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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에 1대 뚝딱 … 유럽 명품 車로 신나는 질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 준중형 씨드 양산, 까다로운 EU 소비자 입맛 대대적 공략

  • 슬로바키아 질리나=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1분에 1대 뚝딱 … 유럽 명품 車로 신나는 질주

1분에 1대 뚝딱 … 유럽 명품 車로 신나는 질주

기아자동차의 유럽형 모델 씨드 해치백.

총공사비 10억 유로, 50만평의 터에 연건평 6만6000평 규모의 초현대식 건물, 연 생산량 30만대, 주종은 유럽형 준중형차 씨드(cee’d).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가 자동차의 본고장 유럽을 공략하기 위해 건립한 슬로바키아 공장의 명세표다. 기아차는 4월24일 준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유럽시대’를 열었다.

유럽 명품 자동차들의 틈바구니에서 기아차는 얼마나 약진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품은 채 5월28일 슬로바키아의 소도시 질리나로 향했다. 공장 정문에 들어서자 4000그루의 장미가 심어진 장미로가 기자를 반겼다. 딱딱한 공장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아스팔트 대신 자갈 벽돌을 바닥에 깐 벨지움로도 이색적이었다. 현대식 자동차 조립공장 건물 4동이 문화행사를 즐길 수 있는 하모니광장을 에워싸고 있었다.

김종환 사업이사의 안내를 받아 차체공장 내부로 들어갔다. 우선 놀란 것은 여느 자동차 공장과 달리 소음도가 높지 않아 평소 톤으로 대화가 가능했다는 점. 환기시설과 천장의 일부를 유리로 막아 자연채광을 활용했고, 음료자판기 전자레인지 냉장고 등이 갖춰진 노동자들의 쉼터는 산뜻한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작업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한 흔적이 역력했다.

2400여 명 근로자 2교대 근무

이곳에서는 2400여 명의 근로자(한국인 66명)들이 아침 7시부터 2교대로 근무한다. 자동화 비율이 높아 무빙라인에 로봇 320대가 투입돼 있으며 시간당 60대, 1분당 1대꼴로 차가 만들어진다. 프레스 공장으로 반입된 철판코일이 차체공장에서부터 도장, 엔진, 의장 공장을 거쳐 산뜻한 자동차로 완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4시간. 완성차는 공장과 연결된 주행시험장(3284m)에서 일일이 테스트를 거친 뒤 출고된다.



작업반장 밀란 시게르 씨는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팀워크를 이루며 일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공장은 슬로바키아 건축잡지 ‘아치(Arch)’ 4월호에 건물 사진이 표지로 실렸을 만큼 건축학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김 이사는 “건설의 기본 개념은 투명성과 조화다. 중역 사무실 문도 투명유리로 만들어 안을 볼 수 있게 했으며,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전 생산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폭스바겐 등 유럽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들도 우리 공장을 견학하고 간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 2006년 12월부터 유럽형 자동차 씨드가 생산되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씨드 10만5000대, 소형 SUV 4만5000대 등 15만대를 생산·판매할 계획이다. 2006년 30만5000대를 유럽에 수출한 기아차는 씨드 생산을 계기로 올 39만8000대, 슬로바키아 공장이 연 30만대를 생산하게 될 2010년에는 60만대를 유럽에 판매할 수 있으리라 내다본다.

씨드는 ‘유럽 소비자(Community of Europe)를 위해 만들어진 유러피안 디자인(European Design), 유러피안 드림(European Dream)’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만큼 유럽인의 취향에 맞춘 자동차다.

씨드는 유럽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C-세그먼트(1500~2000cc 준중형급)에 속한다. 유럽의 준중형차 시장은 2006년 자동차 판매의 31.7%를 차지할 만큼 인기 있는 시장이며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7, 오펠 아스트라, 포드 포커스, 르노 매간 등 대표 차종들이 버티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모두 뛰어든 유럽 준중형 자동차 시장에서 승부를 걸지 않으면 유럽 공략 자체가 무의미하다. 60만대 규모의 슬로바키아와 체코 현대공장,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기술연구소, 유럽 각지의 판매 및 서비스법인 등을 총동원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전형적인 세단형이 많이 판매되는 한국이나 미국 시장과 달리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선 짐을 싣거나 여러 명이 타기에 편리한 해치백 스타일이 인기다. 씨드도 이 스타일을 따랐다. 1.6, 2.0 디젤엔진이 주력 모델로 언덕이 많은 유럽 도로에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저속에선 가볍고 고속에선 안정감이 느껴지는 파워 스티어링(MDPS)도 씨드의 장점이다. 실제 브라티슬라바-질리나 고속도로에서 시승한 결과, 시속 180km에서도 핸들의 안정감이 뛰어났다. 운전석 모듈에도 직물무늬의 엠보싱을 한 탄력재를 적용해 고급스런 느낌이 들었다. 시트 워머, mp3, iPod 등 고급 사양도 갖췄다.

1분에 1대 뚝딱 … 유럽 명품 車로 신나는 질주

씨드 1호차가 생산돼 나오는 장면(왼쪽)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전경.

