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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자들 “부동산만한 게 있나”

PB서비스 받는 부자들 분석 … 자산 불리기보다 지키기, 해외 부동산 투자도 급증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강남 부자들 “부동산만한 게 있나”

강남 부자들 “부동산만한 게 있나”

올해 한국투자증권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PB센터`에 마련한 `투자 갤러리`. 작품 감상과 함께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투자도 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VVIP만 특별하게 모십니다.”

10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가진 웰스매니지먼트(WM) 고객을 유치하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뜨겁다. 거액 자산가에 대한 헬스케어서비스가 등장했는가 하면, 고객의 자녀들에게 맞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도 생겼다. PB(프라이빗뱅킹)고객이 땅이나 집을 살 때 풍수컨설팅을 제공하는 은행도 있다. 그렇다면 PB 서비스를 받는 부자는 얼마나 될까? 그들의 재테크와 씀씀이 수준은 어떨까? 신학용 의원(열린우리당)을 통해 입수한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의 PB 관련 자료를 바탕으로 ‘부자들의 은행’을 들여다봤다.

PB고객의 조건은?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 자리한 하나은행의 WM센터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이 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으려면 금융자산이 10억원은 돼야 한다. 예치 자산 5억원을 PB 가입기준으로 정해놓은 SC제일은행 서초중앙지점에선 ‘서비스 앰배서더(Service Ambassador)’가 일대일로 고객을 에스코트한다.

PB 가입 요건은 은행마다 다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외환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TCE고객)의 PB고객 가입기준은 10억원 이상의 예치액을 가진 사람이다.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은 5억원 넘게 예치한 고객을 PB로 관리한다. 국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의 PB 가입기준은 각각 3억원, 1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은행들은 ‘PB 위의 PB’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10억원 이상의 자산을 예치한 고객만을 전담하는 2개의 WM센터를 강남에 오픈할 예정인데, PB 가입기준도 예금잔액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30억원 이상을 예치한 고객에게 ‘윈 클래스 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의 PB고객 숫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4년 6월 698명이던 PB고객이 2006년 6월엔 2796명으로 증가했다. SC제일은행도 2004년 6월 1827명에서 2006년 6월 2778명으로 늘었으며, 국민은행이 PB로 관리하는 고객은 7465명에 달한다(2006년 6월 현재).

강남 부자들 “부동산만한 게 있나”
PB고객과 일반 고객의 1일당 평균 금융 포트폴리오 비교 (단위: 백만원)
  펀드 가입 금액 방카슈랑스 가입 금액 예금 잔액 대출 잔액 신용카드 사용액(월)
PB고객
우리은행 54.4 34.2 78.7 52.7 0.6
하나은행 193 35 433 75 1
SC제일은행 302 28 794 106 11
한국씨티은행 71.3 8.9 136.6 6.5 0.48
국민은행 204 22 160 13 22
일반 고객
우리은행 3.3 4.4 1.8 34.3 0.2
하나은행 11 6 5 63 0.4
SC제일은행 16 36 11 66 0.4
한국씨티은행 0.2 0.01 1.3 3.1 0.14
국민은행 0.74 0.14 3.61 4.62 0.83


부심(富心) 유혹하기

평범한 사람들은 PB센터에 발을 들여놓기조차 쉽지 않다. 상당수의 PB센터가 예약을 통해서만 손님을 받는 터라 문 앞에서 제지를 당하기 때문이다. PB센터는 인테리어부터 호사스럽다. 자산가들은 부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독립적으로 꾸려진 고급상담실에서 금융, 부동산, 세무, 법률 등과 관련한 조언을 듣는다.

“PB가 무슨 일을 하느냐고요? 부자들의 ‘개인 집사’라고 보면 돼요.”

하나은행의 한 PB는 “어떤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부자들의 심부름꾼이자, 아픈 곳을 긁어주는 주치의”라고 말했다. PB센터의 주요 업무는 고객들의 돈을 불리는 것이다. 그러나 PB센터에서 이뤄지는 서비스는 ‘돈을 불리는 것’ 그 이상이다.

