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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 고집 이란 회초리 맞을까

유엔안보리에 상정, 제재 여부 관심 … 미국·이스라엘 독자적 군사대응 가능성도

  •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核 고집 이란 회초리 맞을까

이란 핵 문제가 결국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로 가게 됐다. 2월3일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마라톤 회의 끝에 이 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이란이 1월10일 IAEA 감시단의 참여 아래 자국 내 우라늄 농축시설의 봉인을 제거하고, 지난 2년간 중단했던 우라늄 농축연구를 재개하면서 불거진 이란발(發) ‘핵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연합 3국(영국, 프랑스, 독일)은 이란 문제를 제재수단이 없는 IAEA에서 제재수단을 보유한 안보리로 옮기기 위해 IAEA 이사국들을 설득해왔는데, 그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란의 핵 위기는 2003년 이란의 핵시설을 사찰한 IAEA가 이란이 지난 18년간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진행해왔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미국과 서방세계는 이를 핵무기 개발 시도로 규정, 핵 프로그램 포기를 종용해왔다. 그러나 이란은 자신들의 핵 프로그램은 평화적 목적의 에너지개발이며, 이는 NPT(핵확산금지조약)에도 명시돼 있는 권리라며 맞서왔다.

이란 4개의 핵시설 가동하거나 건설 중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유럽연합 3국은 이란과 협상을 벌여왔다. 이란은 협상의 전제조건인 우라늄 농축활동의 중단 조치를 받아들여 그사이 핵시설을 봉인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1월 핵 연구활동 재개를 선언하며 봉인을 제거해 핵 위기가 고조됐다.

현재 이란에는 4개의 핵시설이 가동 혹은 건설되고 있다. 부쉐르의 핵발전소, 이스파한의 우라늄 정제시설,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 아라크의 중수로가 그것이다. 이중 문제가 되는 시설은 이번에 봉인을 제거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과 아라크의 중수로다.



원자력발전을 하려면 원료로 농축우라늄이 필요하다. 이때 사용되는 농축우라늄은 저농축우라늄. 농축과정을 반복해 얻어지는 고농축우라늄은 핵폭탄 원료로 쓰인다.

문제는 저농축우라늄이나 고농축우라늄의 농축과정이 같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은 핵폭탄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핵폭탄을 제조하는 또 다른 방법은 원자력발전을 하고 남은 폐기물인 플루토늄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라크의 중수로가 가동될 경우 플루토늄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나탄즈와 아라크의 핵시설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 3국이 이란에 제재를 가하려는 근거가 바로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이란이 18년간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연구를 진행했다는 점이다. 이는 NPT에 위배되는 일이다.

서방세계가 우려하는 점은 이란이 북한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NPT 가입국인 이란이 우라늄 농축기술 획득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다가 기술을 확보한 순간 NPT를 탈퇴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을 제재할 수단이 없어진다. NPT에 규정된 제재는 회원국에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란의 태도가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한 이유는 또 있다. 이란은 OPEC(석유수출국기구) 회원국 중 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두 번째로 많은 나라로 에너지 부족 국가가 아니다. 즉 핵에너지 개발이 필요치 않다. 또한 이란의 목적이 순수한 에너지 개발뿐이라면 농축우라늄은 ‘공급 국가’로부터 공급받으면 된다. 그러나 이란은 우라늄 농축은 함께 하되 러시아 영토 내에서 하자는 러시아의 절충안마저 거부한 상황이다. 게다가 이라크에 건설 중인 중수로는 에너지 개발만이 목적이라면 필요하지 않은 시설이다. 유럽연합 3국은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플루토늄이 나오지 않는 경수로로의 전환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란은 △핵 프로그램은 이슬람 공화국 이전 샤(이란 국왕) 통치 시절인 1974년부터 시작됐고 △에너지 부족 국가는 아니지만 미래를 대비한 에너지원의 다양화는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며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은 NPT에 보장된 권리이고 △중수로 건설은 전체 핵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제재 위협에도 강경 태도에 변화 없어

이란의 주장대로 NPT는 가입국들의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는 문서상의 문구일 뿐 실제로 우라늄 농축을 하는 국가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을 포함한 몇 나라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원자력발전을 하는 대부분의 나라는 농축우라늄을 IAEA의 엄중한 감시 아래 이들 ‘공급 국가’로부터 공급받는다. 결국 이란의 시도는 이 같은 ‘게임의 법칙’을 깨고 새로운 법칙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좌시할 수 없는 미국과 유럽연합 3국은 안보리를 통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에 IAEA 이사국회의의 승인으로 이 문제가 안보리에 상정됨으로써 일단 제재를 위한 초석은 마련한 셈이다. 그러나 안보리에서 제재를 승인해줄 가능성(아래 상자기사 참조)이 높지 않은 데다 설령 제재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안보리, 이란 제재 가능한가

