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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자고 훈련받느라 ‘혼쭐’ 중력 테스트 땐 기절하기도

우주인 후보 막판 탈락자 3인의 뒷이야기 … “우주식량에 입맛 맞추고 무중력 상태도 이젠 익숙”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잠 못 자고 훈련받느라 ‘혼쭐’ 중력 테스트 땐 기절하기도

잠 못 자고 훈련받느라 ‘혼쭐’ 중력 테스트 땐 기절하기도

최종 ‘6인의 후보’에 올랐다가 안타깝게 고배를 마신 이진영, 박지영, 윤석오 씨(왼쪽부터).

최종 ‘6인의 후보’에까지 올랐다가 막판에 고배를 마신 한국인 최초 우주인 후보 박지영(여·24), 윤석오(30), 이진영(37) 씨를 만났다. 허탈함과 실망감으로 울적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 이들은 즐거운 표정이었고 행복한 기분으로 ‘우주인 후보’ 시절을 회상했다.

잠 못 자고 훈련받느라 ‘혼쭐’ 중력 테스트 땐 기절하기도
- 3만6206명→245명→30명→10명→8명

2명의 우주인을 뽑는 데 무려 3만6206명이 지원했다. 1만8103대 1의 경쟁률. 이 무시무시한 경쟁률을 뚫을 수 있다고 자신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아내의 권유로 지원서를 낸 공군 전투조종사 이진영 소령은 “1차 후보자 245명이 발표된 지난해 10월13일에야 비로소 ‘아, 이러다 정말 우주에 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윤석오 씨도 10월27일 30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 들고 나서야 주변에 우주인에 지원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주복’이 멀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후보자 호명 때마다 천당과 지옥 사이



이진영 소령은 가장 떨렸던 순간으로 10명의 후보를 가려낸 11월23일을 꼽는다. 그의 이름이 마지막으로 불렸다. “8명까지 발표됐을 때 ‘떨어졌구나’ 하며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제 이름이 불렸어요. 정말 기뻤습니다. 5명의 공군 후보 중 저만 유일하게 선발돼 책임감도 막중했죠. 외국에는 공군 조종사 출신 우주인들이 많거든요.”

이틀 뒤인 11월25일 다시 8명으로 후보를 압축하는 순간. 이번에는 한국과학기술원 석사과정에 있는 박지영 씨가 가슴을 졸여야 했다. 7명이 발표되고 남은 3명 중 1명만이 살아남게 되는 상황. 사회자가 남은 세 명 중 한 명에게 “누가 됐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그는 “나이가 가장 어린 박지영 씨가 됐으면 좋겠다. 후학에게 길을 터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박씨의 이름이 호명됐다. “우아, 그때 말이죠. 정말 기분이 묘했어요.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이고 고맙고….”

잠 못 자고 훈련받느라 ‘혼쭐’ 중력 테스트 땐 기절하기도

러시아에서 무중력 테스트를 받고 있는 박지영 씨.

- 나흘간의 의료 테스트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1차 합격자 30명에 대한 4일간의 정밀 의료 테스트가 실시됐다. 우주 공간에서 탈이 나지 않을 완벽한 신체를 가진 후보를 가려내기 위해서였다. 무려 100여 종의 테스트가 진행됐다. ‘기립 경사대 검사’ ‘G(중력부담)테스트’ ‘비상탈출 테스트’ ‘저압실 테스트’ 등 거의 훈련에 가까운 검사도 이뤄졌다.

전투기 조종사인 이진영 소령은 이러한 테스트를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지만 순수 민간인인 윤석오, 박지영 씨의 사정은 달랐다. 특히 박씨는 G테스트 때 잠깐 기절해 주변을 걱정시켰다. G테스트의 ‘미션’은 자기 몸무게의 5배에 해당하는 5G의 중력을 견뎌내는 것. 박씨는 잘 견디다가 마지막 순간에 긴장을 늦추는 바람에 의식을 잃었다고 한다. “제가 갑자기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부르더래요. 저는 그냥 눈을 오래 감았다가 뜬 줄 알았는데 순간적으로 기절했나봐요. 하하.” 이 소령은 G테스트를 하는 중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지켜보는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F16기의 경우 9G까지 올라갑니다. 경험이 많기 때문에 중력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중력을 견뎌내는 호흡법이 나와요.”

기립 경사대 검사란 경사 조절이 가능한 침대에 몸을 고정하고 약물을 투여해 몸의 반응을 살피는 것. 약물로 몸을 저혈압 상태로 만들어 심장 맥박을 천천히 뛰게 한 뒤 몸의 반응을 살핀다. 윤석오 씨는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검사라서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 검사를 훌륭하게 마쳤다. 침대에서 내려오자마자 곧장 러닝머신에 올라가 10분 넘게 뛰었다. 윤씨는 “대학 때 조정선수로도 활동하고 헬스클럽에서 꾸준히 뛴 덕분이었다”면서도 “SBS방송 팀이 철수한 직후 긴장이 풀린 탓인지 현기증이 확 밀려왔다”고 했다.

