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1

2007.01.30

“김해 특성 살린 디자인이 최고 경쟁력”

디자인전문회사 이룸 변상식 실장 … 가야세계문화축전 행사 홍보 등 업계서 두각

  • 양병하 프리랜서 md5945@naver.com

    입력2007-01-24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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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 특성 살린 디자인이 최고 경쟁력”
    “서울 등 대도시에 비해 기술 면에선 결코 뒤지지 않는데도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회의가 많았습니다.”

    1월 10일 경남 김해 삼계동에 자리한 디자인전문회사 ‘이룸(iRoom)’ 사무실에서 만난 변상식(39) 실장은 2003년 귀향과 동시에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의 고생을 이렇게 표현했다. 디자인업계의 특성상 서울과 대도시 업체들이 수주를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지방 업체들은 실력이 저평가되는 불이익을 당하기 십상이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룸은 그러한 지역 한계를 오히려 기회로 여기고 극복해냈다. 철저히 지역성에 근거한 마케팅으로 대도시 디자인 군단의 파워를 이겨내고 있다는 게 변 실장의 설명. 이를 바탕으로 이룸은 지난해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공인 산업디자인 전문회사’로 인증받기도 했다.

    변 실장은 부산의 한 디자인업체에서 실장으로 근무하다 사장과 의견차가 잦자 ‘홧김에’ 고향인 김해로 돌아왔다. 김해에 본가도 있어 홀가분한 심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사업체라고 차려놓고 보니 고향 사람들은 ‘출향인=외지인’이라며 텃세를 부렸다.

    “부산에서 경력을 쌓았다고 하면 ‘외지인이 왜 김해까지 왔냐’며 타박하기 일쑤고, 김해에서 자랐다고 하면 ‘촌놈 실력이 별거냐’는 이중잣대로 대하니 답답할 뿐이었습니다.”

    귀향 후 2년이 지나자 겨우 실낱같은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와인과 친구는 묵을수록 좋다’는 말처럼 어릴 적 친구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소개받은 인맥들이 차츰 실력을 인정해주고 입소문을 내 주문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룸은 ‘가야세계문화축전 2005 김해’ 행사의 홍보 대행을 맡으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최근 부산·경남권 최초로 초대형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유치한 김해문화의전당과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미술관인 클레이아크 미술관의 개관 홍보물을 맡고, 김해분청도자기축제의 홍보물 제작 등 굵직한 실적들을 올리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현재 연매출은 4억~5억원. 아직 미미한 액수지만 귀향 3년 만에 이룬 실적치곤 꽤 괜찮은 수준이다. 주 종목은 시각·환경 디자인으로 특히 옥외 홍보물과 네온사인 등 도시환경 디자인이 주력 분야다. 현재 시각전문 디자이너 2명, 환경전문 디자이너 1명이 포진해 있다.

    부산 등 인근 도시에도 지사 개설 포부

    변 실장은 직함과는 달리 사실 의젓한 ‘사장님’이다. 다소 젊은 나이가 사업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다른 사람을 대표로 내세웠다는 것. 하지만 “언론을 접하는 게 처음”이라는 표현으로 봐선 겸손이 몸에 밴 탓도 있는 듯했다.

    그가 ‘이룸’이란 상호를 만든 이력이 특이하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을 보고선 ‘내 꿈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각오로 ‘이룸’으로 작명했다는 것. 그때부터 취미도 ‘축구’로 바꿨다. 가족 사랑도 남다르다. 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딸 이름으로 e메일 주소를 만들었다. 귀향과 IMF 환란을 거치는 동안 한때 ‘세태의 아이콘’으로 자리했던 화두를 성공적으로 사업에 접목한 변 실장은 이제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부산, 창원, 마산 등 인근 도시에 지사 개념의 사무실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유능한 디자이너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지방대학 인재들은 서울로, 대도시로, 대기업으로만 향하고 대도시 인재들은 지방이라면 고개부터 돌리는 현실을 바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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