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4

2007.05.08

이 죽일 놈들아 “함께 살자!”

유해조수로 낙인, 죽은 몸값 3000원 수난시대 … 산란기 둥지 사수 ‘사람과의 전쟁 중’

  •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7-05-07 16: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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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죽일 놈들아 “함께 살자!”
    지난 겨울, 내가 사는 아파트 화단의 감나무에 홍시가 제법 주렁주렁했다. 늘 넉넉한 표정의 경비아저씨가 까치밥(까치 따위의 날짐승이 먹으라고 따지 않고 남겨두는 감)으로 남겨둔 것이다.

    까치가 재잘거리면서 마지막 남은 홍시를 쪼아먹는 모습을 설(2월18일) 아침에 봤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라는 노랫가락이 절로 입에서 맴돌았다.

    까치는 소문난 길조(吉鳥). 까치 우는 소리를 들으면 호사(好事)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옛말이 공연한 소리는 아닐 터.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참새목 까마귓과의 까치는 한자어로 작(鵲)이라 하며 희작(喜鵲), 신녀(神女)라고도 불렸다. 어깨, 배, 허리는 흰색이고 머리에서 등까지는 금속성 광택이 나는 검은색을 띤다.

    그런데 희작, 신녀가 요즘 수난을 당하고 있다. 농촌과 도시에서 ‘이 죽일 놈의 까치’가 된 지 오래다. 환경부는 2001년 까치를 유해조수로 지정하기도 했다.



    탕~.

    “정전사고 5%가 까치집 때문”

    이따금 아내와 함께 산책을 가는 산에서 요즘 엽총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내가 사는 서울의 한 자치구는 4월 말까지 800마리의 까치를 죽이는 것을 목표로 정해놓았다.

    까치를 꼬꾸라뜨린 엽사(그들은 ‘유해조수구제반’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다)의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즐거워했다. 한 마리를 죽일 때마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서 3000원씩 준단다.

    한전이 까치를 미워하는 이유는 녀석들이 철사, 비닐 따위를 주워다가 전신주에 둥지를 틀기 때문이다. 정전사고의 5%가 까치집 탓이란다. 그래서 한전에 전화를 걸어봤다.

    “한마디로 죽일 놈들이죠. 우리가 까치를 잡는 데 쓰는 인건비만 1년에 200억원이 넘어요. 연인원 15만명이 투입된다고요.”

    녀석들은 요즘 ‘러브’가 한창이다. 산란기에 접어든 것. 까치는 봄에 갈색 얼룩이 있는 연한 녹색 알을 대여섯 개쯤 낳는다.

    까치가 알을 낳고 부화하는 지금 ‘까치와 사람의 전쟁’은 치열하다. 유해조수구제반은 익숙한 솜씨로 암수가 꾸려놓은 ‘러브 하우스’도 걷어낸다. 알과 새끼는 길바닥으로 추락한다.

    이 죽일 놈들아 “함께 살자!”

    정전사고의 5%가 까치집 때문에 발생한다(왼쪽). 까치가 ‘까치밥’을 쪼아먹고 있다.

    여기서 초등학생용 논술 문제 하나.

    -요즘 까치로 인한 정전사고가 늘고 있다. 정전을 막기 위해 까치를 잡아야 할까?

    내가 채점자라면 녀석들이 전신주에 집을 짓게 된 원인을 짚으면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한 답안에 높은 점수를 줄 것 같다. 자연의 나무보다 전봇대를 좋아할 새는 없다. 까치가 좋아하는 미루나무를 주변에서 본 적이 있는가.

    까치는 본래 마을 어귀 ‘굵은 나무’ 위에 마른 가지를 모아 둥치를 틀던 새다. 좀처럼 터전을 옮기지 않는 탓에 둥지는 해마다 커진다. 그런데 큰 나무가 없다 보니 가는 나무 위에서 위태롭게 살거나 전봇대에 집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어떤 대학의 동물학과에선 까치와 사람의 상생을 모색키 위해 ‘까치가 둥지 트는 법’을 연구 중이다. 그런데 예산이 부족해 성과가 더디단다. 까치로 골머리를 앓는 한전이 이 대학의 연구를 지원하면 어떨까 하는 순진한 생각도 해본다.

    까치의 절멸(絶滅)을 소망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 죽일 놈의 까치’와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우리의 숙제다. 첫 회에서 까치 이야기를 한 이유는, 앞으로 이 코너를 통해 ‘전문가’가 아닌 ‘기자’의 관점에서 동물(사람도 동물이다!)의 ‘함께 살기’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끝으로 김남주의 시 ‘옛 마을을 지나며’의 한 대목을 소개한다. 시인이 읊은 ‘조선의 마음’으로 이 코너를 이어가려 한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까치



    ·학명 Pica pica serica

    ·분류 참새목 까마귓과

    ·생활 방식 소규모 무리 생활

    ·크기 몸길이 45cm, 날개길이 19∼22cm

    ·색 검은색(머리·가슴·윗면), 흰색(아랫면)

    ·생식 1회에 5~6개의 알을 낳음.

    ·서식처 평지 촌락 주변, 시가지 공원, 주택가

    ·분포 지역 유라시아 중위도 지대, 북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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