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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완벽한 영화가 어디 있나

충무로 ‘공공의 적’ K 기자 김용호 “감싸고 봐주는 게 비정상, 비판 시선 계속 유지”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도대체 완벽한 영화가 어디 있나

도대체 완벽한 영화가 어디 있나
얼마 전 영화전문지 ‘씨네21’은 ‘이 주의 영화인’으로 ‘충무로가 주목하는 K 기자’를 소개했다. K 기자에 대해 영화 마케팅 담당자와 제작자들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 ‘중천’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 제목을 보라. 노골적 비난 의도 말고 무엇이 보이는지.”

“인터넷이라는 바다에서 괴물이 태어난 것 아닌가.”

“K 기자 때문에 ‘중천’ 망했다. K 기자 없는 세상에서 영화 만들고 싶다.”

인터넷상에선 말할 것도 없다. 왜 아니겠는가. ‘또라이’ ‘사이코’라는 욕설은 점잖은 편이다. 그의 방대한 기사들을 분석한 블로거도 있다. N영화사 대표는 K 기자 때문에 단주 결심을 깨고 다시 ‘술을 푸고’ 있다고도 했다.



영화 관련 9개 단체서 ‘경고장’ 발송

공공연했지만 이때까지 ‘익명’이던 K 기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9개 단체가 그 앞으로 ‘뉴시스는 과연 언론인가’라는 제목의 ‘경고장’을 보냄으로써 공식적으로 ‘충무로가 주목하는’ 그 기자가 됐다.

이른바 K 기자는 인터넷 민영통신사 ‘뉴시스’에서 영화를 담당하는 김용호(32) 기자다. ‘괴물’ 관련 기사로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악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사랑 따윈 필요 없어’를 거쳐 최근 개봉한 ‘중천’ 비판 기사에 이르러 최고점에 달했다. ‘경고장’에 첨부된 몇몇 기사들의 제목은 이렇다. “김태희가 연기 못하는 이유” “CJ엔터테인먼트, 직원들에게 ‘중천’ 표 할당” “김태희, 100억짜리 영화에서 ‘재롱잔치’” “망한 영화 ‘중천’을 싸고도는 사람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1일 관객 5명… 참담” “문근영 또 악몽, ‘수능 따윈 필요 없어’” 등등.

그의 기사에 달린 수백 개의 댓글들에서는 영화팬들이 그를 심하게 비난하면서도 은근히 이를 ‘즐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것 좀 써보라’는 댓글도 꽤 있다. 영화단체들이 ‘경고장’까지 보낸 건 이런 심상찮은 반응 때문이었을 것이다.

‘경고장’ 발송 후 그를 만난 건 한 시사회가 열린 극장에서였는데, 신기하게도 마당발 영화 관계자들 중에도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바로 옆에 기사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봤다는 영화홍보사 대표가 있었다. 서로 어색하지 않았나?

“그분과 서로 얼굴을 모른다. 중간에 끼여서 고생하는 홍보사 사람들에겐 정말 미안하다. 영화계 사람들과 친분이 별로 없다.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아 자유롭게 혼자 영화 보고 그때그때 문제점을 쓸 뿐이다. 인간관계에 미숙한 점이 ‘경고장’까지 받게 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오늘 시사회 입장 금지됐을까봐 걱정하긴 했다.”

도대체 완벽한 영화가 어디 있나
-경고장 내용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대표적인 한국 영화단체 9개가 달려들어 ‘경고장’을 내야 할 일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회사에선 회사뿐 아니라 기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닌지 대응을 생각하는 중이다.”

-어떤 점이 명예훼손인가.

“경고장에 ‘기자로서의 도를 넘어서는 요구들이 거절당했을 경우’란 부분이 있다. 이는 금전적, 사적 요구를 했다는 암시를 준다. 이 기사의 어디가 틀렸다, 어떤 표현이 문제라는 지적이 아니라 기사 외적인 면이 문제란 얘긴데, 기사를 음모적으로 해석하려 하기 때문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이 점에 대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한 임원은 “돈을 요구하거나 하는 문제는 아니었다. 인터뷰 요구와 거절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경고장의 ‘몰지각한 취재 행태와 악의적 보도 행태’ 사례들을 보면 ‘중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주연배우 인터뷰 요청이 거절된 뒤에 모두 악의적 기사가 나온 것으로 돼 있다.

