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博博 긁으면 지지율 역전?

박근혜 전 대표 후보 검증 진검승부 … 앞선 자의 여유(?) 이명박 전 시장 ‘소이부답’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博博 긁으면 지지율 역전?

博博 긁으면 지지율 역전?

2007년 1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오른쪽)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건배를 하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각오를 단단히 한 것 같다. 강재섭 대표의 만류에도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겨눈 검증의 칼을 거두지 않고 있다.

살아온 여정, 정치철학과 색깔 등을 검증하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속내는 이명박 신화 뒤에 숨은 거품을 파헤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은 구정 민심이 형성되기 전에 지지율을 조정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적이라면 경선은 무의미하다. 그게 검증의 칼을 빼든 배경이 된 것 같다.

박 전 대표 측이 말하는 검증은 다른 말로 하면 ‘네거티브’다. 표현만 다를 뿐 성격은 유사하다. 선거판의 네거티브는 효과가 즉시 나타나고 정치인들은 네거티브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양날의 칼 쓰는 ‘위험한 게임’



그렇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은 치명적 함정을 갖고 있다. 잘못하면 자신의 눈을 찌를 수 있다. 양날의 칼이다. 네거티브가 본격화하면 둘 가운데 하나가 죽을 수도 있다. 경우에 따라 둘 다 죽을 수도 있다. 또 이기고 지거나, 지고도 이기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만큼 위험한 게임이다. 그 위험한 게임에 박 전 대표가 나섰다. 그런 박 전 대표 측을 이 전 시장은 웃으면서 바라본다. 말이 없다. 소이부답(笑而不答). 무슨 뜻일까.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 마포 소재 H호텔. 박 전 대표와 김무성, 유정복, 김영선, 이한구 등 7~8명의 의원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모두 박 전 대표와 가까운 측근들. 대선과 지지율, 그리고 이 전 시장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자리다. A의원이 여권의 야당후보 관리 전략과 시나리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여권이 이 전 시장을 조직적으로 관리한다는 얘기가 있다. 시나리오는 이렇다. 먼저 구정을 전후해 이 전 시장을 본격적으로 띄운다. 대세론을 탄 이 전 시장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에 출마한다. 그러나 11월 후보등록을 전후해 여권이 준비한 이명박 X파일을 공개, 침몰시킨다. 여권은 이미 이 전 시장과 관련한 수십 개의 의혹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갖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딱히 ‘팩트’가 없다. 반은 추론이고 반은 첩보 정보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이 시나리오에 빠져든다. 사실에 가깝다고 믿는다. 왜 그럴까.

피해의식과 조급증이 부른 착시현상이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따라잡을 수단이 없다. 신년 초 박 전 대표가 헤어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추격에 나섰다. 예상대로라면 지지율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울어진 민심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1월10일경 위기감이 캠프를 감쌌다. 그 와중에 유승민 의원이 검증의 깃발을 들었다. 유 의원 측 한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두 차례나 대선에서 실패했음에도 패배 원인을 분석한 백서 한 번 만든 적이 없다. 말로만 반성할 뿐 행동이 없다. 지난 1년 우리의 자화상을 되돌아보라. 이대로 가면 우리 앞에는 또 다른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유 의원은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다”고 말했다. 과연 박 전 캠프 측에서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준비했을까.

이 전 시장과 관련해 시중에 나도는 의혹은 50여 가지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5~7가지에 불과하던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덩치를 키우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구정 전에 100가지의 각종 의혹이 춤을 출 것이라고 전망한다.

애초 숨겨둔 딸만 있던 이 전 시장은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숨겨둔 아들까지 덤으로 얻었다.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형 이상득 국회부의장과는 배다른 형제다. 이 전 시장은 아들과 함께 군 면제 의혹에도 시달리는 중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도 부활해 이 전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 1992년 정 전 회장이 그룹 감사팀을 시켜 자신과 다른 정치외도에 나선 이 전 시장의 현대신화를 발가벗기는 작업을 했고, 그 자료가 여권과 한나라당 특정캠프에 들어갔다는 것. 이 자료에는 이 전 시장의 핑크빛 로맨스는 물론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이 전 시장의 재산형성 과정의 의혹을 풀어줄 실마리까지 들어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일본 이름으로 개명한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런 내용을 검증하자는 것일까. 신동철 공보특보의 설명이다.

네거티브 폭로전 가능성도 암시

“잘못 짚었다. 정책을 검증하자는 얘기다. 한반도 대운하라든가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짧은 코멘트는 들어봤지만 정책의 타당성, 현실성을 둘러싼 제대로 된 논쟁은 한 번도 시도된 적이 없다. 이런 아젠다를 놓고 여러 각도에서 조명해보자는 의도다.”

네거티브와 검증을 구별해달라는 요구다.

박 전 대표 측이 말하는 검증의 대상은 이것이 전부일까. 누리꾼(네티즌)도 다 알고 있는 각종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표 캠프는 아무런 정보가 없을까.

“명색이 대권주자 캠프고, 더구나 경쟁자인데 왜 이런저런 얘기가 없겠나.”

어떻게 보면 박 전 대표 캠프야말로 이 전 시장을 공격할 수 있는 각종 첩보 정보의 집합처다. 박 전 대표 캠프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알 수 있는 수십 가지의 의혹 외에 ‘박근혜 캠프’만이 알 수 있는 각종 비밀정보도 직간접 경로를 통해 수시로 흘러 들어온다. 확인되지 않은 이런 첩보 정보를 캠프 인사들은 입에 올리지 않을 예정이다. 한 참모의 설명이다.

“그것은 말 그대로 네거티브 성격이 강하다. 비록 지금 검증의 칼을 겨누지만 그 과정이 끝나면 그쪽과 우리는 다시 하나로 뭉쳐 전장에 나가야 한다.”

그러나 뒤를 잇는 말이 묘하다. 가시가 보인다.

“그렇지만 국민은 모든 대선후보들에 대해 부정부패를 하지 않았는가, 도덕적 흠은 없는가, 소신과 철학이 21세기 시대 흐름에 배치되지 않는가라는 문제 등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검증을 통해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밥만 먹고 돈만 벌면 된다’가 아니라 국격에 걸맞은 대통령으로서의 인성과 인격, 자질을 갖췄는지를 총체적으로 검증하겠다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 그것이 네거티브의 범주에 속할 가능성도 있다는 암시의 말이다.

검증의 칼을 거머쥔 박 전 대표는 갈수록 수위를 높이고 있다. 원래 장수는 전선에 나서지 않는 게 불문율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장수에게 화가 미치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이 불문율을 무시하고 검증정국을 주도한다. 검증에 대한 확실한 자신이 있는 게 아니라면 전략 부재로 볼 수 있다.

전면에 나서 검증정국을 주도한 박 전 대표는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朴-博’의 싸움은 어쩔 수 없이 진검승부로 성격이 변하고 있다. ‘朴의 창인가, 博의 방패인가.’ 주사위는 던져졌다.



주간동아 571호 (p26~27)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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