- 2박3일간의 ‘스페이스 캠프’ · 러시아 현지 테스트

10명의 후보는 지난해 11월23일부터 ‘스페이스 캠프’라 불리는 시설에서 2박3일 일정의 합숙 테스트를 받았다. 또한 12월4일에는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로 날아가 기초·임무수행 훈련을 받았다.

이진영 소령은 “신체능력 테스트보다 거의 잠을 잘 수 없었던 합숙 테스트가 더욱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전투조종사는 일정 시간 이상을 자지 않으면 비행할 수 없는 게 철칙이거든요. 그래서 잠 안 자고 훈련받는 일은 너무 낯설었습니다.”

합숙 때는 주로 팀워크 테스트가 많았다. 윤석오 씨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조립하는 것을 좋아해 최아정 씨와 함께 로봇 팔을 조립한 것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진영 소령은 힘들었던 골드버그 테스트 이야기를 꺼냈다. 이 테스트는 점화한 화학로켓이 줄을 타고 날아가 과녁을 맞히도록 하는 것. 단 몇 가지 소재를 활용해 점화 전까지의 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높은 점수를 받는다. 5명이 한 조가 되어 5시간 동안 이 테스트에 매달렸다. 우주인으로 선발된 이소연 씨가 고안한 ‘사이다 주사기’는 결국 작동하지 않았다. 이 소령은 “항상 씩씩한 소연 씨가 팀원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훔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스페이스 캠프에서는 ‘우주식량’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동결 건조된 밥, 국, 반찬 등이 나왔다. 박지영 씨는 ‘뜨거운 토마토주스’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우주식량은 뜨거운 물이나 찬물을 부어 먹으면 되는데, 후보들은 모두 빨간색 분말이 든 봉지를 순두부찌개라고 생각하고 뜨거운 물을 부었다. 맛을 보니 토마토주스였던 것. 박씨는 “맛이 매우 독특했다”며 웃었다.

“러시아에서의 훈련은 하나하나가 모두 즐거운 기억이었어요. 무중력 테스트는 두 차례 비행에 걸쳐 스무 번 진행됐는데, 방송팀은 한 번만 탔거든요. 이미 무중력에 익숙해진 우주인 후보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멋지게 포즈를 잡고 있는데, 방송 스태프들이 모두 벌러덩 넘어진 거예요. 우리끼리 키득키득 웃었죠.”(박지영 씨)

윤석오 씨는 ‘로드 미션’ 때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난 러시아 여고생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 여고생은 3년째 한국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마침 읽고 있는 책이 피천득의 수필 ‘인연’이었어요. 러시아에까지 함께 날아온 후보들도 그렇고, 그 여고생도 그렇고 정말 ‘인연’인 것 같아 기분이 묘했습니다.”

아쉬움 크지만 우주인 꿈은 그대로

아깝게 탈락한 이들 우주인 후보는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윤석오 씨는 직장으로, 박지영 씨는 대학원 실험실로, 이진영 소령은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연세대로 돌아가 밀린 업무와 실험, 공부를 하느라 여념 없는 모습들이었다.

이제 이들은 ‘우주의 꿈’을 접었을까? 한결같이 “아니오”라고 했다. 다시 기회가 온다면 도전장을 내밀겠다고, 이미 여러 우주인 테스트를 받아본 자신들이 조금 더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물론 아쉬움이 크다. 버클리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윤석오 씨는 “비(非)이공대 출신으로 우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마지막 아닐까 싶어 무척 아쉽다”고 했다. 이진영 소령은 “열한 살 된 아들이 펑펑 울 정도로 아빠가 떨어진 데 대해 크게 실망했다”며 아들에게 미안해했다.

그러나 이들은 “비록 우주인이 되진 못했지만 이번 선발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그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박지영 씨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윤석오 씨는 “동고동락한 멋진 동료들”, 이진영 소령은 “도전하는 자, 그리고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는 깨달음”이라고 답했다.

“우주인 후보 선발과정에서 만난 모든 분들은 우주인이 될 충분한 자질과 열정을 가진 멋진 분들이었습니다. 그러한 분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참 즐거웠어요. 이제는 국민 한 사람으로 돌아가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될 고산, 이소연 씨를 열심히 응원하려고 합니다. 언제나 침착한 산이와 적극적인 소연이가 잘 해내리라 믿습니다.”(윤석오 씨)



주간동아 2007.01.09 568호 (p38~39)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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