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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전업투자자 25시

느린 몸짓으로도 ‘슈퍼개미’ 됐어요

100억원대 굴리는 재야 고수들 의외로 많아 시세 쫓기보단 가치투자·수익 규칙성 등 자신만의 노하우 가져야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느린 몸짓으로도 ‘슈퍼개미’ 됐어요

국내 한 유명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 출신인 S씨는 전업투자자들 사이에서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서울대 경제학과 85학번인 그는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두고 투자로만 돈을 벌어 지금은 1000억원 가까이 굴리는 ‘큰손’이 됐다고 한다. 그의 투자전략은 철저히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주변에선 그가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제도권으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는 여전히 ‘재야 고수’로 남아 있다. 회사를 떠난 이후 한 번도 대중 앞에 얼굴을 드러낸 적도 없다. 그를 잘 아는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투자로 돈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 옛날 친구도 수십 년 만에 전화를 걸어온다는 얘기가 있는 마당에 굳이 나설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저평가주 발굴 위해 엄청난 발품 팔기

S씨는 좀 특별한 경우에 속하지만 증시 주변에선 100억원대를 굴리는 전업투자자가 의외로 많다는 게 증시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전언.

“꽤 큰 투신운용사의 전 대표가 회사를 떠난 이후 2년 동안 한 증권사의 계좌를 통해 투자를 계속해왔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 정산해보니 그동안 매달 생활비로 1000만원씩 빼 썼음에도 150억원 안팎의 투자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그는 자신의 이런 실적을 밑천으로 주변 사람의 투자를 받아 궁극적으로는 헤지펀드를 설립, 한국의 조지 소로스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이런‘고수’급 전업투자자들 가운데 언론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돼 있다. ‘주간동아’가 발품을 팔아 다양한 투자 기법을 통해 고수가 된 사람들을 만나봤다.

느린 몸짓으로도 ‘슈퍼개미’ 됐어요

‘슈퍼개미’라는 얘기를 듣는 표형식 씨는 기부와 나눔에 관심이 많다.

전업투자자 표형식 씨와 수인사를 나눠본 사람들은 곧이어 명함을 교환하면서 조금은 당황하게 된다. 그가 명함을 세 장이나 한꺼번에 건네기 때문이다. ‘일성신약주식회사 주주 표형식’ ‘제일약품주식회사 주주 표형식’ ‘대원제약 주주 표형식’의 명함이 그것이다. 명함 뒷면에는 그 회사가 생산하는 의약품이 소개돼 있다. 표씨의 명함은 그의 투자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꿈과 비전이 있는 기업의 주주가 돼 경영 성과를 공유한다는 생각으로 투자하다 보면 배당도 받게 되고 결국엔 경영 성과가 주가에 반영돼 상당한 시세차익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시세차익만 노리고 투자하기 때문에 시세만 쫓다 쪽박을 찬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는 순전히 주식으로 돈을 벌어 ‘큰손’이 됐다. 1994년 1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투자자 길로 나섰지만 외환위기 당시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전 재산을 날리다시피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저평가주를 발굴해 엄청난 투자수익을 올림으로써 재기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그는 일반투자자들이 현혹될 수 있다면서 정확한 수익률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일성신약 주식 4.99%를, 제일약품과 대원제약 지분은 각각 3%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 그를 ‘슈퍼개미’로 부르는 이유다. 일성신약의 경우 1년 10개월 전 4만5000원에 일괄적으로 넘겨받았다. 5월30일 종가가 12만7500원이니 주당 3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그가 제약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간 생명을 다루는 기업인 데다 부가가치도 높은 업종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제약회사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봤다. 그는 “개인적인 능력으로 여러 업종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 제약업종만 관심 있게 지켜봤고, 그 결과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떡잎’ 세 회사를 발굴했다”고 말했다.

일성신약과 제일약품은 유보율이 1600% 이상으로 업종 평균 500%를 크게 웃돈다. 또 지난해 말 현재 세 회사의 부채비율은 모두 100% 이하여서 망할 염려가 전혀 없다. 자본금 이상의 순익을 올리는 회사도 있다. 특히 일성신약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현금성 자산만 3000억원이 넘는다.

