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7

2007.03.20

김성주 프리선언 괘씸죄와 애정 사이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3-14 1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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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주 프리선언 괘씸죄와 애정 사이
    프리선언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방송가를 뜨겁게 달궜던 김성주(사진) 아나운서가 2월28일 결국 친정 MBC에 사표를 제출했다. 방송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와 함께 ‘그래도 아직은 좀…’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강수정 전 KBS 아나운서의 프리선언 이후 잠잠했던 스타 아나운서의 프리랜서화 논란이 재점화되는 양상도 나타난다.

    김성주 아나운서는 2000년 4전5기 만에 MBC에 입사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스포츠 전문 케이블TV에서 캐스터로 활동했을 때는 회사가 부도나 길거리에서 항의 데모를 하며 눈물 젖은 빵을 먹기도 했다. 그런 만큼 MBC 입사가 결정됐을 때 본인은 물론 가족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함께 기쁨을 나눴다고.

    MBC에 들어간 직후부터 그는 두각을 나타냈다. 아나운서들이 가장 맡고 싶어한다는 ‘화제집중’ 프로그램에 MC로 발탁됐고, 시사교양국 휴먼 다큐멘터리 ‘사과나무’에서도 친근하고 맛깔난 진행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전국을 달궜던 월드컵 경기의 진행을 맡으면서 김성주는 비로소 아나운서가 아닌 톱 연예인으로 거듭났다. 당시 그는 부장급 스포츠 캐스터 선배들을 제치고 파격적으로 발탁돼 신세대다운 깔끔한 진행으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전문 지식에서도 공동 진행한 차범근-차두리 부자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 이후 그는 각종 MBC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가 됐다. 한때 6개 프로그램의 MC를 맡았고, 맡는 프로그램마다 ‘시청률 도둑’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연히 각종 연예기획사의 러브콜도 이어졌다.

    프리선언을 하기 전 필자는 김성주 아나운서와 두 차례에 걸쳐 많은 대화를 나눴다. 당시 그는 한결같이 “현실에 안주하기보다는 더 늙기 전에 방송인으로서 내 가능성의 한계를 시험해보고 싶다”며 진심을 토로했다. 정년이 보장되고 공기업, 금융기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연봉을 받는 직장을 포기하는 그의 심사는 복잡해 보였다. 그는 대화 도중 수차례에 걸쳐 “세간의 비난처럼 ‘돈’ 때문에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보다는 제대로 갖춰진 환경에서 연예인들과 자신의 방송 능력의 우열을 가려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예기획사들은 그를 많은 계약금으로 유혹했지만 김성주 아나운서의 요구조건은 단 하나였다. ‘내가 가장 방송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 하지만 사표를 낸 뒤 MBC는 그에게 ‘무한한 섭섭함’을 표시하며 강성 언론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너무 키워놨다’는 비판부터 ‘방송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감정 섞인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전 소속 방송사 프로그램 출연금지 문제도 검토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MBC 내부 사람들 처지에서 보면 김성주는 일종의 ‘괘씸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계속되는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 ‘사건’의 책임을 모두 당사자들에게 떠넘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나운서를 보호하기 위한 적절한 인센티브와 보호정책에 등한했던 방송사에도 분명 책임이 있기 때문. 애써 키워놓은 아나운서를 놓친 것에 대한 방송사 측의 아쉬움은 이해되지만, 이는 스타급 아나운서들이 방송국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활동의 한계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냉정하게 말하면 김성주 아나운서를 필요로 하는 곳은 MBC 말고도 수많은 케이블 방송사와 경쟁 방송사가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MBC에서 계속 일하기를 희망한다. 친정에 대한 고마움과 예의를 갖추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김성주와 MBC 사이에 흐르는 냉기류는 좀처럼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청자들이야 하루빨리 그가 건강하고 싱싱한 웃음과 환한 미소로 방송에 다시 나서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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