중·러, 경제적 밀접 … 제재에 강력한 비토 세력 될 듯


지금 세계는 핵개발을 하려는 이란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가보다 대(對)이란 제재가 과연 이뤄질 것인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제재가 이뤄지면 그 핵심은 경제제재일 텐데, 원유와 가스 생산량이 OPEC 회원국 중 2위에 이르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의 파급효과가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에 대한 제재가 그리 수월할 것 같지는 않다. 안보리에서 제재가 결정되려면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임이사국은 결정된 사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무효가 된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인 중국의 최대 관심사는 에너지원 확보다. 중국의 석유 소비량의 약 15%가 이란에서 공급된다. 또한 중국은 이란 원전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올 초까지의 중국-이란 간 교역액은 약 80억 달러, 연말까지는 100억 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 러시아 또한 이란과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이란에 건설 중인 핵시설은 러시아 기술로 지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의 최대 무기 공급국이기도 하다. 현재도 10억 달러 상당의 무기구매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두 국가는 이란 제재에 대한 강력한 비토 세력이 될 전망이다.


문제는 제재 위협에도 이란의 태도가 강경하다는 점이다. 제재 여부에 관계 없이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것이 이란의 일관된 의지다. 이란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미 핵문제에 대한 국가적 동의를 얻는 데 성공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국가적 자부심인 핵을 얻기 위해서라면 제재에 따른 고통은 감수하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상황이다.

이란 핵문제의 안보리 상정이 결정된 직후 이란의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IAEA의 사찰을 거부하고 모든 협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란이 마음먹기에 따라 국제기구의 감시 없이 마음 놓고 핵 연구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이란이 계속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최악의 경우 군사적 대응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사대응이 논의되는 시점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기술을 확보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에 대해서는 최대 10여년에서 최하 수개월 내까지 전문가들마다 크게 엇갈리고 있다.

만일 이란이 이 기술을 확보하고 무기생산 단계 직전에 이른다면 군사대응 가능성은 매우 높아진다. 안보리의 동의 없이도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군사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의 원자로를 폭격한 바 있다.

러시아 중재안 관련 협상이 타협 실마리

이란에는 사정거리 2000km에 정확도가 반경 1m에 달하는 탄도미사일 ‘시하브-3’가 있다. 이스라엘 전 영토가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또 공중에는 이스라엘 전 영토를 탐지할 수 있는 위성 ‘시나-1’이 떠 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공공연히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자”고 말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을 좌시할 수 없는 배경이다.

미국은 ‘악의 축’의 세 나라 가운데 한 나라는 군사적(이라크)으로, 또 한 나라는 외교적(북한)으로 해결(?)을 보았다. 이제 한 축(이란)만 남았다. 외교적 해결수단이 무위로 돌아갈 경우 남는 방법은 군사적 해결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외교적 타협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달 26일 러시아의 중재안을 놓고 러시아-이란 간 협상이 예정되어 있고, IAEA 사무총장 모함메드 엘바라데이의 이란 핵에 관한 최종보고가 나오는 3월 이후 안보리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란의 핵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경우 그 파장은 특정지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기에 전 세계가 이를 주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아래상자기사 참조)으로 예상된다. 향후 추이의 세심한 관찰과 분석,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란 核, 한국에 어떤 불똥 튈까

경제제재 땐 석유 공급과 수출시장 큰 타격


2005년 9월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6자 회담이 극적으로 타결된 직후 이스라엘 일간신문 ‘하아레츠’는 이란 핵과 북한 핵의 차이점에 대한 분석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파악했다. 북한의 경우 핵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체제 보장과 경제원조를 위한 수단인 데 반해 이란은 군사력과 전쟁 억지력을 위한, 핵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해결한 방식으로 이란 핵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이 기사의 결론이었다.

‘하아레츠’ 기사의 지적대로 이란 핵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문제가 우리나라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고 대비해야 한다. IAEA 이사국들은 이미 이란 핵문제를 유엔안보리에 상정하기로 결정했고 3월 이후에는 제재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지만 안보리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결정한다면 한국에는 악재가 될 전망이다.

이란은 우리나라의 3대 석유 수입국 중 하나다. 또한 이란에 대한 수출 규모는 20억 달러를 상회해 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중동 2위를 차지한다. 아랍에미리트로 수출되는 물량의 40% 이상이 이란으로 재수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란은 실질적인 우리나라의 중동 최대 수출시장인 셈이다. 이란에 경제제재가 가해진다면 우리나라의 주요 원유 공급원과 수출시장이 막히게 된다. 또한 일본은 이란산(産)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며, 중국에서 소비되는 석유의 15%가량도 이란에서 수입된다. 일본과 중국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항까지 고려하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경제제재안이 거부될 경우에도 문제는 남는다. 제재안이 거부됐다는 것은 미국의 간곡한 설득에도 중국과 러시아 중 한 나라 혹은 두 나라 모두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미국-중국, 미국-러시아 간 관계가 냉랭해질 수 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6자 회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란의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는 원유공급 부족과 가격상승, 수출시장 축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외교적으로는 이란의 핵 위기와 상관없이 공동성명대로 6자 회담을 진행한다는 당사국들의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주간동아 2006.02.21 523호 (p48~50)

예루살렘=남성준 통신원 darom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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