그는 주주 행동주의를 실천하는 ‘슈퍼개미’로도 유명하다. 기업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투자했기 때문에 주주를 무시하는 경영 행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해엔 주총을 앞두고 일성신약이 주당 400원 배당 방침을 밝히자 신문광고를 통해 이의 부당성을 알리고 소액주주를 결집해 회사의 감사 선임안을 부결하기도 했다.

3년 이상, 3개 이상 지표 분석, 3명 이상 투자 ‘3·3·3 법칙’

“2005년 281억원의 순이익을 내고도 주당 400원을 배당한다는 것은 소액주주를 무시하는 태도였다. 그래서 주총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자 언론이 관심을 보였고, 그 때문인지 주총장에 소액주주가 대거 참석해 감사 선임안을 부결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행동이 회사 지배주주와 갈등을 빚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조심스럽다. 창업 주주들이 맨주먹으로 출발해 오늘의 기업을 일궈놓았다는 점을 무시할 생각도 없다. 다만 지배주주들이 좀더 열린 마음으로 소액주주들을 포용하면 회사 발전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구현해나갈 수 있다고 믿기에 주주 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다는 것.

그는 일반투자자들에게 ‘3·3·3 투자 원칙’을 권했다. 맨 앞의 ‘3’은 최소 3년 이상 장기투자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투자하라는 원칙이다. 두 번째 ‘3’은 재무제표나 주가수익률(PER), 주가 순자산비율(PBR) 등 세 가지 이상의 지표를 분석한 다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고, 마지막 ‘3’은 3명 이상의 동료와 함께 투자하다 보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수백억원대 재산가지만 자가용도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한다. 또 독실한 기독교 신자여서 술 담배도 일절 안 한다. 그러나 기부와 나눔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받는 배당금은 장학금이나 대학 발전기금으로 내놓고 있다.

느린 몸짓으로도 ‘슈퍼개미’ 됐어요

최승욱 씨는 확률과 통계에 의한 자동매매로 수익을 올릴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게 꿈이다.

MW리버스아카데미㈜ 최승욱 소장은 지금까지 ‘최승욱 증권 아카데미’를 통해 1300명의 제자를 배출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전업투자자다. 그러나 그는 전업투자자가 되겠다는 사람을 만류한다.

“이론적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내는 사람들은 전업투자자다. 펀드는 위험관리를 더 중시하기 때문에 분산투자를 원칙으로 한다. 당연히 수익률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전업투자자가 그렇게 높은 수익률을 내지도 못하거니와, 실제 주변에서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쪽박찬 경우를 많이 봤다. 그래서 직장에서 구조조정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찾아와 ‘전업투자자를 하면 성공할 수 있겠느냐’고 자문하면 매몰차게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가치투자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저평가된 종목을 발굴해 오랫동안 보유하는 게 가치주 투자인데, 개미들은 종목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시간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식투자를 ‘부업’으로 하면서 저평가주를 사놓고 잊어버릴 수 있는 투자자에게나 적당하다는 것.

“또 가령 특정 종목의 적정 주가가 2만원이라는 분석이 나와 1만원에 매수했는데 이 주식이 9000원, 8000원으로 떨어지면 더 싸다고 추격 매수를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종목에 대한 분석이 잘못돼 적정 주가가 5000원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이것이 가치주 투자의 결정적인 함정이다.”

한때 이름 날리던 20대 고수들 강호에서 소리 없이 사라져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00년 말 1700만원으로 1000%의 수익률을 내면서부터. 당시 그의 종자돈은 두 번의 깡통을 차고 난 뒤 아내가 갖고 있던 통장을 모두 털어 건네준 것이었다. 그는 그 돈으로 유니텍을 데이트레이딩으로 공략해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것. 그는 당시 그 종목을 하루 동안 세 번이나 하한가에 매입해 상한가에 매도한 적도 있었다.

그는 이후 트레이딩 센터를 설립해 트레이더를 양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 데이트레이더들을 위한 컴퓨터 자동매매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 종목 발굴 프로그램인 ‘보물섬’을 내놓기도 했다. 7월 초엔 선물 자동매매 시스템인 오토매트릭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확률과 통계에 의한 매매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주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편하게 매매할 수 있다면 재테크의 새로운 수단이 되지 않을까요.”

느린 몸짓으로도 ‘슈퍼개미’ 됐어요

이상암 씨(왼쪽)가 ‘제자’에게 실전투자 기법을 가르치고 있다.

