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82

2007.04.24

낚시·사냥에 빠진 김정일 머리카락 보일라

경치 좋은 20여 곳에 전용 별장 조성… 계절 따라 옮겨가며 ‘아방궁 파티’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07-04-18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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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사냥에 빠진 김정일 머리카락 보일라
    오랜 세월 베일에 가려졌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은밀한 공간이 조금씩 공개되고 있다. 지구촌 곳곳을 언제든지 촬영할 수 있는 상업위성들에 의해서다. 북한민주화위원회(위원장 황장엽·이하 위원회)는 4월10일 창립대회에서 상업위성사진 검색사이트 ‘구글어스’를 통해 확인한 김 위원장의 개인별장들을 일부 공개했다.

    위원회가 이번에 공개한 별장은 모두 15곳. 북한 전역에 비밀리에 건설된 20여 개 김정일 별장 중 일부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이들 별장을 언제 만들었고, 어떻게 이용하고 있을까.

    위원회 측 관계자와 지난 1999년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를 탈출해 2000년 한국에 귀순한 이영국 씨 등을 통해 이들 별장의 특징과 김 위원장의 별장 이용실태를 추적했다. 이씨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 호위부대인 당중앙위원회 ‘호위부 6처’에서 1978년부터 88년까지 10년 동안 경호원으로 일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사생활과 개인시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씨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자신의 별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권력을 장악했던 1970년대 후반부터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주석이 평양시 외곽 주석궁으로 자리를 옮긴 직후인 76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청사를 허물고 새로 지어 79년 1월1일 개관식을 열었다. 이때부터 김 주석은 현역에서 물러나고 ‘김정일 시대’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전까지는 북한 지역에 있었던 별장은 6개 정도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창성과 묘향산, 경성, 자모산, 정방산, 칠보산 등으로 대부분 김 주석이 지역 현지시찰에 나갔을 때 휴식을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것. 때문에 규모도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김 위원장이 북한 지역 곳곳에 마구 짓기 시작한 별장들은 대부분 호사스러운 휴양을 위해 지어진 것이다. 또 하나같이 규모가 크고 호화롭다. 김 위원장은 심지어 김 주석의 별장이 있는 지역에도 자신만을 위한 별장을 조성했다.

    “가장 못사는 나라에서 가장 호화로운 생활”

    이씨는 “김정일은 경치 좋은 곳이라면 어디든 호화 별장을 짓고 은밀한 파티를 즐겼다”고 전했다. 이런 별장들은 계절과 휴양 목적에 따라 다르게 이용됐다.

    낚시·사냥에 빠진 김정일 머리카락 보일라

    평안남도 안주시 연풍호 제1별장(위). 당중앙위원회 청사 내 김정일 집무실(아래).

    김 위원장은 매년 여름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원산 앞바다(영흥만) 갈마반도에 조성된 ‘향산1 초대소(갈마별장-북한에서는 별장을 초대소 또는 특각이라 부른다)’를 찾는다. 평양에서 원산까지는 승용차로 2시간 남짓한 거리. 김 위원장은 평양-원산간 거리를 단축하기 위해 원산고속도로를 건설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여기서 다시 배를 타고 함경남도 락원군 여호리 ‘72호 별장(여호리별장)’으로 올라간다. 이때 이용하는 배는 덴마크제 1500t급 고속정으로 ‘충성호’라 이름 붙여져 있다. 이동할 때는 해군 무장 고속정이 앞뒤로 호위한다. 갈마별장에서 여호리별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45분 정도. 이곳에서 평양으로 돌아갈 때는 기차를 이용하거나 배를 타고 원산으로 되돌아와 승용차를 이용한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는 최북단인 ‘백두산 초대소(못가별장)’와 ‘삼지연 초대소(포태별장)’에서 더위를 피한다. 봄가을에는 평양시 서쪽에 자리한 ‘온천리별장’과 ‘영남리별장’ 등을 찾는다.

    김 위원장의 별장 위치를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어느 별장이든 기찻길과 맞닿아 전용기차역이 마련돼 있고, 바다든 호수든 낚시터가 빠지지 않고 설치됐다는 것. 김 위원장이 교통편으로 기차를 선호하고,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낚시라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사냥은 김 위원장이 두 번째로 좋아하는 취미다. 황해북도 ‘정방산별장’과 황해남도 ‘향산2 초대소(신천별장)’ 등이 사냥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곳이다.

    이 가운데 신천별장의 위성사진은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면적으로 치면 가장 큰 별장으로 꼽힌다.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15~16km 넘는 길이에 동서로 광범위하게 펼쳐진 숲 속에 수백 마리의 노루와 꿩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장을 관리하는 군에서 헬기로 이들 동물에게 사료를 뿌려준다는 것.

    별장을 관리하기 위해 투입된 군 병력도 어마어마하다. 한 개 별장에 최소 3개 중대가 배치되고, 보위부와 경찰 등이 3중 경계를 선다. 김 위원장이 별장을 이용할 때는 군 병력이 추가 투입돼 5중, 6중 경계로 강화된다고 한다.

    북한민주화위원회 관계자는 “김정일 별장에 투입된 인력과 관리비용을 산출해보면 아마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이들 별장은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사실상 국토 대부분이 통제된 ‘통제공화국’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에서 가장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이 김정일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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