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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한국 원전 30년

원자력 르네상스 … 기술 한국이 뛴다

20기 원전 운영, 세계 6위 원자력 발전 대국 원자로 제작 세계 최강, 해외진출 적극 모색

  •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원자력 르네상스 … 기술 한국이 뛴다

원자력 르네상스 … 기술 한국이 뛴다

울진 6호기용으로 제작된 OPR-1000 원자로. 핵연료를 장전한 OPR-1000 원자로 내부(큰 사진).

한국 원자력계가 뜻깊은 경사를 맞았다. 상업 원전 가동 30주년이 그것이다. 이 세월 동안 한국은 20기의 원자로를 갖춰 세계 6위의 원자력 발전 대국으로 떠올랐다. 기술 국산화도 상당히 진척돼, 국내 원자로 제조 메이커인 두산중공업은 100만kW급 OPR-1000 원자로에 이어 140만kW급 APR-1400 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3세대 원자로’ APR-1400 4기 제작

한국은 고리 월성 울진 영광에 4개 원자력본부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영광에서만 새로운 대지 확보에 실패했고, 나머지 3개 본부에서는 대지를 확보해 신규 원전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이다. 두산중공업은 현재 공사를 벌이고 있는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를 위해 OPR-1000 원자로 4기를 만들고 있으며, 정부 허가가 나오는 대로 공사를 시작할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를 위해 APR-1400 원자로 4기를 제작할 방침이다.

두산중공업이 만들려는 APR-1400은 프랑스 아레바의 1600-EPR(160만kW급)와 일본 미쓰비시의 APWR(150만kW급)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원자로로, 이것들은 ‘3세대 원자로’로 분류된다. 아레바는 2009년 완공 예정인 핀란드의 제5호 원전을 위해 첫 번째 1600-EPR를 제작 중이다. 한국은 2012년쯤 APR-1400을 설치하는 신고리 3, 4호기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제작하는 OPR-1000이나 APR-1400에 비하면, 북한이 독자 개발한 영변 원자로는 ‘새 발의 피’에 지나지 않는다. 영변 원자로의 출력은 5메가와트(MW)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킬로와트(kW)로 고치면 5000kW가 된다. OPR-1000 원자로의 200분의 1, APR-1400 원자로의 28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소형인 것이다.



영변 원자로의 5000kW는 열(熱)출력을 나타내지만, 한국의 원자로는 전기출력으로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열출력은 전기출력의 30% 정도로, 5000kW를 전기출력으로 바꾸면 1700kW 내외가 된다. 따라서 영변 원자로 능력은 한국이 생산하는 원자로 능력의 600분의 1 이하에 불과하므로 비교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러시아(옛 소련)는 두 번째로 원폭을 만들었고 영국은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지었다. 그러나 지금 세 나라의 원자로 제작 실력은 뒤처져 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미국의 원전 기술은 1979년 3월28일 펜실베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 2호기에서 일어난 용융(熔融) 사고로 결정적인 쇠락을 맞았다. 이 사고는 너무 과장돼 알려졌는데,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원자로와 원폭의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

원폭과 원자로는 핵반응을 일으켜 에너지를 얻는다. 원폭은 ‘찰나’인 100만분의 1초 이내에 핵반응을 일으켜 극대화된 순간 에너지를 얻는다. 반면 원자로는 18개월 내외라는 장시간 동안 핵반응을 일으켜 지속 에너지를 얻는다.

자본주의권 원전은 전부 콘크리트 건물 설치

핵반응은 빨라지려는 성질이 있어 지속 에너지를 얻으려면 반드시 그 속도를 ‘제어’해야 한다. 제어에 실패해 핵반응 속도가 빨라지면 온도가 올라가고, 그 온도를 견디지 못하면 원자로가 녹아내리는 사고가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용융’이다.