‘지킬 박사’라는 필명을 갖고 있는 이상암 씨는 1999년 안정된 직장인 국회 공무원직을 떠나 전업투자자로 나섰다. 93년부터 주식 투자를 하다 자신감이 생기자 결단을 내린 것. 그는 지금도 1000만원의 종자돈으로 장중 변동을 이용해 매달 100% 안팎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전업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익의 규칙성”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본격적으로 주식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 한화증권 실전투자대회 드림리그에서 889%의 수익률로 우승을 차지하면서부터. 이후 그가 증권회사 초청으로 강연회를 열 때마다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많은 개미들이 몰려들고 있다. 그는 현재 경기 부천시 한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얻어 5명의 제자들을 실전으로 가르치고 있다.

“명예퇴직을 앞둔 50대 초반의 사람도 제자가 되겠다고 찾아온다. 그러나 주식에 대한 열정이 있고 성실한 사람만 제자로 받아들인다.”

그는 전업투자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금과 시간, 자신의 심리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때 이름을 날리던 20대 고수들이 소리 소문 없이 ‘강호’에서 사라진 것은 조금 돈을 벌었다고 자기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이 점에서 오히려 나이 든 사람이 전업투자자로 유리하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한국 증시를 대세 상승기 초기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한 다음엔 맥없이 꺾이곤 했는데 이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신천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 그는 지난해부터 “코스피지수 1000포인트가 강력한 지지대가 되고 3000포인트까지 오르는 대주기가 온다고 강조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6월 출간 예정인 책의 마무리 작업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 실정에 맞는 실전투자 비법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그동안 공부한 주식투자 관련 책에선 이론과 실제의 괴리를 많이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인도 이 기법대로만 한다면 투자수익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위에선 굳이 혼자만의 비법을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고 만류하는 사람도 있다. 공개되는 순간 그것은 비법으로서의 생명력이 없어진다는 게 그들의 반응이다. 그때마다 ‘똑같은 선생님 밑에서 똑같은 책으로 공부해도 모든 학생이 다 서울대에 진학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한다.”

개미들의 우상 ‘쥬라기’ 김철상

“2009년까지 코스피지수 3500 돌파할 것”


느린 몸짓으로도 ‘슈퍼개미’ 됐어요
증권 포털사이트 팍스넷 김철상 전문위원(이사·사진)은 ‘쥬라기’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가 1999년부터 팍스넷에 게시한 투자전략은 총 35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발달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는 일념으로 일반투자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글을 써왔다고 말한다.

그는 전업투자자를 꿈꾸는 사람에게 가능하면 직장에 다니면서 투자를 하라고 권한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고 주식투자를 하면 한 달에 정기적으로 몇 %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에 따라 전업투자자로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경우 시간적·심리적 여유를 잃게 돼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가 권하는 투자전략은 간단하다. 저평가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묻어두는 것이다. 그는 이를 ‘인디안 기우제 투자법’이라고 한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의 호피 인디안들이 기우제를 지내면 100% 비가 오는데, 이는 반드시 비가 올 때를 골라 비가 내릴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란다. 5월 초 이런 투자전략을 정리해 출간한 책도 ‘인디안 기우제 투자법’이다.

인디안 기우제 투자법은 너무 당연한 얘기여서 ‘누굴 놀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이 투자법이 쉬우면서도 어렵다고 말한다. 코스피지수가 아무리 상승해도 돈을 버는 개미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주식을 사고팔고 하는 ‘주식 장사’고, 다른 하나는 주식으로 동업하는 것이다. 첫 번째는 실패하기 쉽지만, 두 번째의 경우 성공 확률이 높다. 가령 외환위기 이후 이건희 회장과 동업한다는 생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서 묻어놨다면 지금쯤 엄청난 수익률을 올렸을 것이다. 세계 주식시장은 길게 봐서 매년 15%씩 성장해왔는데 좋은 기업 주식을 장기 보유하면 그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그는 우리 주식시장이 장기 대세상승기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2009년까지 코스피지수 3500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1983년 다우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2000년 1만1000포인트를 돌파할 때까지 대세상승을 했다. 17년간의 대세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은 금리, 환율, 경기변동이 아니었다. 수급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우리도 국민연금기금이 주식투자 비중을 늘리기로 했고, 2005년 퇴직연금을 도입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83년 상황과 비슷하다.”




주간동아 2007.06.12 589호 (p28~31)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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