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6

2007.05.22

미국發 곡물 인플레이션

  • 김종선 경원대 교수·경제학

    입력2007-05-16 14: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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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경제의 과속이 불러온 원자재난으로 구리 값은 아직도 고공행진을 한다. 원유도 지난해 여름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제자리를 찾아가는가 했더니 어느새 다시 올라 가뜩이나 가벼워진 자가운전자들의 지갑을 마저 털어내고 있다. 또 전기요금을 포함한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하니 올해엔 서민에게 물가가 가장 큰 근심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가 풍부한 나라는 이럴 때 참 좋다. 석유가 많이 나는 중동국가는 말할 것도 없고 유연탄을 많이 보유한 호주, 유가가 오르면서 막대한 오일샌드로 산유국 대열에 들어선 캐나다 모두 축복받은 나라다. 특히 캐나다의 앨버타주는 오일샌드로 거둬들인 세금을 주체하지 못해 주민에게 세금을 환급하듯 보너스를 주었다니, 불경기에 시달리는 우리 서민에게는 말 그대로 딴 나라 얘기다.

    에탄올 생산에 옥수수 사용하면서 가격 급상승 추세

    세월이 이처럼 수상하게 움직이니 우린 뭐가 없나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나라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혹시 아버지가 나 몰래 사놓은 땅은 없나 하고 살피는 것과 같다. 결국 미국이 지난해 뭔가를 찾아냈다. 옥수수로 에탄올을 만들어 자동차 연료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덕분에 옥수수를 포함한 곡물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16%가 에탄올 생산에 쓰였다. 내년엔 30% 수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당연히 미국에서 옥수수를 사다 먹던 나라들이 난리가 났다. 옥수수는 가축사료는 물론 식품에 단맛을 내는 원료로 쓰여 부담이 이만저만 커진 게 아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옥수수로 에탄올을 생산하려던 계획은 사실 예전부터 있었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면 옥수수가 많이 나는 중서부 지역 주지사들이 모여 양당 대통령 후보에게 압력을 넣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동안은 유가가 지금처럼 높지 않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이 지역에 대한 석유의존도를 낮추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 부시 대통령이 꺼낸 카드가 바로 에탄올 생산이다. 에탄올은 석유와 달리 고갈되지 않는 재생연료인 점도 크게 고려됐을 것이다.

    어쨌든 미국은 절묘하게 식량을 무기화하는 데 성공한 듯하다. 옥수수로 많은 돈을 벌게 된 것이다. 브라질이 근래 몇 년 동안 사탕수수로 원당 대신 에탄올을 더 많이 생산하면서 세계 원당 가격을 끌어올리며 재미를 본 것과 같다.

    러시아도 뒤질세라 칼을 빼들었다. 세계 제일의 천연가스 수출국인 러시아가 중심이 되어 석유수출국기구(OPEC) 같은 카르텔을 결성하겠다고 얼마 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원유가격과 곡물가격, 여기에 가정용 난방. 취사연료로는 물론 발전연료, 화학원료 등으로 폭넓게 쓰이는 천연가스 가격마저 오르면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까. 생각하기도 싫은 상황이 벌어지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물론 세 가지 재앙이 한꺼번에 일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두고두고 걱정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사람밖에 없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쓸모 있게 사용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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