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7

2016.12.14

경제

주인 잃은 스마트폰의 生老病死

단통법 이후 중고 스마트폰 유통 활성화…안드로이드폰 前 주인 정보 노출 가능성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6-12-09 17: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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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은 이제 안경만큼이나 일상생활에서 몸 가까이 두는 필수품이 됐다. 통신 환경의 변화로 인구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통신 기능 외에도 결제 등 지갑 기능까지 하면서 보급률이 90%에 육박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보급률이 증가하면서 버려지는 스마트폰도 늘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2년임을 감안하면 매년 엄청난 양의 휴대전화가 주인을 잃고 있는 것.

    주인을 잃었다고 스마트폰이 모두 쓰레기통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중고 스마트폰 유통업체로 팔려가 새 주인을 찾는다. 2014년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발효된 이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남은 스마트폰 할부금을 변제해주는 이동통신사 및 제조사의 중고 스마트폰 보상제도가 생겼다. 이 때문에 새 주인을 찾는 중고 스마트폰은 더욱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올해 3월부터 중고 스마트폰 사용자는 월 통신비의 20%를 할인받는 선택약정할인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중고 스마트폰을 찾는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재 업계에서 추산하는 중고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연간 1000만 대, 액수로는 1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 안 팔린 중고 스마트폰은 해외로

    주인 잃은 중고 스마트폰은 과연 어떤 경로를 밟아 생명을 다하는 것일까. 중고 스마트폰은 대부분 보상제도를 통해 휴대전화 매장에서 수거된다. 단통법 발효 후 스마트폰 가격이 올라 소비자는 대부분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해 할부금을 변제받거나 할인 폭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매장에서 수거된 스마트폰은 보통       1차 중고 스마트폰 매입상에게 팔린다. 1차 매입상 가운데 가장 유명한 업체는 ‘올리바’다. 올리바는 하이마트, 삼성전자 매장 등 대기업 휴대전화 전문매장과 협약을 맺어 중고 스마트폰을 공급받는다. 올리바 같은 1차 매입상은 각 매장에서 사온 스마트폰을 대부분 매장이나 인터넷을 통해 직접 판매한다. 올리바는 지난해 12월부터 우정사업본부(우체국)와 협약을 맺고 ‘인터넷우체국 모바일 중고포털’을 운영 중이다. 비슷한 경로로 다른 기업으로부터 구매해온 스마트폰도 중고로 판매한다.

    이때 판매되지 않고 남은 스마트폰은 2차 매입상에게 넘어간다. 2차 매입상도 1차 매입상과 마찬가지로 매장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중고 스마트폰을 판매한다. 하지만 2차 매입상에게 넘어온 기기는 대부분 파손됐거나 국내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모델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기기는 3차 매입상을 거쳐 중국, 동남아, 중동 등으로 수출된다. 서울 광진구의 한 중고 휴대전화 판매업자는 “3차 매입상으로 넘어간 스마트폰은 대부분 불법경로로 수출되는 것으로 안다. 이 중고 스마트폰들은 현지에서 분해돼 부품만 수리업체로 넘어가기도 한다. 현지 일부 업자는 고장 난 스마트폰을 폐기물로 신고해 싸게 들여와 분해한 뒤 멀쩡한 부품을 모아 재조립해 일반 중고 스마트폰으로 판매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중고 스마트폰은 ‘희귀금속’의 광산이기도 하다. 스마트폰 기판과 배터리에 사용된 금속들을 녹인 후 추출해 재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2010년부터 폐휴대전화 수거 캠페인을 벌여 총 35만 대를 수거했다. 이렇게 모은 폐휴대전화를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에 보내 희귀금속을 추출, 판매해 총  3억 원의 수익을 냈다. 서울시는 이 수익금을 장학재단에 기부해 학생 1400명이 장학금 혜택을 봤다. 삼성그룹도 6월 한 달간 10개 계열사 23개 사업장에서 폐휴대전화를 수거해 희귀금속을 재활용했다. 손병용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사무관은 “못 쓰는 휴대전화에는 희귀금속이 다수 들어 있는데 이를 헐값에 해외로 팔아넘기는 것은 일종의 자원 유출로 볼 수 있다”며 자원 재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고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새 스마트폰을 구매하려고 중고 스마트폰을 반납하거나 판매할 때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저장해놓은 데이터들이다. 다른 어떤 전자기기보다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스마트폰에 민감한 정보가 많이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정보들의 유출을 막으려면 스마트폰을 판매하거나 반납하기 전 초기화 기능을 사용해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데이터를 전부 삭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 절차만으로는 저장된 데이터를 완벽하게 지울 수 없다.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를 쓰는 스마트폰은 사후 복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삭제된 데이터도 쉽게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 전 데이터 완전 삭제 여부 확인해야

    디지털 저장장치는 데이터를 저장할 때 파일 이름, 파일 저장 위치, 실제 데이터를 각각 다른 곳에 저장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의 경우 실제 파일은 저장장치의 A, 이를 저장한 위치 정보는 B, 사진 파일 이름은 C라는 공간에 저장된다. 사용자가 사진을 보려고 C에 저장된 파일 목록을 보고 파일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은 B에 저장된 파일 위치 정보를 확인해 실제 데이터가 저장된 A에서 파일을 찾아 보여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파일을 수동으로 삭제하거나 초기화 기능을 사용해 지우면 A에 있는 핵심 데이터는 그대로 둔 채 B와 C의 파일 정보만 삭제된다. 이 때문에 시중에서 10만 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복구 프로그램으로 A에 있는 핵심 데이터를 찾아내면 쉽게 파일을 복구할 수 있다.

    사용한 스마트폰의 데이터를 완전히 지우려면 데이터 영역 중 실제 파일 저장장소인 A를 임의의 값으로 덮어씌워 원래 저장된 정보를 지우는 포맷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 설정 메뉴의 ‘모든 콘텐츠 및 설정 지우기’를 사용하면 포맷과 유사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문제는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다. 이 경우 아이폰 같은 포맷 기능이 없어 전문기관에 정보 삭제를 요청해야 하는데, 건당 2만 원의 비용이 든다. 중고 스마트폰을 판매해 받을 수 있는 돈이 최대 10만 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파일 삭제 비용 2만 원은 중고 스마트폰 판매자에게 적잖은 부담이다.

    이 부담을 덜어주고자 일부 중고 스마트폰 매입상은 데이터 완전 삭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올리바는 데이터 삭제 솔루션인 ‘제로 필(Zero Fill)’을 사용해 매입한 중고 스마트폰을 전부 포맷 처리한다. 11월 설립된 한국중고단말유통협회도 독자적인 포맷 플랫폼을 올해 안에 개발해 중고 스마트폰 포맷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화식 한국중고단말유통협회 회장은 “일부 업체가 포맷도 하지 않은 채 중고 스마트폰을 해외에 수출하기도 한다. 이를 막고자 협회 차원에서 포맷 프로그램을 개발해 중고 휴대전화업체가 기기당 100원 이하 가격에 포맷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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