8월부터 5도어 왜건형 출시 판매 가속도

이 때문에 씨드는 4월 초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의 C-세그먼트 9개 차종 비교평가에서 폭스바겐 골프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유력 자동차 전문지 ‘로토모빌’의 신차 시승평가에서도 동급 1위를 차지하는 등 품질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인의 취향을 고려한 상품성, 적극적인 마케팅, 순조로운 생산에 힘입어 씨드의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1월 7509대, 2월 8331대에 그쳤다가 3월부터 판매량이 급증해 1만2539대, 4월 1만1501대, 5월 1만1773대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 5월까지의 판매량(5만1653대)에 비춰보면 올해 목표(10만5000대)와 흑자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8월부터는 5도어 왜건형, 11월부터는 3도어가 생산될 계획이어서 판매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도어는 지난해 파리 모터쇼에서 깜찍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배인규 법인장(부사장급)은 “유럽연합 국가인 슬로바키아에 공장이 있기 때문에 관세(10%) 장벽이 없고, 인건비가 한국의 18% 수준인 데다 물류비용도 줄일 수 있어 경쟁력이 높다. 씨드가 기아차의 명품으로 한국 자동차산업 도약에 새로운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슬로바키아 사로잡은 한국인의 열정

한여름에도 양복 … 3년 만에 공장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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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직원들에게는 놀라운 열정이 있습니다.”배인규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법인장(사진)은 66명의 한국인 직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4년 3월 기공식 직후부터 건물이 완공될 때까지 직원들은 컨테이너 숙소에서 한낮 더위가 45℃까지 오르는 혹서와 영하 30℃까지 떨어지는 혹한을 견뎌냈다.

공장이 들어선 질리나는 인구 8만의 소도시지만, 중세에 창건된 고도(古都)여서 시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만큼 한국인 근로자와 현지인 사이의 문화적 차이도 컸다. 이에 박평석 홍보담당 과장 등 외국어대 체코어과 출신 10여 명이 징검다리 구실을 하면서 조화로운 기업문화를 일구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책상 앞에 행동강령을 붙여놓고 한여름에도 양복을 입는 등 스스로 모범을 보이려 애썼습니다.”(권순필 이사)

2004년 10월까지 토지매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을 당시, 배 법인장이 직접 코시체로 가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왜 기아차가 질리나에 왔는지, 한국의 경제부흥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역설한 편지를 전달,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배 법인장은 “질리나는 겨울이 길기 때문에 그때 허가가 나지 않았다면 이듬해 봄까지 공사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직원들의 이 같은 노력으로 3년 만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었고, 공사비도 애초 계획보다 1억 유로를 줄일 수 있었다고.

기아차 공장이 올해 15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면 슬로바키아 총생산의 4.6%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질리나는 기아차 공장이 들어선 이후 2400명의 공장 근로자뿐 아니라 부품업체 등 관련 분야에서 추가로 6000명의 고용효과를 창출했다. 또 지난해 여름부터 질리나 공항이 운항을 재개했고, 고급호텔과 한국인 식당도 들어서고 있으며, 2년 반 사이 땅값도 2.5배나 뛰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 축사에서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지역 주민과 함께 지역사회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기아차 프랑스 판매법인

“괜찮다” 입소문 … 유럽 공략 꿈이 영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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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시장 공략의 선봉에 선 송호성 프랑스 판매법인장(앞줄 가운데)과 프랑스 딜러들.

프랑스만큼 자국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나라도 드물다. 씨드가 속해 있는 C-세그먼트에는 푸조 307, 르노 매간, 시트룅 C4 등이 판매 1·2·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비율이 55%(21만대)에 이른다. 씨드가 동유럽에서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독일 영국 스페인에 이어 유럽 4대 자동차 시장인 프랑스에서 과연 선전할 수 있을까.

기아차 프랑스 판매법인에는 한국인 6명과 프랑스인 직원 70명이 일하고 있으며, 판매망으로 138개 딜러(한국의 대리점과 비슷함)를 두고 있다. 2004년에 생긴 프랑스 판매법인은 설립 이전 4000대 판매 규모에서 3년 만인 올해 2만2000대 판매를 목표로 삼을 만큼 급속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씨드 출시가 좋은 계기가 됐다. 5월 이후 기아차의 9개 차종 가운데 씨드가 판매량 1위로 올라선 것. 또 1월 211대, 2월 135대, 3월 303대, 4월 346대, 5월 383대로 판매량이 꾸준히 늘고 있어 연간 5700대 판매목표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동차를 고르기 위해 6개월 전부터 요모조모를 따진다. 관심 브랜드가 있다 해도 바로 사지 않고 시승을 거치며, 먼저 탄 사람들의 입소문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신차에 대한 반응이 더딘 편이다. 송호성 판매법인장은 “프랑스는 말이 많고 평가에 냉정한 ‘성숙시장’이다. 게다가 다른 차를 타던 사람들을 빼앗아와야 하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그럼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씨드가 기아차의 판매에 견인차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는 현지 딜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AMDS92’ 딜러 마크 사파티 사장은 3개의 자동차 딜러를 갖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세일즈를 배우다 기아차의 가능성을 보고 현재는 기아차를 판매 중이다. 그는 “기아차가 프랑스 시장에서 아직 인지도는 낮지만 좋은 품질을 갖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특히 씨드의 ‘7년 서비스보장’ 조건은 구매자들을 많이 끌어들이고 있다. 품질, 서비스, 사양 세 가지 면에서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판매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파티 사장은 프랑스에 씨드가 출시된 2월에 3대를 팔았지만 5월에는 7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UEFA컵 유로2008 공식 후원자가 됐으며, 프랑스 명문 축구팀인 보르도를 후원하고 있다. 도요타와 혼다가 15년 전부터 유럽에 현지 공장을 두고 유럽 시장을 공략했던 것처럼, 기아차도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을 계기로 유럽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주간동아 2007.06.19 590호 (p34~36)

슬로바키아 질리나=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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