제어 실패는 인재(人災)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모든 원전은 원자로의 온도가 일정 ‘선’ 이상으로 올라가면 원자로를 자동으로 정지시키는 시스템을 설치한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자주 작동하면 원자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 전기 생산이 불안정해진다. 원전은 대용량이 많은데, 우연히 여러 기의 원전이 동시에 정지해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적어지면 해당국의 전기가 일시에 나가는 초대형 사고 ‘블랙아웃(Black Out)’이 일어난다. 이런 사고를 피하려면 원자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제어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원자로를 가동하다 보면 실험 등을 위해 일시적으로 자동정지 장치를 멈출 때가 있다. 이때 실수하면 원자로는 ‘제어 불능’의 과열 상태가 되어 용융사고를 일으키는데, 스리마일섬 2호기 사고가 바로 그런 경우다. 1986년 4월25일 옛 소련 우크라이나 공화국의 체르노빌 원전 4호기도 자동정지 장치를 멈춰놓고 실험하다 용융사고가 난 것이다.

그러나 두 원전 간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미국은 원자로 외부에 1m 내외 두께의 콘크리트 격납 건물을 씌워놨지만, 옛 소련은 그 시설을 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용융된 스리마일섬 2호기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은 콘크리트 격납 건물 안에 갇혀 한 사람의 사상자도 내지 않았다. 반면 용융된 체르노빌 4호기에서 나온 방사성물질은 대기 중으로 흩어져 59명을 숨지게 했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자본주의권 원전들은 전부 콘크리트 격납 건물을 설치하고 있다.

용융된 원자로를 식히는 데는 물이 최고다. 또 방사선은 5m 이상 깊이의 물에 잠기면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 자본주의권 원전은 용융 사고가 일어나면 자동으로 컨테이너 격납용기 안으로 물이 들어가는 데 반해, 사회주의권 원전엔 이 시설이 없다. 그러나 스리마일섬 2호기는 이 급수장치도 작동시키지 않은 상태로 실험한 탓에 용융사고를 당했다.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는 자본주의권이 사회주의권보다 훨씬 더 엄격하게 원전을 짓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도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은 더욱 엄격한 조치를 취했다. 미국 내 신규 원전 건설을 모두 중지시킨 것이다. 그로 인해 웨스팅하우스, 컴버스천 엔지니어링 등 세계 원자력 산업을 이끌던 미국 회사들이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들은 원자로 수출에 노력했으나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만큼 큰 시장을 확보하지 못해 일본 기업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러시아 원전은 체르노빌 4호기 사고로 취약성이 드러났으므로 사회주의권 국가에도 수출되지 못했다.

원전 이용률에서도 최고의 노하우 자랑

미국과 러시아가 급제동에 걸린 사이 계속해서 가속기를 밟은 나라가 프랑스 일본 한국이다. 가장 인상적인 나라는 프랑스. 세계 최초의 상업원자로를 건설했던 영국은 한때 프랑스를 포함한 전 유럽의 원전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미국 회사들이 경수로를 내놓자 급속히 쇠락했다.

프랑스는 애초 영국 기술을 도입해 원자력 기술을 쌓았으나 1968년 미국 웨스팅하우스사로 도입처를 변경했다. 그리고 국내에 59기의 원자로를 지으면서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해 핀란드 등 여러 나라에 원자로를 수출했다. 프랑스는 현재 자국 소비 전기량의 80% 정도를 원자력으로 생산한다. 이러다 보니 전기가 풍족해 독일 등 인접 국가에 수출까지 하고 있다. 원자로도 팔고 전기도 파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인 일본도 의지를 갖고 원자력을 발전시켰다. 일본은 처음부터 미국 기술을 도입해 원자력을 국산화했다. 주변국들은 이런 일본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1967년 12월 일본의 사토 총리는 이 같은 의혹을 불식하기 위해 “핵무기는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유명한 ‘비핵 3원칙’을 발표했다.

원자력 르네상스 … 기술 한국이 뛴다

APR-1400 원자로 그래픽.



일본 인구는 프랑스 인구의 딱 두 배다. 비핵 3원칙을 의식한 일본 원자력계는 거대한 국내시장을 바라보며 55기의 원자로를 지었다. 이 과정에서 중요 기술을 국산화했고 최근엔 웨스팅하우스 등 미국계 회사들을 합병하는 쾌거를 이뤘다. 경제성장이 빠른 아시아는 조만간 세계 최대 원전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본 정부가 용인한다면 일본 원자력계는 아시아 원전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

이런 일본과 프랑스를 바라보며 가슴을 치는 나라가 한국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핵심기술을 국산화하지 못했다. 미국의 사전 동의가 없으면 APR-1400 등을 수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모든 면이 다 우울한 것은 아니다. 원천기술 소유자인 미국 기업들은 30년 가까이 원자로를 제작하지 않다 보니 원자로 제작 능력을 상실했다. 이 능력은 한국 프랑스 일본이 갖고 있으며, 이 중 한국은 인건비가 낮아 제작비용이 가장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은 한국과 컨소시엄을 형성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독자 브랜드를 내걸지 못하는 주문생산 방식이긴 하지만, 한국도 원자로를 수출할 수 있는 길을 갖게 된 것이다.

