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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전단계부터 합병증 시작된다

조기진단·생활습관 개선하면 당뇨병 진행 25~60% 예방

  • 박성우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당뇨병 전단계부터 합병증 시작된다

당뇨병 전단계부터 합병증 시작된다
독일의 이집트 학자 게오르크 에버스가 1872년 고대 이집트 수도인 테베의 룩소르 지역에서 발견한 에버스 파피루스(Ebers Papyrus)에는 ‘극도의 다뇨’ 환자를 간호한 기록이 남아 있다. 기록에 따르면 당뇨병은 ‘뼈와 살이 녹아서 소변으로 나오는 듯한 질병’이었다.

이렇듯 긴 역사를 가진 병이지만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이 개발된 것은 불과 80여 년 전인 1921년이었다. 지금이야 획기적인 치료제가 많지만, 당시만 해도 인슐린 1kg을 만드는 데 돼지 만 마리의 췌장이 필요했다. 당연히 가격은 엄청나게 비쌌고 인슐린을 쓸 수 있는 환자는 극히 제한됐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의 당뇨병 치료 여건은 한마디로 ‘기적’이라 할 수 있다.

2000년 미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심장병, 감염증, 악성종양 같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당뇨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식생활 과 신체 활동의 변화 등에 따라 당뇨 유병률이 급속히 증가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만성합병증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예방이나 치료과정 예상외 간단

당뇨병으로 인한 변화가 체내에서 생긴 뒤 당뇨병으로 진단되는 시점까지는 평균 7~12년이 걸린다. 그러나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은 이미 당뇨병 전 단계(이하 전당뇨병)부터 시작된다. 당뇨병과 그 합병증으로 인해 평생 짊어져야 하는 고통과 경제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전당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는 자명하다. 전당뇨병 단계에서는 특별한 약물치료 없이도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다.



전당뇨병은 정상과 당뇨병의 진단 기준 사이를 일컫는 분류다. 공복혈당과 75g의 포도당 섭취 후 2시간 동안 혈당을 측정했을 때 혈당이 정상과 당뇨병 진단 기준 사이에 있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관찰 결과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보통 전당뇨병의 50~80%가 10여 년 후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2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혈당이 상승한 경우(내당능장애)에는 매년 10% 정도가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2007년 4월 당뇨병 예방에 대해 국제당뇨병연맹(International Diabetes Federation)은 전 세계 정부들에 ‘국가당뇨병예방 계획과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을 발견하기 위한 적절한 검사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심혈관 질환의 발생과도 밀접하며 당뇨병만큼이나 중요한 전당뇨병에 대해 의료계와 학계는 물론 국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전당뇨병이 이처럼 주목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중요성 때문이다. 첫째, 서구 선진국들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엄격한 생활습관이나 적절한 약물요법을 통해 전당뇨병에서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25~60%는 예방할 수 있다.

둘째, 당뇨병의 전단계라 해도 이미 당뇨병일 때와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당뇨병의 경우 심근경색, 중풍 같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정상인보다 2~4배 높고, 당뇨병 환자의 직접적인 사망원인의 75%가 심혈관 질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당뇨병의 경우에도 심혈관 질환의 위험도가 정상인보다 1.5배 이상 높다.

셋째, 전당뇨병은 특이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우연히 또는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곤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당뇨병은 30, 40대 즉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시기에 많이 생긴다. 한 집안의 가장이자 사회의 주요 일꾼이면서도 실제로는 바쁜 업무, 정신적 스트레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등으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당뇨병 전단계부터 합병증 시작된다

당뇨 환자는 음식을 섭취할 때 권장 열량을 초과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위). 혈당을 측정하고 있는 당뇨병 환자.

전당뇨병은 당뇨 유병률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예측되는데, 10~20년 후 급속히 증가할 당뇨 유병률을 감안한다면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대책이 무엇일지 분명해진다.

전당뇨병 50~80% 10년 후 병으로

전당뇨병 상태에서의 당뇨병 예방이나 치료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비만 정도나 가족력 등이 당뇨병 발생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론 개개인의 위험요소를 파악하고, 철저히 개별화된(customized) 치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전당뇨병 대상자에게는 쉽게 바꿀 수 있는 생활습관을 지적, 강조해준다. 이러한 치료법은 현재 강북삼성병원 당뇨전문센터에서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시행 중인 전당뇨병예방아카데미의 기본 취지이기도 하다.

교육 참여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은 편이다. 하루 종일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참여자들은 교육, 실습, 다양한 치료 과정을 통해 건강에 대한 신념과 자신감을 얻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당뇨병이 가장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급격한 산업화는 물질적 풍요와 혜택을 가져왔지만 당뇨병, 대사증후군, 복부비만처럼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겨놓았다.

현재의 위기뿐 아니라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대책은 국가, 의료계, 유관기관이 서로 협조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전당뇨병 교육체계와 조기검진 등 예방 프로토콜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당뇨병학회에서 주관하는 당뇨병 예방 캠페인의 표어 ‘작은 발걸음, 큰 보답(small step, big rewards)’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주간동아 2007.06.12 589호 (p68~69)

박성우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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