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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한국 원전 30년

고리 1호기 go? stop?

사용후핵연료 꺼내기 위해 6월부터 운전 정지 … 인근 주민들 반대 목소리 높아

고리 1호기 go? stop?

고리 1호기 go? stop?

올해 ‘설계 종료’일을 맞아 계속운전 여부를 결정하게 된 고리원전 1호기.

한국 최초의 상업원전 고리 1호기가 핵연료를 장전해 처음으로 핵반응을 일으킨 때는 1977년 6월19일이다. 이는 원자로가 제대로 돌아가는지를 살피는 시험가동이어서, 당시 생산된 전기는 판매되지 않았다. 10개월 뒤인 78년 4월29일부터는 생산한 전기를 판매하는 상업운전이 시작됐다.

원자로의 법적 수명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 원자력계는 법적 수명 대신 ‘허가기간’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한국과 일본은 ‘설계수명’이라는 용어를 쓴다. 미국은 검사에 통과한 새 원전에 대한 허가기간을 40년으로 정해놨다. 그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검사에 통과한 새 원전의 설계수명을 30년으로 정했다. 원전의 법적 수명을 미국은 40년, 한국과 일본은 30년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한수원, 기술 면에서는 계속운전 허가 자신

스리마일섬 2호기 사고가 일어난 1979년 무렵 미국은 전기가 풍부했다. 따라서 이 사고를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어도 상당 기간 전기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늘어나는 전기 수요량을 따라갈 수 없게 되자 원전 건설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원전 건설을 금지하는 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때 1960년대에 지은 원전들이 차례로 허가기간 종료를 맞게 됐다. 가뜩이나 전기가 부족한데 용량이 큰 원전이 멈춰서면 전기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지므로 미국은 황급히 허가기간을 20년 연장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원자로는 60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가 없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미국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원전 시설은 운영 도중 대부분 교체된다. 발전기와 터빈, 증기발생기 같은 대형 구조물은 물론, 관(管)이나 선 같은 거의 모든 시설이 부과된 내구연한이 되면 무조건 교체된다. 그러나 핵연료를 담고 있는 원자로만은 교체할 수 없다. 원래 교체할 수 없는 시설이다 보니 원자로는 더욱 강하게 만들어졌다. 60년 이상 사용해도 문제가 없게 만든 뒤 30년이나 40년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원자로는 계속해서 강한 방사선을 맞으므로 시간이 지나면 약해진다. 방사선을 쬔 원자로가 얼마나 약해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거의 모든 나라는 원자로와 똑같은 재료로 만든 막대를 핵연료 사이에 집어넣고 원자로를 돌린다. 그리고 십수 년 단위로 이 막대를 꺼내 피로도 등을 조사한다. 이 실험에서 원자로를 60년 이상 사용해도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에 미국은 허가기간을 20년 연장하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러나 모든 원전에 대해 계속운전을 허가한 것은 아니다. 용량이 작은 원전은 계속운전을 해도 벌어들이는 수익이 적으므로 폐로(廢爐)시키고, 용량이 큰 48기에 대해 계속운전을 허가했다. 미국이 이런 결정을 내리자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검사를 거쳐 원전 계속운전을 결정했다.

고리 1호기 go? stop?

1977년 고리원전 1호기 준공식이 있은 후 인근 마을 주민들이 연 원전가동 축하 콩쿠르.

“무리한 요구 계속하는 최악의 경우엔 폐쇄”

일본 원전은 미국 원전보다 법적 수명이 10년 짧으므로 일본은 즉각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처럼 선뜻 20년이나 30년을 허가하지 않고 10년만 허가했다. 10년이 지나면 검사해서 이상이 없을 경우 다시 10년을 연장한다는 조심스러운 방법을 채택한 것인데, 한국은 일본 시스템을 모방했다.

6월9일 한국의 고리 1호기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기 위한 정지에 들어간다. 그리고 연말까지 계속원전 여부를 허가받아 새 연료를 장전한 다음 내년 초 계속운전에 들어갈 계획이다. 고리 1호기를 관리해온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기술 면에서는 계속운전 허가를 자신하는 눈치다. 한수원 측근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문제가 방폐장의 경우처럼 정치사회적 이슈가 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

미국은 스리마일섬 2호기 용융사고를 당했고, 일본은 1999년 도카이무라(東海村)에 있는 일본핵연료변환회사의 우라늄 공장에서 핵반응 사고가 일어나 2명이 사망했지만, 큰 사회적 갈등 없이 원전 계속운전을 결정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자력 사고를 0~7까지 여덟 등급으로 분류해놓고 있다. 가장 위험한 7등급은 옛 소련의 체르노빌 4호기 사고다. 미국 스리마일섬 2호기 사고는 5등급, 일본의 핵반응 사고는 3등급에 해당한다. 2006년까지 한국 원전은 255번 사고를 일으켰는데, 이 중 246번이 경미한 고장인 0등급이고, 8번이 단순고장인 1등급, 한 번이 일반 고장인 2등급이었다.

1994년 10월20일 월성 1호기에서는 ‘중수’로 불리는 냉각재 6.5t이 유출됐는데, 이것이 한국 원전이 일으킨 가장 큰 사고(2등급)였다. 그러나 이 사고는 다른 안전장치들이 가동돼 중수 유출이 차단되고 유출된 중수를 전량 회수함으로써 깔끔히 마무리됐다.

그러나 고리 1호기 인근 주민들은 계속운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목소리는 “지역 지원을 강화해야 계속운전에 동의할 수 있다”는 ‘조건부 찬성론’과 “법적 수명이 다한 원자로를 왜 더 가동하려느냐”는 ‘무조건 반핵’으로 갈리는데, 세력이 큰 것은 조건부 찬성론 쪽이다. 따라서 계속운전을 계기로 한수원이 내놓을 수 있는 당근이 무엇인지가 고리 1호기 주변에서는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고리 1호기 go? stop?

고리원전 1호기 계속운전에 반대하는 플래카드.

고리 1호기 주변 지역에서는 ‘수천억원이 넘는 중립자 가속기를 지어달라’ ‘원자력병원 분원을 지어달라’ ‘지역 지원금을 늘려달라’는 등의 요구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고리 1호기를 10년 더 계속운전해 벌 수 있는 이익이 1000억원이 되지 않는다”면서 “배보다 큰 배꼽을 내밀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최악의 경우 고리 1호기 폐쇄를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 원자력을 세계 일류로 발전시킨 모태 고리 1호기는 계속운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 한 원자력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은 세계적인 원자력 강국이 됐기 때문에 한국 사회가 고리 1호기 계속운전에 합의하지 못하면 세계는 ‘한국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라며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경쟁국들은 ‘한국은 자국 원자로의 계속운전도 허가하지 못한 나라이니 원자력 수준이 형편없다’고 깎아내릴지도 모른다. 고리 1호기의 계속운전 여부는 수출을 꿈꾸는 한국 원자력계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 (표2) 2004~2006년 평균 원전이용률 국가별 순위
순위 국가 이용률(%) 가동기수
1위 핀란드 94.08 4
2위 한국 93.10 20
3위 슬로베니아 90.30 1
4위 루마니아 90.11 1
5위 스위스 90.03 5
6위 미국 89.83 103
7위 네덜란드 88.95 1
8위 대만 88.39 6
9위 스페인 88.18 9
10위 벨기에 88.14 7
- 프랑스 77.11 59
- 일본 69.43 55
- 자료 : 미국 ‘Nucleonics Week’ 2007년 2월 15일자




주간동아 2007.06.12 589호 (p4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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