PB들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상속세를 적게 내는 방법을 줄줄 꿰고 있다. 자산가들의 최대 관심사가 상속 관련 세(稅)테크이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다른 절세법도 세무사, 부동산전문가가 팀을 이뤄 조언한다고 한다.

고객들의 ‘친구가 되어’ 골프를 치고 와인을 마시는 것도 PB의 일이다. 결혼적령기의 자녀를 둔 고객에게는 며느릿감, 사윗감을 소개해주는 중매쟁이가 된다. 고객이 이사하거나 사무실을 옮길 때는 PB가 공인중개사 노릇도 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은 ‘스페셜 고객’에게 더욱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외환은행은 PB고객들에게 해외투자와 조기유학 등의 글로벌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미국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제공하는 세계 수준의 건강검진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풍수전문가와 자문 계약을 맺고 고객에게 풍수컨설팅을 제공 중이다. 국민은행은 전문가들을 초빙해 PB고객의 자녀들에게 진로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우리은행은 유언 및 상속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PB고객들의 여가생활까지 관리한다. 라이프케어라는 이름으로 골프, 여행, 공연, 미술, 스포츠 등의 분야에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 우리은행의 PB고객은 언제든 스카이박스에서 프로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부자의 재테크, 빈자의 재테크

PB고객들의 자산 운용은 매우 보수적이다. 실질 금리인 3~4%보다 2배 정도 더 수익을 올리면 ‘성공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사업이나 배당, 임대료 수익 등 수입이 많기 때문에 재산을 늘리기보다는 지키려고 한다는 것.

자산가들은 재산의 일부를 외국계 은행에 맡겨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1997년의 경제위기 같은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자산을 3~4개 은행에 나누어 예치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엔 해외 부동산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강남 부자들 “부동산만한 게 있나”
시중은행 PB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이 가장 신뢰하는 투자 수단은 부동산이라고 한다. 국민은행의 한 PB는 “자산가들이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비중은 10%가 안 된다”면서 “이들은 아파트와 토지를 가장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미어리그의 박지성과 메이저리그 박찬호의 자산을 관리하는 우리은행 강남PB센터의 한 관계자는 “스포츠스타, 연예스타들도 은퇴 이후 안정적인 수입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동산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펀드에 대한 관심도 일반인보다 높다. 연 7%가량의 배당이 나오는 선박펀드 같은 경우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구입해 모아두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경우 5억원이 넘는 금융자산을 가진 사람은 1인당 평균 2억400만원을 펀드에 넣어두고 있는 데 비해, 평균 예금 잔액은 1억6000만원에 그쳤다. 반면 이 은행의 일반 고객은 1인당 평균 펀드 가입금액이 74만원으로 예금 잔액 361만원보다 낮았다. 하나은행의 한 PB는 “부자들은 펀드를 고를 때도 수익률보다는 안전성을 우선시한다”고 전했다.

금융자산 5억원 이상의 자산가들은 보험에 투자하는 돈도 상당하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산가들은 1인당 평균 2200만원을 보험에 투자했는데, 일반 고객은 보험에 쓴 돈이 14만원에 그쳤다. 우리은행에서도 자산가들은 1인당 평균 3420만원을 보험에 넣은 반면, 일반 고객은 440만원을 방카슈랑스 상품을 구입하는 데 썼다(이상 2006년 8월 말 기준. 표1 참조).

부자들은 짠돌이?

대표적인 VVIP카드인 현대카드 ‘더 블랙’의 월 사용한도는 1억원이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100만원인데, 자산뿐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교양까지 갖춰야 회원이 될 수 있다. 심사를 거쳐 카드가 발급된 회원은 9999명.

그런데 ‘더 블랙’ 소지자의 2006년 상반기 월평균 카드 이용액은 한도액인 1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423만원으로, 생각보다 높지 않다. LG카드의 VVIP카드인 ‘더 베스트’와 신한카드의 VVIP카드인 ‘신한인피니트’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도 각각 215만원, 112만원으로 일반 카드 소지자와 비교해 크게 높지 않았다.