“좋게 쓰는 건 당연하고, 나쁘게 쓰면 ‘인터뷰 트러블’이 있다는 이야기인가. ‘중천’은 ‘라운드 인터뷰’를 한다고 해 내가 거절했다. 스타는 시간 안 내주고, 제작사는 욕심을 내니 7~8개 매체를 모아 ‘라운드 인터뷰’를 한다. 매체가 많으니 그것도 서로 하겠다고들 한다. 여기서 무슨 깊은 이야기가 나오겠나. 홍보사와 인터뷰 트러블이 있었던 건 ‘사랑 따윈…’이었다. 그러나 어떤 분야든 취재원과 트러블은 생길 수 있다.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닌데 경고장에서는 본질인 양 왜곡하고 있다.

영화가 좋다면 비판적인 기사를 쓰지 못한다. 시사회 후 다른 기자들도 부정적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기사는 다들 좋게 썼더라. 한국 영화라고 감싸주고, 영화 만들 때 얼마나 힘들었겠나 봐주고, 친분 생각하니 그렇다고 본다. 한 사람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는 것이 정상 아닌가.”

-‘두고 보자’는 등 협박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 ‘뉴시스’가 후발주자이고 매체는 수백 개니 처음엔 영화사나 홍보사에서 자료도 잘 보내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항의도 했다. 자료나 인터뷰 기회에서 좀 챙겨달라는 하소연이다. 언론이 권력이라고 하지만 지금 스타와 대기업보다 더한 권력이 있나.

-기사에서 집중적으로 비판한 영화가 CJ와 쇼박스 배급인 건 사실이다.

“쓸 땐 몰랐는데 지금 내가 봐도 ‘중천’ 기사는 엄청나게 많이 썼더라. 특정 배급사가 타깃은 아니다. ‘미녀는 괴로워’는 쇼박스 영화지만 호평을 했다. 단지 대기업이 배급망을 장악하고, 돈으로 스타들을 써서 감독의 스타일까지 왜곡하는 데 대해선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다. ”

-박찬욱 봉준호 등 스타감독과 권상우 최지우 등 한류스타들에게 ‘안티’를 건다는 지적이 있다.

“두 감독은 무척 존경한다. 박찬욱 감독은 너무나 좋아해서 영화 담당이 된 후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이었고, 벌벌 떨며 인터뷰했었다. ‘올드보이’ DVD를 사가서 사인도 받았다. 그런데 이런 감독들의 개성이 마케팅 차원에서 변질된다. 이건 못 봐주겠다. 맞장구쳐주지 못하겠다. 권상우도 ‘한국의 브래드 피트’라고 했을 만큼 좋아한다. 하지만 한류스타의 잘못된 활동을 보도하면 반민족자로 몰아간다. 무조건 스타를 감싸고, 활동상을 부풀리는 건 콘텐츠 가치를 떨어뜨린다. 영화 흥행 실패가 내 탓이라고 하는데 톱스타 쓰고, 돈 쏟아붓고, 극장 다 잡고 있으면 당연히 장사 될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은 냉정하게 심판하다.”

-영화를 비판할 때 ‘영화적 완성도’라는 말을 쓰는데, 그러려면 영화평론가의 말도 받고, 시나리오나 장면 분석을 해서 나름의 ‘근거’를 내야 하지 않나.

“빨리빨리 기사를 올려야 하는 인터넷 통신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큰 아쉬움이 정리하고, 가다듬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뒤늦게 좀 다듬었으면 좋았을 거라고 아쉬워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내 기사는 문제를 던지는 것이다.”

-‘심판의 날이 온다’ 등 직접적이고 거친 표현도 문제로 지적된다.

“제삼자가 봤을 때 지나치게 공격적이거나, 표적을 둔 듯한 표현들이 있다는 잘못은 인정한다. 할리우드식 ‘공격적 저널리즘’의 글을 쓰고 싶은데, 짧은 기사에 몇몇 단어들이 튀다 보니 취지가 흐려지기도 한다. 인터넷 매체 특성상 ‘빙빙 돌려쓰는’ 게 적당치 않은 것 같다.”

-경고장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나에 대한 ‘경고’라면 충분했다. 페널티가 무서워서가 아니라 파급력을 생각하게 됐다. 반성 많이 했다. 개인적 해프닝이 아니라 자본과 스타, 비평과 대중의 관계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나는 현재의 비판적 관점을 유지할 것이다. 나 같은 기자도 한 명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주간동아 571호 (p64~65)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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