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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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패 귀신아 물러가라” KIA의 소금 뿌리기

  • 김성원 중앙일보 JES 기자 rough1975@jesnews.co.kr

    입력2007-06-13 17: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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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3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부산 경기를 앞둔 KIA 타이거즈 더그아웃에는 왕소금이 뿌려져 있었다. 롯데전 4연패를 당하고 있던 KIA의 응급조치. 악귀가 있다면 소금으로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금 뿌리기는 프로야구에서 꽤 오래된 의식이다. 부상자가 줄을 잇거나 연패에 빠지면 트레이닝 및 전력분석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가동하지만, 여기에서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소금에 기댄다.

    수년 전만 해도 소금 때문에 서로 감정을 곤두세우는 일이 잦았다. 당시엔 상대 더그아웃도 소금바다로 만드는 것이 관례였다. 몰래 뿌려도 상대가 알아차리기는 시간문제. 졸지에 악귀 취급을 당한 상대 팀의 항의가 쏟아진다. 그러나 벼랑 끝에 몰린 팀 처지에서 그깟 원망쯤이 대수인가.

    두산 베어스는 2005년 7연패에 빠졌을 때 더그아웃에서 소금 잔치를 벌였다. 외국인 선수 개리 레스도 이 잔치에 합세했다.

    KIA는 2004년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앞서 상대 더그아웃에 몰래 소금을 뿌렸지만 역전패해 플레이오프 진출 티켓을 두산에 넘겨줬다.



    KIA는 한참 부진했던 2005년 4월에도 두산 더그아웃에 소금을 잔뜩 뿌렸다. 그런데 훈련 중 KIA 투수 김희걸이 타구에 맞고 병원으로 실려갔다. 역풍을 맞았다고나 할까. 그 뒤부터 KIA는 아무리 급해도 상대 더그아웃에는 소금을 뿌리지 않는다.

    소금 뿌린 날의 승률을 데이터로 뽑을 수는 없다.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별로 효험이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2년 만에 소금 의식을 재현한 KIA도 이날 1회에만 10점을 내주는 등 1대 12로 대패, 롯데전 연패를 5경기로 늘렸다.

    그렇다고 소금 의식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1승’ ‘1패’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하루하루 승부 속에서 사는 사내들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강하지 못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소금은 눈물이다.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가 오죽하면 이러겠는가”라고 하소연한다.

    남들이 들으면 코웃음치리라는 것을 그들도 잘 안다. 그럼에도 몰래 소금을 뿌리는 심정은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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