스리마일섬과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세계는 태양력 풍력 조력 등 여러 가지 대체에너지 개발에 도전했다. 그러나 이 시설로 생산하는 전기 단가는 원자력보다 훨씬 비쌀 뿐 아니라 환경 변화도 가져온다. 이런 상황에서 교토의정서와 기후변화협약 등이 제정됨으로써 조만간 세계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제약을 받게 됐다.

원자력발전은 발전 단가가 싸고 용량이 크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방사성 폐기물을 내놓긴 하지만 이는 관리할 수 있는 쓰레기다. 그래서 미국은 물론, 녹색당이 연립정부에 참여한 뒤 원전 건설을 중단했던 독일도 원전 건설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원자로 제작만큼 중요한 것은 원전 운영이다. 원자로의 자동정지 장치는 매우 예민해서 작은 이상만 있어도 바로 작동한다. 원전 운영을 잘한다는 것은 제어를 잘해 자동정지 장치의 가동을 최소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원자로는 18개월 내외의 기간이 지나면 다 탄 핵연료를 꺼내고 새 핵연료를 장전하기 위해 정지한다. 이 ‘예정된 정지’ 시기를 제외하고 계속 가동하는 것을 가리켜 ‘이용률 100%’라 한다. 높은 이용률은 원전의 경쟁력을 가리는 또 다른 기준인데, 이 분야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4~2006년에 한국보다 원전을 잘 이용한 나라는 4기의 원전을 갖고 있는 핀란드뿐이다( 참조).

한국은 원전 이용률에서 세계 최선두권이고, 원자로 제작에서는 세계 3위권, 원자력 발전에서는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에 주목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만든 북한의 영변 원자로에만 관심을 기울인다. 핵무기를 만드는 데 전력하다 세계의 제재를 받게 된 것이 북한이고, 평화적 이용에 노력해 세계적인 반열에 올라선 것이 한국의 원자력이다.

▼ (표1) 세계 10대 원자력 발전대국
  국가명 발전량(억kWh) 가동기수 용량(만kw)
1 미국 8227 103 10500
2 프랑스 4502 59 660
3 일본 3032 55 5000
4 독일 1674 17 2100
5 러시아 1545 31 2300
6 한국 1487 20 1800
7 캐나다 984 21 1500
8 우크라이나 902 15 1400
9 스웨덴 677 10 900
10 스페인 601 9 800
- 자료 : 미국 ‘Nucleonics Week’ 2007년 2월15일자


뛰는 한국, 나는 일본

플루토늄 재처리 적합한 고속증식로 개발 도전장


원전 수출을 염두에 둘 경우 한국을 가장 심하게 압박할 수 있는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의 도시바는 최근 한국 원전의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컴버스천과 웨스팅하우스를 매입했다. 따라서 한국이 제3국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은 물론 일본의 양해도 얻어야 한다.

일본은 프랑스와 더불어 고속증식로 개발에 도전한 나라다. 일반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는 소량의 플루토늄이 담겨 있지만 고속증식로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는 다량의 플루토늄이 들어 있다. 고속증식로는 플루토늄을 얻은 재처리에 가장 적합한 원자로로 꼽히긴 해도 핵반응 속도가 너무 빨라 제어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프랑스는 두 기의 고속증식로를 지었으나 ‘제어 불능’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일본도 ‘몬주(文殊)’라는 이름의 고속증식로 한 기를 건설했지만, 이 역시 제어 불능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그런데 최근 제어 문제를 해결했다며 “내년부터 몬주 고속증식로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최선을 다해 달려가고 있지만 그 앞을 날고 있는 것이 일본이다. 일본과 프랑스의 독주를 막는 것이 한국 원자력계의 숙원이다.




주간동아 2007.06.12 589호 (p46~48)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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