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7

2007.03.20

북-미 해빙 강 건너 불구경은 안 된다

  • 조성환 경기대 교수·정치학

    입력2007-03-19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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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해빙 강 건너 불구경은 안 된다
    3월6일 뉴욕에서 북-미관계 정상화 1차 실무회의가 끝났다. 이 회의는 북한 핵문제의 초점을 북-미 수교 문제로 비약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2·13 합의에 따라 북한의 ‘핵 불능화’에 대한 논의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양국은 북핵문제 해결→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북-미 수교로 가는 첫발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빠른 수교, 즉 연락사무소 단계를 생략한 대사급 수교로의 직행을 희망했고, 미국은 북한의 2·13 합의 이행 의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긍정적, 낙관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번 실무회의는 2·13 합의에 따른 후속 조치의 첫 고개일 뿐이다. 사실 북-미 회담에서 논의된 것은 2·13 합의에 나와 있는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북한과 미국의 만남을 마치 ‘북핵 폐기’ 고지를 코앞에 둔 듯한, 그래서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큰 산의 정상에 곧 오를 것이라고 보는 것은 위험하다. 김정일 정권이 ‘핵 포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또 미국이 북한의 수교 요청을 수락할 것으로 예단(豫斷)할 이유도 근거도 없다.

    1994년 제네바 합의, 2000년 북-미 간 적극적 수교교섭 등이 결국 실패로 드러났듯 2·13 합의 이후의 베이징 프로세스도 어느 단계에서 어떻게 종결될지는 미리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양국은 주요 단계별로 큰 고비를 넘어야 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목록 협의와 영변 핵시설 폐쇄가 예견되는 4월 중순까지의 제1단계가 일단 고비다. 이 고개를 넘으면 4월 중순 이후의 북한 핵시설 불능화 완료라는 2단계가 기다린다. 불능화 완료에서 핵의 완전 폐기에 따른 검증과 보상이라는 3단계 역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매단계 ‘진실의 순간’에 직면해야 한다. 북한의 조치에 따라 미국을 포함한 5자는 다음 단계로의 이행 여부를 결정해나갈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하고 미국, 일본과의 수교를 통해 정상국가로 변화하는 데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적 자세가 무엇인지를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의 전략 자문할 시점

    첫째, 북한이 매단계 성의 있게 진실의 순간에 직면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정상회담과 같은 포괄적이고 정치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루하지만 치밀한 외교적 교섭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북한의 태도에 따라 맞대응할 단계별 프로세스를 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비약과 돌출은 금물이다. 국제 공조의 틀에서 단계적, 다자적 프로세스에 상응하는 조용하고 내실 있는 외교협상을 펼쳐야 한다.

    둘째, 정부는 그동안 천명해온 ‘북한 핵 불용’의 원칙을 시종일관 견지해야 한다. 북한이 ‘핵보유국’ 상태에서 미국과 수교협상을 벌이려는 것은 아닌지, 미국이 ‘이전 불용’을 전제로 ‘핵 불용’의 원칙을 양보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가정에 불과한 쟁점이지만 북핵 폐기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돌출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향후 북핵 폐기와 그 보상을 중심으로 치열하고 다각적인 외교협상이 전개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대선(大選)을 치러야 한다. 대선 과정에서 베이징 프로세스가 국내 정치문제로 등장할 수도 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은 ‘북핵 해결’ 프로세스에 기여하기보다는 돌출변수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북한의 핵폐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북핵 문제의 정쟁화와 국론 분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 국민은 정상회담 시도를 비롯한 북핵 문제의 국내 정치화에 대해 비판과 견제의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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