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2017.01.04

김창환의 통계 인사이트

‘모성 불이익’ 최대 피해자는 고소득 전문직 여성

‘아이 태어나는 나라’ 만들려면 일·육아 병행 여건 마련해야

  • 미국 캔자스대 사회학과 교수 chkim.ku@gmail.com

    입력2016-12-30 16:3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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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통계청은 ‘신혼부부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맞벌이 신혼부부의 소득이 많아질수록 아이를 덜 낳는다는 것이다. 이 통계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 원 미만인 맞벌이 신혼부부는 평균 0.78명의 아이를 낳는데, 소득 1억 원 이상인 맞벌이 신혼부부는 출생아 수가 0.63명이었다. 소득이 출산율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일까.

    국가 간 비교연구를 보면 인당 소득과 출산율에는 매우 강한 부정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저개발국가의 출산율이 높고 선진국의 출산율이 낮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을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1970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은 4.53이었는데, 2015년 현재 1.24에 불과하다. 한 국가 안에서 소득 수준에 따른 출산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2014년 기준 미국에서 연소득이 2억 원을 넘는 가구의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는 42.9명이다. 반면 연소득 1000만 원 이하 가구는 같은 기준에서 67.2명이었다. 소득이 높은 가정에서 출산율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하지만 이 결과만으로 맞벌이 부부의 소득이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결론을 바로 도출할 수는 없다. 주택을 소유한 부부는 평균 0.88명의 아이를 낳지만 무주택 부부는 0.77명으로 0.11명 적게 낳았다. 소득이 낮을수록 혼인율이 떨어진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고소득이 곧 출산율을 낮춘다는 주장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다.



    많이 벌어도 아이 못 낳는 까닭

    그렇다면 소득과 출산율의 관계는 대체 어떨까. ‘동아일보’에 따르면, 통계청 행정통계과장은 이 결과에 대해 “소득은 높지만 육아에 전념할 여유가 없는 전문직의 출산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설명은 소득과 출산율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전문직과 소득에 상관관계가 있고, 전문직과 육아를 위한 시간에 상관관계가 있으며, 육아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출산율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뿐이다.



    소득과 출산율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소득이 출산율을 낮추는 원인의 하나라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 학자가 많다. 높은 소득이 낮은 출산율의 원인이라면 가구주의 교육 수준, 직업 등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가구 소득이 높아지면 출산율이 낮아지고, 반대로 가구 소득이 낮아지면 출산율이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다른 변수를 통제하고 인과관계를 파악하려면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을 무작위로 선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임기 여성이 있는 가구의 소득 증가 여부를 마치 제비뽑기 하듯 무작위로 통제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것은 불가능하다. 자연과학에 비해 사회과학이 겪는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그래서 사회과학자는 실험적 조건과 비슷한 상황을 찾으려고 무척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댄 블랙 미국 시카고대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미국 애팔래치아 탄광지대의 출산율 변화를 살펴봤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로 석탄 가격이 상승했고, 이 때문에 애팔래치아 탄광지대의 가구 소득이 증가했다. 반면 비슷한 교육 수준을 가진 다른 지역의 가구는 같은 기간 소득 증가가 없었다. 애팔래치아 탄광지대의 가구 소득 증대는 순전히 외부 충격 때문이었다. 이렇게 애팔래치아 탄광지대에서 소득이 우연히 증가했을 때 출산율이 떨어지기보다 오히려 올라갔다. 소득 증가가 출산율 증가를 이끈 것이었다.

    혹자는 소득이 높아질 때 출산율이 높아지는 것은 저소득 노동자에게 한정할 경우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1970~80년대와 지금은 다르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21세기 이후 미국에서 주택 가격 상승이 출산율에 끼친 영향을 연구한 마이클 러븐하임 코넬대 교수와 케빈 멈퍼드 퍼듀대 교수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주택 가격이 1억 원 상승할 때 신생아 출산 확률은 약 17% 증가했다. 21세기에도 소득 증가는 여전히 출산율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사회통계를 가르칠 때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하는 간단한 예가 소방대원과 화재 피해액의 관계다. 출동한 소방대원 수와 화재 피해액은 긍정적 상관관계를 보이는데, 그 이유는 소방대원이 화재 피해를 키워서가 아니라, 화재 규모가 클수록 출동하는 소방대원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소방대원 수와 화재 피해액은 정의 상관관계지만, 인과관계 측면에서는 소방대원이 화재 피해액을 줄인다. 마찬가지로 소득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는 음의 관계지만, 인과관계 측면에서는 소득이 출산율을 높이는 데 더 기여한다.  

    사회과학에서 인과관계를 따질 때 또 하나 주목하는 것이 역인과관계다. 소득이 원인이고 출산율이 결과인 관계뿐 아니라, 출산이 원인이 돼 소득에 미치는 영향도 따지고 연구한다. 이때 출산과 소득의 상관관계는 남녀가 다르다. 여성은 출산과 소득에 부정적 관계가 있는 데 반해, 남성은 자녀 출산과 소득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 사회학에서는 전자를 모성 불이익(Motherhood Penalty), 후자를 부성 프리미엄(Fatherhood Premium)이라고 칭한다.



    출산이 엄마 아빠에게 미치는 영향

    아마 많은 사람이 모성 불이익의 이유를 알 것이다. 여성이 출산 후 육아를 하면서 경력단절을 겪거나 직장 일에 집중하지 못하면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서도 결혼 1년 차에는 조사대상 가구의 50%가 맞벌이를 했고 무자녀 비율이 77%에 달했지만, 5년 차에는 맞벌이 비율이 40%로 줄어들고 무자녀 비율은 13%로 떨어졌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맞벌이 비율은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력단절이 출산 후 여성 소득 하락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경력단절이 모성 불이익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미셸 부디그 미국 매사추세츠대 교수와 폴라 잉글랜드 뉴욕대 교수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생아 1명이 늘어나면 여성 소득은 7%가량 하락한다. 그런데 경력단절 효과는 이 가운데 2%p밖에 설명하지 못한다. 여성은 경력단절이 없어도 출산 후 5% 정도 임금 하락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모성 불이익은 고소득 전문직 여성에게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저소득 여성은 모성 불이익이 4~7%이지만, 고소득 전문직은 모성 불이익이 자녀 인당 10%를 상회한다. 전문직일수록 출산과 육아에 따른 페널티가 크다. 고소득 맞벌이가구에서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이 집단에서 나타나는 모성 불이익이 다른 집단보다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성 프리미엄은 왜 있는 것일까. 남성은 결혼과 출산 모두에서 프리미엄을 얻는다. 그런데 남성에게서 결혼 프리미엄이 나타나는 이유는 결혼이 소득을 높이기 때문이 아니라 소득이 높은 남성이 결혼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자녀 출산은 남성 소득의 증가 원인으로 작용한다. 알렉산드라 킬리왈드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부성 프리미엄은 자신의 생물학적 자식과 함께 사는 아버지에게서만 나타난다. 출산 후 자녀와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나 계부는 자녀가 생겨도 소득이 늘지 않았다. 아버지 구실을 하고자 한 어떤 노력 때문에 부성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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