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物神 숭배는 인간소외 원인

  • 이동선 학림논술 고3실장

物神 숭배는 인간소외 원인

物神 숭배는 인간소외 원인
몇 년 전 양복을 입은 어떤 젊은 사람이 슈퍼마켓에서 분유를 훔치다 구속된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다. 시민들은 처음에 의아해했지만 그 젊은이가 한 아이의 아빠였고, 직장에서 퇴출된 뒤 돈이 없어 분유를 훔친 사실을 알게 되면서는 연민의 감정을 품었다.

‘현대판 장 발장’ 같은 이 슬픈 이야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간과하기 쉬운 문제가 숨겨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애초에 분유를 비롯한 모든 물건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고안됐다. 도구로 제작된 모든 물건에는 생산자의 노동력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모든 물건을 자기 충족을 위한 용도로만 사용할 수는 없다. 물건의 대부분은 다른 누군가의 노동력이 투입된 생산물과 교환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상품 기준으로 인간 판단하는 경향

즉 용도를 가진 어떤 물건은 사회의 필요에 따라 새롭게 제작되고, 이렇게 생산된 물건들은 사회 구성원끼리 교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전자가 분업의 자연발생적 과정을 설명한다면, 후자는 상품의 교환관계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분유’라는 상품은 인간의 노동력이 투입된 사회적 분업의 결과물인 동시에 교환을 전제로 제작된 물건이다.



그런데 인간의 편리성에 기여해야 할 이러한 상품이 오히려 인간을 도구화하는 경우가 생긴다. 예컨대 값비싼 외제 승용차를 모는 사람과 값싼 국산 경차를 모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들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로 자동차 가격을 생각하게 된다. 만일 상품이 인간 삶을 영위하는 데 도구에 불과하다면 인간에 대한 판단의 우선순위는 인간 그 자체가 돼야 하겠지만, 많은 경우 이와는 반대로 상품을 기준으로 인간을 판단한다. 다시 말해 상품이 인간을 소외시킨다. 이는 자본주의의 발달과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근대의 시작과 함께 자본주의 시스템은 본격화됐다. 자본가들은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기 위해 풍부한 노동력과 소비지를 갖춘 대도시 인근에 공장을 설립했다. 그 결과 인구의 대도시 집중과 함께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계화되고 표준화된 생산라인에서 대체 가능한 단순노동을 담당했던 노동자들은 기계의 부품이 되어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만 했다. 상품 생산을 목적으로 인간이 도구화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도구화는 자본주의에 이미 내재돼 있다.

이렇게 탄생한 상품은 그것 자체로 하나의 물신(物神·fetishism)이 된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물신은 상품으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려는 맹목적인 의지이고, 이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현상은 단지 마르크스가 살던 19세기 유럽에만 한정되지 않고 현대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모습으로 드러난다.

하일지가 그의 소설 ‘경마장 가는 길’에서 주인공 R의 목소리를 빌려 ‘아파트 평수에 따라 인생의 행복을 가름한다’고 비판했던 것이나, 김승옥이 ‘서울, 1964년 겨울’에서 아내의 시신을 병원에 매매한 돈으로 하룻밤을 보내는 어떤 남편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것이 모두 그러한 사례들이다. 아파트 평수나 아내의 시신은 인간 행복의 척도와 매매의 도구로 전락한다. 더 많은 자연물들이 상품화되면서 물신의 폭과 깊이는 더욱 넓고 깊어진다.

오늘날 가난한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백화점 명품코너는 물신숭배가 어떻게 인간을 소외시키고 있는지를 증언한다. 분유를 훔칠 수밖에 없었던 젊은 아빠의 사례는 물신숭배의 결과가 어떻게 사회적 문제로 파급되는지를 말해준다.

소유를 통해 욕망을 충족하려는 시도는 빈부격차, 사회적 위화감, 범죄의 발생과 같은 사회적 부조리들을 이미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소외와 물신 풍조는 ‘우리와 이웃’의 문제이기 때문에 논술의 단골손님이다.

▷연관 기출문제=가톨릭대 2000 정시 ‘노동의 의의’, 서강대 2003 정시 ‘인간과 노동’, 성균관대 2005 수시-1 ‘풍요와 행복’, 이화여대 2000 정시 ‘돈과 삶의 질’



주간동아 576호 (p98~98)

이동선 학림논술 고3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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