금감원 자료에서도 PB고객과 일반 고객의 신용카드 사용액 격차는 대부분의 은행에서 40만~70만원 수준으로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연령대별 예치자산 5억원 이상 고객 수
 : 10대 이하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이상
우리은행 25 123 550 1656 2039 2511
하나은행 46 148 788 2289 2790 4267
외환은행 11 45 237 762 852 1070
SC제일은행 6 49 195 585 841 1093
한국씨티은행 21 74 456 1145 1280 1843
국민은행 34 190 1179 3429 3788 4412


강남 부자들 “부동산만한 게 있나”

강남 부자들이 ‘헤쳐 모인’ 분당 정자동의 아파트촌(좌).문화예술인이 많이 사는 평창동 주택가.

예컨대 SC제일은행의 5억원 이상 자산가들은 월 평균 110만원을 신용카드로 구매했고, 일반 고객은 40만원을 카드로 긁었다. 이 은행에 돈을 맡긴 자산가들의 1인당 평균 예금 잔액은 7억9400만원, 일반 고객의 1인당 평균 예금 잔액은 1100만원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5억원이 넘는 예금 잔액을 가진 자산가들은 월 평균 60만원을 카드로 긁었고, 일반 고객은 20만원을 신용 구매했다(이상 2006년 8월 기준. 표1 참조). 국민은행의 한 PB는 “부자들은 의외로 짠돌이인 경우가 많다”면서 “PB고객들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고 말했다.

부자동네, 권력동네

부촌은 움직인다. 개발독재 시절에는 ‘돈’이 ‘권력’ 주변에 몰려들었다. 청와대에서 가까운 서울 성북구 성북동과 용산구 한남동이 전통 부촌으로 자리잡은 까닭이다. 하지만 80년대에 접어들면서 부촌은 한강 이남의 여러 곳으로 퍼져갔다.

자산가들의 거주지는 서울 여의도, 동부이촌동, 서초동, 방배동, 압구정동 그리고 도곡동과 대치동으로 줄곧 이동해왔다. 2000년대 이후의 신흥 부촌은 강남 부자들의 ‘헤쳐 모여’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은행의 PB고객들은 어떤 자치구에 가장 많을까?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은행, 하나은행, 외환은행,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국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에 5억원 넘게 예치한 서울의 자산가는 2만4571명(복수의 은행에 5억원 이상 예치한 경우는 고려하지 않은 수, 2006년 9월 말 현재)인데, 그중 1만1858명이 ‘강남’이라고 불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거주자다. 강남·서초·송파구의 인구는 통틀어 160만명으로, 서울시민 7명 중 1명이 거주할 뿐이다.

5억원 이상 예치자가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로 5867명이었고, 서초구(3828명), 송파구(2163명), 종로구(1294명), 용산구(1234명)가 뒤를 이었다. 종로구는 부자동네인 평창동·구기동·가회동을, 용산구는 한남동·동부이촌동을 끼고 있다.

5억원 이상의 자산가가 가장 적은 자치구는 금천구(89명)였으며 강북구(205명), 구로구(240명), 중랑구(243명), 도봉구(283명) 순으로 적었다(그림1 참조).

시도별로는 금융자산이 5억원 넘는 사람이 서울이 2만4571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도(7604명), 부산(2425명)이 뒤를 이었다. 제주도는 119명으로 5억원 이상 자산가가 가장 적었고, 전남(195명)과 충북(261명)도 하위권이었다(그림2 참조).

서울시립대 김창석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70년대 상류계층(파워엘리트)은 종로구, 용산구, 중구에 집중적으로 거주했다. 그러나 이후 강남지역의 대규모 토지구획사업과 택지개발사업, 도심규제정책 등으로 도심의 파워엘리트 수는 빠르게 줄었다. 권력과 부가 동시에 한강 이남으로 대거 옮겨간 셈.

최근 파워엘리트의 거주지 분포는 특정 동네에 더욱 집중돼 있다. 문화예술인은 평창동, 정치인은 여의도동, 언론인은 일원동 하는 식이다. 파워엘리트가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압구정1동이다. 압구정1동은 공무원, 기업인, 금융인, 교육인, 의료인 등의 각 직군별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그림1 참조).



주간동아 2007.01.09 568호 (p24~2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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