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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집착인가, 아들 관리인가

DJ와 동교동, 홍업씨 선거 총력 지원 … 대선에서 ‘金心’ 극대화 교두보 차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권력 집착인가, 아들 관리인가

“1967년 6월 목포 선거가 있었어요. 공화당은 그때 돈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우리도 표를 얻기 위해 가가호호 방문했어요. 핸드백을 들지 않으려고 돈 500원을 구두 밑창에 넣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금도 남편을 당선시키기 위해 목포시내를 헤매고 다니던 그때 일을 소상히 기억했다.

당시 선거운동을 도왔던 DJ 측근들은 이 여사를 ‘악바리’로 기억한다. 선거운동원들이 대충 끝내려 하면 “한 집만 더 돌자”며 끌고 다녔기 때문이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현지에서 장관회의를 주재하는 등 관권선거를 펼쳤지만, 이 여사는 이 선거에서 남편을 당선(7대 국회의원, 신민당)시켰다.

권력 집착인가, 아들 관리인가

4월12일 이희호 여사가 무안·신안 보궐선거 김홍업 민주당 후보 신안지역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왼쪽). 4월6일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자식문제 양보 않는 ‘동교동의 법칙’

2007년 4월12일, 4·25 무안·신안 보궐선거에 출마한 김홍업 씨의 신안선거사무소(목포 항동 여객터미널). 40여 년 만에 이 여사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가족, 제 남편은 앞장서서 이 땅에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반드시 홍업이를 당선시켜주세요.”

1967년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DJ 선거를 지켜보았던 한 동교동 관계자는 이 여사의 이번 연설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감동과 설득력이 그때보다 덜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유권자들의 반응도 신통찮았다. ‘왜 홍업인가’라는 의문에 대해 동교동은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명분을 내세우지 못한 동교동은 시작부터 어려운 처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권력 집착인가, 아들 관리인가

3월 초 김홍업 씨가 전남 신안을 방문해 유권자와 악수하고 있다.

4월 초, 과거 DJ와 막역한 관계였던 한 인사가 동교동을 방문했다.

“(김홍업 씨 출마에 대한) 민심이 좋지 않다. 40년 DJ 정치가 부정되고 있다. 기다렸다가 내년 4월(총선)에 출마하는 게 어떻겠느냐.”

민심을 명분 삼아 홍업 씨의 출마를 말리려는 의도였다. 이 제의에 DJ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들은 동교동 또 다른 관계자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DJ에게 그런 말을 건넸다면 큰 실수를 한 것이다. DJ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자식문제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 이중재 전 의원과 조순형 의원 등 자식들의 정치 관여를 반대했다가 피해 본 사람이 많다.”

그는 이를 ‘동교동의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과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박지원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은 이 법칙을 잘 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동교동 인사들 가운데 자식에 대한 DJ의 애틋함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2월 말 출마문제를 상의하러 온 홍업 씨에게 출마를 허락한 것도 자식들에 대한 이런 짠한 마음이 크게 작용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런 DJ 패밀리를 비난했지만 동교동은 애써 무시하는 모습이다. DJ는 왜 홍업 씨 선거에 집착하는 것일까.

DJ는 홍업 씨의 출마를 단순히 ‘자신 때문에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한 자식의 한을 풀어주는 수단’으로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정치적 함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DJ 측은 연말 대선에서 양강구도와 후보단일화라야 한나라당에 대적할 수 있다고 본다. DJ는 이를 추진하기 위해 일단 민주당에 교두보를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절차로 홍업 씨를 원내에 진출시키려 한다는 것.

홍업 씨가 원내에 입성하면 그를 통해 민주당과 효율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또 홍업 씨를 통해 자신의 햇볕정책을 지킬 수도 있다. 홍업 씨가 DJ 대리인이자 분신으로 활동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동교동 한 관계자는 이번 싸움을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이라고 말한다. 동교동의 조직이 생각보다 탄탄하기 때문이다.

“DJ와 권 전 고문, 한 전 대표와 김 전 의원의 조직이 그물처럼 손바닥만한 목포(신안과 무안)를 감싸고 있다.”

‘결코 질 수 없는 싸움’인가

목포는 그만큼 동교동과 밀접한 지역이다. 동교동의 낙관론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뒤를 받치고 있다. 선거 초반, 홍업 씨가 무소속과 한나라당 후보에게도 뒤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을 때도 동교동 인사들은 여유를 보였다. 동교동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론조사에 응답한 유권자층을 보면 20대에서 60대까지 골고루 포함됐다. 그러나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노년층을 중심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재분석하면 홍업 씨가 이기는 것으로 결론이 나온다. 아마 선거 일주일을 전후해 홍업 씨가 1위로 치고 나올 것 같다.”

‘정답’을 알고 있는 동교동은 느긋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4월12일, 홍업 씨는 지지율 1위 후보로 올라서 동교동의 판단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승리하자 DJ는 지인들에게 이런 말도 했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만약 노무현 후보가 선거에서 졌으면 내가 ‘아들 관리’를 잘못해서 그렇게 됐다는 얘기를 들을 뻔했다.”

하지만 국민은 지금 DJ에게 거꾸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DJ가 지금 아들 관리를 잘하는 것일까?”



주간동아 2007.04.24 582호 (p18~19)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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