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2007.04.24

참을 수 없는 유혹! ‘명품’車 몰려온다

고급 외제차는 일부 부유층 전유물 옛말 … 올 4만5000여 대 등록 예상 판촉전 ‘후끈’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입력2007-04-18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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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유혹! ‘명품’車 몰려온다

    ‘울트라 럭셔리’카 마이바흐62(7억8000만원대).

    Y에이전시 이모(50·여) 실장은 메르세데스벤츠C230(5600만원대)을 몰고 다닌다. 이씨는 지난해 여름 벤츠를 사면서 ‘우아함, 고급스러움, 안락함’의 이미지도 함께 샀다. 초기 선수금(down payment) 1800여 만원을 내고 매달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이씨는 자신의 선택에 만족해한다.

    “50대에 접어들어 앞으로 자동차를 바꿀 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이참에 한번 타보자고 생각해 조금 무리를 했다.”

    고급(luxury) 자동차는 젊은 층에서도 인기가 높다. BMW의 경우 30대가 전체 고객의 40%나 차지한다. 2006년 등록된 수입차 가운데 9.6%가 30대 소유주였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30대 비즈니스맨, 의사, 변호사, 회계사, 연예인들에게는 고급 자동차가 ‘자유롭고 합리적이며 편견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한다.

    4월 개막한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처음 공개된 BMW 뉴X5 3.0d(8890만원대)의 첫 주인이 된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BMW가 지향하는 젊음과 역동성, 그리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정신을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일부 특권층의 전유물이던 럭셔리 자동차가 거리에 ‘정말’ 많아졌다. 수입차가 모두 1급 브랜드의, 첨단기술과 1급 소재를 탑재한 고급차는 아니지만 상당수가 ‘럭셔리급’이므로 수입차 현황으로 고급차 증가를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유롭고 합리적 라이프스타일 상징 … 젊은 층에서도 인기

    2006년 말 현재 등록된 수입차는 22만5000대. 198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입차가 들어왔지만 2002년에야 겨우 연간 등록대수가 1만 대를 넘어섰고, 이후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06년 새로 등록된 수입차만 4만530대. 이는 2005년 대비 31.2% 증가한 수치다. 올해도 이 추세에는 브레이크가 없어 보인다. 올 3월 한 달간 등록대수는 4561대로 전년 대비 25.7% 늘어났으며, 3월까지 누적 수치인 1만2351대는 전년 대비 26.5% 증가한 것이다. KAIDA 측의 올해 예상 등록대수는 4만5500대.

    과거 BMW,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등 일부 메이커들이 국내 외제차 시장을 석권했지만 최근에는 아우디, 인피니티, 혼다, 폭스바겐 등이 급격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사브, 캐딜락, 푸조, 포드, 크라이슬러 브랜드뿐 아니라 울트라 럭셔리급인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 포르셰, 페라리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유혹! ‘명품’車 몰려온다

    2월 출시된 아우디 고성능 세단 ‘S6’(1억5590만원대).

    2006년 상위 3대 브랜드는 렉서스(16.2%), BMW(15.1%), 메르세데스벤츠(12.4%)였고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렉서스 ES350(2639대), 혼다 CR-V(1930대), BMW 320(1900대) 순이었다. 이들 3개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의 43.7%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이 2005년 50.61%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수입차 시장 내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는 그만큼 수입차간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수입차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꾸준히 신차를 내놓고 있다. KAIDA 측에 따르면 2006년 출시된 신차만 80종, 올해만 해도 메르세데스벤츠의 중형 세단인 E220 CDI 등 60여 종의 신차가 쏟아져나올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인기를 끈 디젤 및 하이브리드형이 20% 이상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컨버터벌이나 SUV 등 다양한 차종에 280여 모델이 준비돼 있어 소비자 선택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수입차 업체들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 중저가 시장 진출을 노리고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그동안 출시된 벤츠차 가운데 가장 작은 ‘MY B’(3690만원대)를, 볼보코리아는 볼보차 가운데 가장 작은 모델인 ‘C30’(3000만원대),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뉴세브링’(3290만원대)을 각각 내놓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싸고 유지비도 적게 드는 디젤형 고급차들이 지난해 인기를 끌면서 올해도 그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차량은 10.7%나 됐다.

