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90

2007.06.19

‘달러 홍수’ 韓·中·日의 손익계산서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6-13 13: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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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가 4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세계 각국 언론은 잇따라 과열 우려 기사를 내놓았다. 급기야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까지 걱정하고 나섰다.

    이에 중국 정부는 시중은행의 지불준비율과 금리를 연이어 올리는 동시에, 위안화의 하루 변동 폭을 확대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급격한 경기위축을 피해가려는 중국 정부의 진의가 행간에 다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도 지난해부터 오랜 불황을 털어내고 활기를 되찾고 있다. 그러나 세계 모든 국가의 증시가 들끓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 증시는 아주 조용하다. 5월 말 기준으로 올해 들어 상하이종합지수가 56%, 독일의 DAX지수가 17%, 미국의 다우존스지수가 9%, 한국의 코스피지수가 15% 상승한 데 비해 일본 니케이지수의 상승세는 3%에도 못 미친다. 일본 은행이 0.5%에 머물고 있는 목표 콜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中, 중앙은행이 달러 사들이지만 日은 헤지펀드 통해 다시 해외로

    중국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도 최근 몇 년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엄청난 양의 달러화가 수출대금으로 이들 나라에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위안화와 엔화의 가치가 낮다는 공통점도 있다. 그런데 유입된 달러화가 처리되는 경로는 양국이 다르다. 그래서 결과도 위에서처럼 각기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먼저 중국은 위안화의 가치가 절상되지 않도록 국내로 유입되는 달러화를 중앙은행이 열심히 사들이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의 고민은 다른 데 있다. 중앙은행이 달러화를 사들이는 만큼 위안화가 시중에 풀려나가면서 통화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시중에 돈이 넘치는 덕에 중국 경제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 우려가 가시화될 경우 경제규모 세계 4위의 중국이 이웃 나라에 어떤 충격을 주게 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잘 발달한 금융시장을 가지고 있어 유입되는 달러화를 중앙은행이 다 사들이지는 않는다. 대신 해외의 헤지펀드들이 이 돈을 빌려 다시 일본 밖으로 나간다. 이것이 바로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수익이 높은 나라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다. 달러화가 이런 방식으로 들어왔다 다시 나가니 엔화 가치가 올라갈 이유가 없고, 이로 인해 일본의 수출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경제규모 세계 2위의 일본이 토해내는 엔화자금이 언제까지 세계 증시를 달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 금리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날이면, 즉 일본 경제가 계속 성장하는 동시에 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하면 초저금리도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일본 금리의 상승과 함께 일본으로 역류하게 될 엔화자금의 대이동이 일본에, 또 세계경제에 어느 정도 쇼크를 주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처럼 세계경제는 중국과 일본이 달러 벼락을 맞으면서 새로 터놓은 물길을 따라 빠른 속도로 흘러가고 있다. 많지도 않은 상품수지 흑자로 원화가치를 다락같이 올려놓은 한국 경제의 점잖은(?)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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