가 귀감으로 삼는 가게다. 그곳 지영랑 사장은 늘 “안 남는 장사 한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엔 최상의 식재료에 적정한 가격을 무기로 20년간 대학로의 ‘명품 레스토랑’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법은 단 하나, 사장이 직접 시장을 보는 것이다. 사실 가만히 앉아 식재료를 공급받으면 편하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질과 가격대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파는 것이 가장 좋다.

창업 초기 소규모 식당 주인들에게서 가끔 ‘張’의 지 사장 같은 의욕을 보기도 한다. 돈을 벌겠다는 욕심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겠다는 의욕이 더 강한 것이다. 그러나 세월이 지날수록 의욕은 차츰 사그라진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이유는 그렇게 해봤자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공조미료를 넣지 않고 손수 모든 음식을 만드는 조그만 식당이 손님에게 외면받는다든지, 그 비싼 봉평 메밀로 국수를 만들던 집이 어느 날 사라진다든지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외식업계의 현실이다.

이에 비해 밀가루 풋내가 풀풀 나는 칼국수, 조미료 범벅인 생고기, 물비린내 나는 생선회, 씁쓸한 맛의 중국산 미꾸라지로 만든 추어탕 따위를 내는 식당에 손님이 줄을 서고 있으니, 이 혼란의 외식세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국산 캔 쇠고기로 만든 조미료 범벅의 음식도 맛있다고 먹은 소비자들의 왜곡된 입맛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왕’시비를 걸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다.



주간동아 2007.06.19 590호 (p87~87)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foodi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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