    중저가 다양한 모델 봇물 … 국내 업체 대책 마련 부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국내 자동차 시장 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BMW 등 주요 수입업체들은 한결같이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사태 추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FTA 체결로 수입차끼리의 경쟁보다는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 차원에서의 경쟁이 예상된다”고 밝혔고, 모 수입업체 관계자는 “FTA 체결과 직접적인 영향이 없음에도 일부 고객들이 구입 차량 인도를 미루는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브랜드인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와 포드코리아 등도 내심 FTA 효과로 수요가 확대되기를 기대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지 계산하지 못하고 있다.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관계자는 “다임러크라이슬러 차는 70% 이상이 미국 본토가 아니라 유럽과 캐나다에서 수입되고 있으므로 FTA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참을 수 없는 유혹! ‘명품’車 몰려온다

    렉서스 LS460(1억3000만원대).

    고급차 시장이 이처럼 달아오르자 이를 상류층을 위한 틈새시장으로만 보던 국내 자동차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경우 럭셔리 대형세단 BH(프로젝트명)를 2008년 3월쯤 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내년 초 체어맨보다 차체 크기나 배기량이 큰 대형세단 W200(프로젝트명)을, GM대우는 내년 8월쯤 대형세단 L4X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국내 메이커들이 고급차 시장에 뛰어든다 해도 아직은 브랜드 선호도가 외제 럭셔리 카보다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최근 현대의 베라크루즈에 대해 ‘워싱턴 포스트’지가 “렉서스가 아니라 현대차다”라고 언급했지만, 같은 기사에서 “아직까지는 ‘렉서스’라는 단어가 ‘현대’라는 단어보다 고급스럽게 들린다”라고 지적한 사실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자동차 시장에 ‘럭셔리’ 바람은 지속될 전망이다. 마케팅에 의한 수요뿐 아니라 사회 전체 흐름상 수요가 계속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자동차 애널리스트 김학주 씨는 “수입차, 고급차에 덧씌워졌던 부정적 시각이 걷히고 있기 때문에 이를 선호하는 고객이 더 많아질 듯하다”고 진단했다. KAIDA 윤대성 전무는 “해외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 1만 달러가 넘어가면 고급차 수요가 많아진다. 또 구매력 있는 여성과 젊은 층이 늘면서 수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고급차 예술 마케팅

    “전문직과 중상류층 감성 잡아라”


    참을 수 없는 유혹! ‘명품’車 몰려온다

    BMW 차체에 페인팅한 켄 돈의 아트카.

    고급차 시장이 ‘핫 마켓’으로 부상하면서 관련 업체들이 잠재 고객이 될 전문직 및 중상류층을 위한 예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클래식 콘서트 투어 후원, 차체를 이용한 예술 후원, 뮤지컬 공연 형식의 신차 발표회 등 형식도 가지가지다.

    BMW코리아는 4월17일~5월6일까지 서울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BMW 아트 인 서울’을 후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1975년부터 앤디 워홀, 로이 리히텐슈타인, 켄 돈 등 유명 예술가들이 자동차를 직접 디자인하거나 차체에 페인팅한 ‘아트카’ 들이 전시된다.

    한국도요타는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2000년부터 아시아 각국을 순회하며 여는 클래식 콘서트 투어 프로그램 ‘도요타 클래식’을 후원하고 있다. 이 티켓 판매금액으로 전국 7개 주요 병원에서 ‘병원 자선 콘서트’도 연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3월28일 ‘멀티 라이프스타일 차량’인 ‘My B’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통상적인 신차 발표의 틀을 벗어나 뮤지컬 형식을 도입했다. 남경주 최정원 등 국내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한 ‘뮤지컬 My B’는 유명 뮤지컬에 소개된 곡들로 꾸며지는 무대다. 1월에는 소프라노 신영옥과 테너 페르난도 델 라모라의 ‘러브 듀엣 신년 음악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또 인피니티를 판매하는 한국닛산은 잠실종합운동장 야외 공연장에서 열리는 ‘아트 서커스’ ‘퀴담’을 후원하고 있다.

    아우디코리아는 지난해 2월 A8 뱅앤올룹슨 출시를 기념해 독일 현대사진 작가 3명의 작품전시회를 열었고, 올해는 VIP 고객을 대상으로 오페라 강연을 개최하는 ‘아우디 오페라 오디토리엄’이나 ‘아우디 와인 클래스’ 같은 문화·예술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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