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70

2017.01.04

경제

동영상이 무료라고? 광고 보는 데 연간 9만 원

광고 데이터요금 소비자에게 전가…정부, 이통사, 플랫폼, 제작자, 광고주 모두 ‘나몰랑’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12-30 16:31:5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스마트폰으로 무료 동영상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광고를 봐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광고 영상 데이터요금은 과연 누가 낼까. 이 데이터요금의 지급 주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유튜브’나 ‘네이버 TV캐스트’(네이버) 같은 동영상서비스에 접속해 무료 콘텐츠를 보려면 대부분 광고 영상을 강제로 봐야 한다. 문제는 정작 보려는 동영상콘텐츠는 무료인데, 광고 영상 재생에 들어가는 데이터 비용은 스마트폰 이용자가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용자 처지에선 원치 않는 광고를 시간을 들여 봐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광고 영상을 구동하면서 또 한 번 비용을 지급하는 것. 동영상콘텐츠를 보려고 광고 수신료를 추가로 내는 셈이다.  

    정부도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고자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동영상 유통에는 포털사이트, 이동통신사 등 이해관계가 얽힌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하고 있는 데다, 이들 중 어느 곳에 광고 데이터 비용을 부담시켜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결국 애먼 동영상콘텐츠 이용자만 계속 돈을 내가며 광고를 보고 있는 셈이다.

    동영상서비스에 붙는 광고 영상의 평균 길이는 유튜브 5~6초, 네이버 15초. 이들 광고 영상 재생에 소모되는 데이터 양은 HD(720p) 화질로 재생할 경우 초당 약 0.9MB, 이보다 낮은 고화질(480p)은 초당 약 0.5MB에 달한다. 의무 시청 광고의 길이가 5~15초임을 감안하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볼 때마다 2.5~13MB 데이터를 쓰는 셈이고, 이는 스마트폰 요금으로 지급된다. 





    65.8%가 데이터 사용 사실 몰라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광고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본인이 구매한 데이터가 소모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이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5.8%가 이 같은 사안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2016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당 오세정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조사 결과 스마트폰 이용자는 인당 월평균 120편의 동영상을 본다. 이를 감안하면 광고 영상을 보는 데 들어가는 데이터만 한 달 평균 1GB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를 현 스마트폰 요금체계로 환산해보면 연간 9만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는 강제로 광고를 시청하는 것은 물론, 본인도 모르게 이동통신사에 광고 비용을 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광고 영상 시청에 들어가는 데이터 비용은 누가 내야 합당할까. 바로 이 지점이 논란의 대상이다. 광고 영상과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설문 조사에 따르면 ‘광고주와 사이트 등 광고 수익을 올리는 주체’가 비용을 내야 한다는 응답자가 82.8%에 달했다. 지금처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응답은 16.6%에 그쳤다. 대다수 소비자가 광고 영상을 시청하는 데 들어가는 데이터 비용이 부당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녹색소비자연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광고 영상 시청만으로도 데이터가 크게 소모될 수 있다는 점을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리고, 광고 영상 시청으로 발생하는 데이터 사용에 대해 수익 사업자들의 보상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는 2016년 10월 “재생시간이 2분 30초 미만인 동영상에는 15초 광고를 넣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 방침은 네이버가 광고 영업권을 가진 콘텐츠에만 한정돼 전체 시장에서 실효성이 거의 없었다.

    정부는 광고 영상 시청 시 데이터 소모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는 동의했지만 비용 문제와 관련해서는 쉽게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광고 영상 시청 시 데이터가 소모된다는 내용을 알리는 것에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와 동의했다. 이 밖에도 내부적으로 광고 영상 시청 시 데이터 소모와 관련해 소비자 보상책을 검토 중이지만 어려운 문제다. TV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앞뒤 광고를 봐야 하는 것처럼, 무료 동영상콘텐츠의 광고를 시청하는 것 자체를 일종의 콘텐츠 이용료로 해석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관련 보상은 이동통신사와 광고주 등 업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유튜브와 네이버, 보상책 마련에 미온적

    실제로 모바일 동영상콘텐츠는 유통 과정에서 다양한 사업자가 참여한다. 무선통신망 자체는 이동통신사(이통사)가 운영하지만 동영상콘텐츠는 유튜브,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동영상콘텐츠 공급자는 지상파 방송에서부터 1인 방송까지 매우 다양하다. 광고는 별도 제작자가 광고주를 통해 수주한다. 따라서 방통위의 고민처럼 누가 모바일 광고의 데이터 부담을 질지 법적 기준이 명확지 않다.

    그렇다고 동영상콘텐츠 이용자가 무조건 광고 영상 데이터 이용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통신 사업자(이통사)가 플랫폼 및 콘텐츠 제작자 등 다른 사업자와 제휴해 데이터 이용료를 부담하는 ‘제로레이팅’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SK텔레콤 가입자가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에 접속할 경우, KT 가입 택시기사가 카카오택시 콜을 이용할 경우 데이터 이용료를 물지 않는 등 국내에도 일부 도입된 상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망중립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망중립성이란 ‘망(네트워크) 사업자가 유무선 망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업자들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개념으로, 다양한 중소 인터넷 콘텐츠 사업자의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로 생겨났다. 다시 말해 네이버, 지상파방송 등 대규모 플랫폼이나 콘텐츠 사업자가 제로레이팅을 통해 검색 및 동영상콘텐츠 제공 서비스를 이통사와 별도로 제휴하거나 요금 할인 등을 제공하면 결과적으로 다른 경쟁자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KT와 카카오가 제휴해 카카오서비스 이용에 들어가는 데이터(최대 3GB) 이용료를 면제해주는 ‘다음카카오팩’도 “망중립성 위반 여지가 있다”며 정부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이처럼 이통사와 제휴하는 것으로는 해결이 어려워지자 문제 해결의 책임이 정부와 서비스 제공자인 유튜브, 네이버 등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이들 동영상서비스업계는 보상책 마련에 미온적이다. 포털사이트업계 한 관계자는 “무료로 동영상을 보는 대신 광고를 시청하는 시스템은 국내외에서 이미 보편화된 상황”이라며 “동영상콘텐츠 이용자에 대한 광고 영상 데이터 보상책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정부도 뾰족한 대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미래부 관계자는 “방통위에서 모바일 동영상 이용자 보호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방통위 대책이 나온 뒤 미래부가 협조할 사항이 있으면 협조하겠지만, 현재 미래부 차원에서 관련 문제에 대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