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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의 골프雜說

사막 라운드 “어디가 러프고 어디가 그린이야?”

사막 라운드 “어디가 러프고 어디가 그린이야?”

사막 라운드 “어디가 러프고 어디가 그린이야?”

모래밭 페어웨이 속에 모래밭 벙커가 있다. 벙커 속에 들어간 공은 매트를 깔고 그 위에 공을 놓고 칠 수 없다.

페르시아만으로 들어가는 입구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두고 아라비아 반도와 이란이 마주 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이란의 위협에 겁을 먹은 해협 건너 아라비아 반도의 자그마한 일곱 토후국의 토후들이 함께 나라를 하나 만들었다. 바로 아랍에미리트연방(UAE)이다. UAE는 외교와 국방만 관장할 뿐 나머지는 모두 일곱 토후국 자치다.

토후국 중 가장 번창한 곳은 두바이다. 지금 세계의 이목이 두바이로 집중되고 있다.

두바이 토후에게는 골치 아픈 일이 하나 있다. 툭하면 옆 토후국 샤르자의 토후가 일부러 초라한 행색을 한 채 낙타를 타고 나타나 두바이 토후에게 손을 벌리는 것이다.

샤르자는 석유 생산량도 빈약한 데다 경제 발전 프로젝트 하나 변변한 게 없다. 그러나 이 나라에도 골프코스가 하나 있다. 두바이처럼 바닷물을 담수로 만들어 골프코스 잔디까지 기를 만한 여력이 없다 보니, 풀 한 포기 없는 사막에 맨모래 골프장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토후국이라는 게 워낙 작아 두바이에서 그 사막 골프장까지 가는 데는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간간이 오아시스만 보일 뿐 끝없는 사막이다.



샤르자 원더러스(Sharjah Wanderers)GC는 클럽하우스부터 초라하다. 이 황량한 사막 골프장의 116명 회원 중 우리 교민 5명을 빼고 나면, 전부가 영국인이라는 게 참으로 이상하다. 대부분이 석유채굴 엔지니어들인 영국인들은 가장 아랍적인 곳에서 색다른 골프코스를 힘들게 도는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캐디는 모두 파키스탄인이다.

포대 티잉그라운드에서 공을 날리면 페어웨이든 러프든 OB든 모두가 모래뿐이지만, 다음 샷은 자신이 친 공에 따라 유·불리가 천지차다. 철조망 바깥으로 나간 것은 무조건 OB가 되지만, 페어웨이와 러프는 말뚝으로 구분해놓아 페어웨이를 벗어난 공은 모래 위에 떨어진 그 상태로 샷을 해야 하고, 페어웨이에 안착한 공은 손바닥 두 개만한 매트를 그 자리에 놓고 공을 매트 위에 얹어놓고 칠 수 있다. 그것이 이 사막 골프장의 로컬 롤이다.

폐유 부어 만든 그린서 퍼팅 감각 만끽

페어웨이 안에서도 매트에 공을 올려놓을 수 없는 경우가 딱 하나 있다. 샌드벙커에 빠지는 경우다. 모두가 샌드벙커인데 그 속에 또 샌드벙커를 만들어놓은 발상 자체가 흥미롭다. 구덩이를 깊게 파놓은 것도 아니요, 다른 모래를 부어놓은 것도 아닌, 그저 경계만 둥그렇게 표시해놓았다.

모든 그린은 포대 그린이다. 지형적으로 포대 그린이 된 것이 아니라 유지 관리를 위해 입자 고운 모래를 그린에 뿌리고 모래에 폐유를 부어 점점 높아진 것이다. 신기하게도 기름에 전 모래 그린에서 퍼팅을 하면 스피드가 진짜 그린과 흡사하다. 물론 언듈레이션도 있어 퍼팅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싱글 핸디캐퍼라고 큰소리치는 사람도 이 골프장에 와서 100타를 넘기지 않는다면 활짝 웃으며 맥주 한잔을 마셔야 한다.

나는 9홀을 돌고 나서 포기했다. 보통 골프장에서 36홀을 도는 것만큼 힘이 든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걷는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주간동아 2007.02.06 572호 (p9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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