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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또 전기요금의 거짓말

산업용 요금 사수 목맨 정부, 왜?

원가보다 싼 공급 통계에도 이상한 해명 되풀이…산업용 올려 주택용 인하 적자분 메워야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산업용 요금 사수 목맨 정부, 왜?

산업용 요금 사수 목맨 정부, 왜?

11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발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올겨울 일반 가정은 전기요금 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가정에 대한 징벌적 전기요금체계가 사라지는 것은 다행이지만, 이제는 누진제 완화로 늘어날 전기수요가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누진제 개편안은 많이 쓰면 쓸수록 할인 혜택이 커지고, 적게 쓰면 할인 효과가 거의 없어 에너지 과소비가 우려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월 전기 사용량 1000kWh 이상인 가구에 대한 억제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월 전기 사용량이 1000kWh를 넘는 가구가 많지 않아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정의 전기수요 증가를 막을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전기수요를 줄이면 될 일. 실제 많은 전문가는 “국내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이 넘는 산업용 전기의 요금을 일부 올려 전기수요를 조절한다면 주택용 전기 사용량 억제책보다 훨씬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생산 원가에 비해 충분히 비싸다”는 게 산업부의 주장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용도별 전력 생산 원가를 공개하라”고 맞섰지만, 산업부는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면 수출입 관련 부분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전기요금 원가 공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허점투성이 산업부 장관의 말, 말, 말

11월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산업부가 보고한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의 핵심은 누진제 구간을 기존 6개에서 3개로, 누진배율은 최고 11.7배에서 3배로 줄이는 것. 한전의 수입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이치다. 산업부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의 예상 평균 인하율은 10.4~11.6%로, 그에 따른 한전의 예상 수입 감소액은 최소 8391억 원, 최대 9393억 원이다.



다행히 한전은 1조 원에 달하는 수입 감소를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이익은 약 11조 원으로, 올해는 특히 한여름 기록적인 폭염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전은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는 등 전기 생산 원가 비중이 높았던 시기에 났던 적자가 누적된 상태이고,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투자할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는 등의 논리로 전체 전기요금 인하를 계속 미뤄왔다. 게다가 한전은 엄청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상태다. 기획재정부의 2015년 공공기관 결산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 규모는 107조3149억 원으로 부채 비율이 158%에 달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할 때 국내 전기 사용량의 과반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 혹은 조정해야 이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전기 생산단가가 올라 한전이 장기적으로 적자에 빠지면 주택용 전기요금을 다시 올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한전의 용도별 전기 판매 명세에 따르면 산업용으로 소비된 전력은 전체 소비 전력의 55.3%에 달한다. 반면 주택용 소비 전력은 14%에 불과하다. 즉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약간만 인상해도 전체 전기수요를 조절하는 동시에 한전의 수입 감소를 메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산업부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11월 24일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때문에 생긴 전기요금 부족분을 주택용으로 메우는 것은 아니다”라며 “두 요금체계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 장관의 발언과 달리 한국의 모든 전기요금체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한전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전체 전기요금 산정 방식에 대한 공지가 올라와 있다. 이에 따르면 한전의 전기요금 산정 방식은 전기 생산에 투입된 원가를 모두 더한 뒤 일정 수준의 마진을 붙여 용도별로 전기요금을 매긴다. 즉 전체 생산 전기의 원가를 모두 합친 뒤 이를 용도별 요금으로 나누는 체계인 만큼 한쪽의 부담이 줄면 다른 한쪽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 장관은 이날 산업용 전기요금 대책에 관해 묻는 의원들에게 “산업용 전기요금이 원가를 굉장히 상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용 전기요금을 추가적으로 조정하는 부분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한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 장관의 주장은 사실인 듯 보인다. 8월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추정하는 중소기업 산업용 전기의 원가보상률은 101.9%로 원가보다 비싸게 판매된다. 원가보상률이란 총수입을 총원가로 나눈 값으로, 이 수치가 100%가 넘으면 그만큼 요금 인하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지금도 원가에 비해 마진율이 커 더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통계에는 허점이 있다. 박주민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12~2014년 3년간 한전이 20개 대기업에 판 전기요금의 원가부족액(전기를 원가 이하로 팔아 한전이 손해 본 금액)은 3조5418억 원에 이른다(주간동아 1051호 ‘요금폭탄 누진제의 진실’ 기사 참조).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입수한 2013년 20대 기업 산업용 평균 원가와 개별 기업의 전기요금 차액 자료에 따르면 산업용 평균 전기요금은 kWh당 102.9원인 반면, 20대 기업에 판매된 전력의 단가는 kWh당 91원으로 1년간 한전이 대기업에 공급한 전기요금 원가부족액은 9541억 원이었다. 전기를 많이 쓰는 대기업에게 한전이 전기요금 출혈 할인을 해왔다는 방증인 셈이다.  



전력 생산원가는 극비사항?

산업용 요금 사수 목맨 정부, 왜?

11월 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전기요금 체계 개편방안 공청회’에서 권기보 한국전력공사 영업처장이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산업용 전기요금과 관련한 논란을 종결하는 방법은 종별 전기요금의 생산 및 공급 원가와 각 원가보상률을 공개하는 것이다. 원가보상률은 한전이 전기를 판매해 전기 생산 및 공급에 드는 비용을 얼마나 보상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100%가 넘어야 흑자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0월 6일 ‘전력생산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 세미나’를 열어 “지난 30년간 전력 생산원가가 공개되지 않아 전기요금제가 비합리적으로 운영됐다”며 “생산원가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용도별 전력 생산원가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주 장관은 “미국이 2014년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싸다’며 상계관세 제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용도별 원가를 공개하면 (통상 부분에서) 예기치 않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용도별 원가는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이를 공개할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안다. 한전도 이와 같은 이유로 원가보상률을 용도별로 공개하는 것은 어렵다”면서 “11월 마지막 주 내로 전기 생산의 총괄원가만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12월 2일 올해 전기 생산 총괄 원가(50조9916억 원)를 공개했다.

총괄원가라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발전사들이 이미 총괄원가를 속여 공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10월 12일 산자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및 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발전 6사가 지난해 총괄원가를 29조6094억 원이라고 밝혔지만 검증 결과 이는 1273억 원이나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부풀리기 의혹에 대해 한수원 관계자는 “원가 부풀리기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총괄원가는 각 발전사에서 사용하지 않는 회계 개념(기준)이다. 의원실이 총괄원가 자료를 요청했고, 우리는 그 기준에 맞게 원가를 산정해 자료를 보냈다. 총괄원가 회계체계가 한수원의 회계체계와 달라 추가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회계상에는 추가 이익이 없다”고 해명했다.






주간동아 2016.12.14 1067호 (p56~57)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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