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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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안목 키우려면

전시회·강연회 등 발품 파는 게 상책

  • 하계훈 단국대 문화예술경영대 교수

    입력2007-05-14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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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안목 키우려면

    호기심이 많을수록 초보 컬렉터 단계를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예술의전당 ‘오르세미술관전’(9월2일까지)에서 밀레의 ‘만종’ 앞에 선 관람객들.

    미술작품을 효과적으로 감상하려면 먼저 자신이 미술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력을 지니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감상 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신뢰도 필요하다. ‘나는 미술에 대해 잘 모른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아는 미술, 내가 익숙하게 느끼고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미술은 어떤 종류의 것인지를 생각해보고, 그것을 즐기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어떤 분야에 대해 안목과 능력을 기르는 방법은 거의 동일한 것 같다. 좋은 미술작품을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는 방법이나 좋은 와인, 좋은 악기를 감별하는 방법은 기본적으로 모두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 방법이란 결국 자신이 이해하고자 하는 대상에 흥미와 관심을 갖고, 그것을 자주 접하고 경험해보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전문가가 아닌 한 모든 종류의 미술을 다 이해하고 깊이 있게 감상할 필요는 없다. 편하게 와닿는 미술작품에서 시작해 조금씩 관심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현명한 미술감상 방법이다.

    자기 스스로 이해하면서 감상하기가 어려운 종류의 미술은 전시장에서 제공하는 도움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시 기간에 안내자와 함께 전시장을 돌아보는 안내투어 행사를 활용하거나, 출품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명하고 관람객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이용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행사에 참여한 뒤 혼자서 다시 한 번 전시장을 관람해보면 미술에 대한 이해와 안목이 부쩍 높아졌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작고 작가의 경우는 작가의 전기를 읽어보는 것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때로 전시회와 관련된 강연회나 학술연구발표회가 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행사에 참여하면 전시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단계까지 나아간 컬렉터라면 미술에 대해 하나 둘씩 궁금한 점이 늘어나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미술사나 미술이론을 접해볼 필요성도 느끼게 될 것이다. 전문적인 미술이론을 알기 전 단계에서 미술잡지나 신문 미술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는 것도 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미술관이나 미술잡지 등은 웹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관람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한 질문과 답변 코너를 운영하므로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회가 있다면 해당 전시회를 기획한 큐레이터와 직간접적으로 대화를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담당 큐레이터에게는 수고스러운 일이겠지만, 관람자들의 진지한 질문과 대화 요구를 마다할 큐레이터는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술작품을 한층 깊이 있게 감상하는 방법으로 직접 작품을 그리거나 만들어보는 것도 있다. 평소 수첩이나 스케치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간단하게 그림을 그려보거나 방금 감상한 작품에서 연상된 아이디어를 적어보는 것도 미술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방법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전문 작가들처럼 재료와 도구를 다 갖출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해봄으로써 작가들의 생각과 감각을 더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수집하고 소유하고 싶은 욕구로 발전한다. 그러다 보면 수집가들 사이에 상호 교류와 유대감이 생길 것이며, 발전과 성장을 자극하는 선의의 경쟁심도 커질 것이다. 누구나 당황스러운 초보 운전자 시절이 있었던 것처럼 미술품 감상도 초보 시절을 거치게 된다. 그 시절을 슬기롭게 극복하면 어느새 숙련된 운전자처럼 여유 있게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 크고 작은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훈련하고 연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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