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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 꼬리 무는 낙하산 의혹

노 대통령 사돈 일가 배응기 씨 부산경남본부장 발탁 … 노조 “72세 고령에 경험 전무”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마사회 꼬리 무는 낙하산 의혹

마사회 꼬리 무는 낙하산 의혹

2001년 8월 부산 강서구 범방동에 위치한 부산·경남 경마장 기공식 장면. 이우재 마사회장(오른쪽).

참여정부 출범 후 노무현 대통령은 인사와 관련, 여러 차례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당했다. 최근 이루어진 김우식 과학기술부 부총리, 이상수 노동부 장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나라당은 유 내정자를 놓고 코드인사라 몰아붙였고, 이 노동부 장관 내정자는 자신의 장관 발탁 배경을 놓고 ‘보은인사 성격이 짙다’고 스스로 커밍아웃 해 야당의 실소를 자아냈다.

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서 “뚜렷한 인사 원칙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언론과 야당은 이 원칙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기준과 다소 거리가 있고, 이 때문에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진단한다. 참여정부 출범 후 인사 문제로 논란을 빚은 것은 대부분 이 같은 원칙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것. 특히 몇몇 공기업과 국책기관은 이런 문제로 인사 때마다 정치권의 따가운 질책을 받아왔다.

인사와 관련, 자주 갈등과 논란을 빚은 기관 가운데 하나가 한국마사회(회장 이우재)다. 군사정권 시절부터 권력자의 시혜성 인사로 눈총을 받아온 마사회는 지난해 연말 이뤄진 인사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11월21일 정부와 마사회는 공석인 부회장직에 김도훈(52) 전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을, 신임 부산경남경마본부장에는 배응기(72) 전 부산 강서구청장을 발탁했다. 이 같은 인사 조치에 대해 마사회 노조는 즉각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이틀 연속 김도훈 부회장의 출근을 저지하는가 하면, 11월24일 배응기 본부장의 상임이사 선임을 위한 이사회 개최를 무산시켰다. 당시 노조는 김 부회장의 경우 ‘낙하산’으로 규정했고, 배 본부장에 대해서는 “경마 산업과는 일면식도 없는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김도훈 부회장 발탁 배경에도 숱한 의혹

특히 노조는 배 본부장의 뒤를 따라다니는 정치적 그림자를 주시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1월 말 기자와의 통화에서 “배 본부장은 노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 씨의 친인척”이라고 말했다. 배병렬 씨는 최근 음주교통사고 의혹과 관련, 언론으로부터 조명을 받고 있는 인물. 노조 한 관계자는 “35년생으로 72세인 배 본부장의 발탁은 우리나라 취업 문화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고령의 배 본부장이 발탁된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더구나 배 본부장은 경마 산업과 관련한 경험이 전혀 없는 인물. 마사회 황규환 노조위원장은 “배 본부장 발탁 배후에 정치적 힘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돌았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의혹에 따라 노조는 배 본부장의 실체 파악에 나섰고, 그 결과 배병렬 씨와의 관계를 확인했다는 것. 그러나 이우재 회장은 배 본부장의 취임을 고집했고 배 본부장은 끝내 부산경남경마본부장으로 취임, 활동 중이다.



마사회 꼬리 무는 낙하산 의혹

부산·경남 경마장.

동아일보 인물정보란을 보면 배 본부장의 이력은 다양하다. 주한미군 경제조정관실에서 한동안 근무했고, 1974년부터 80년까지는 김해에 있는 강동농업협동조합장과 가락농업협동조합장을 역임했다. 그리고 85년 부산시 강서구 강동 동장으로 활동했고, 이후 95년부터 2002년까지 강서구청장을 역임했다. 황 노조위원장은 그런 배 본부장을 ‘정치인’으로 평가했다. 그의 이력서를 아무리 살펴봐도 경마와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72세라는 고령에, 경험도 전무한 그를 임원급인 부산경남경마본부장으로 발탁한 데 대해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마사회 노조는 배 본부장의 발탁 배경으로 노 대통령 사돈 배병렬 씨를 지목했다. 그가 배 본부장의 임명과 관련,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이에 대해 배 본부장은 “사실과 다르다. 나는 바깥에 알려진 것과 달리 배병렬 씨와 그리 가까운 관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배 본부장의 설명이다. “75년인가 가락농업협동조합장으로 근무할 때 배 씨를 한 1년 데리고 있었지만 그 이후 잘 만나지 못했다.” 당시 배 본부장이 살고 있던 집이 부산시로 편입되면서 행정구역이 달라지는 바람에 두 사람이 만날 기회가 없었다는 것(상자기사 참조)이다.

노조 측은 배 본부장의 이런 해명에 무게를 싣지 않는 눈치다. “정치적 지원 세력 없이 72세의 경험 없는 고령자를 발탁할 수 있느냐”는 것. 황규환 노조위원장은 2월10일 통화에서 “배 본부장의 경우 낙하산과 대통령 사돈의 친척이란 이유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고 밝히고, “정부의 힘의 논리에 밀려 그의 임명을 수용했지만 취임 6개월 후 중간평가를 해 거취를 결정키로 했다”고 말해 비정상적 인사임을 시사했다. 마사회장 비서실 한 관계자는 2월9일 통화에서 “발탁 당시 두 사람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정리된 상태”라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첫 달 월급으로 “550만원을 수령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금을 뗀 실 수령액 기준. 마사회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의 월 업무추진비는 120만원 선이며 비서와 차량이 제공된다.

배 씨 인사 의혹 일자 “6개월 후 중간평가”

마사회 인사를 둘러싼 의혹은 배 본부장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앞서 언급한 김도훈 부회장. 그는 2002년 노 대통령 후보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경남선거대책본부 수석 부본부장과 열린우리당 창원을 지구당위원장을 지낸 인물. 지난해부터 마사회 부산경남본부장으로 일해왔다. 그의 발탁에 노조가 해명을 요구하자 정부는 ‘내부 승진’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사업을 총괄하는 사업운영본부장으로 발탁된 L 씨도 낙하산 인사로 분류될 만한 인물.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제주선거대책본부에서 중책을 맡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했다. 한나라당 소속이던 이우재 회장은 2004년 우리당에 입당, 마사회장으로 ‘말’을 갈아탔다.

마사회 관계자들은 낙하산 인사의 가장 큰 폐해로 경마 및 마사회의 이미지 실추를 꼽았다. 마사회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들은 경마 산업에 대한 사명이나 책임감 없이 무소신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치인 출신 임원들의 폐해는 더욱 심각하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임기를 채우지 않고 총선,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에 따라 수시로 마사회를 들락거리며 물을 흐리기 때문. 이로 인해 직원들은 업무에 전념하기 힘들다.

인터뷰 배응기 부산경남경마본부장

“배병렬 씨와는 가까운 친척 아니다”


마사회 꼬리 무는 낙하산 의혹
배응기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은 대통령 친인척 논란이 불거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그는 1월 말과 2월 초, 두 차례 ‘주간동아’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 씨와는 가까운 친척이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부산경남경마본부장으로 발탁된 배경은.

“나도 잘 모르겠다. 이런저런 얘기가 있지만….”

-마사회 노조는 ‘경마 산업과 일면식도 없는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12월 이우재 마사회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자리에서 이 회장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 ‘부산·경남경마장을 건설할 때 배 본부장이 강서구청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그 경험을 살려 부산·경남경마장을 활성화해달라.’ 이 회장은 또 부산·경남경마장의 수익률 제고 등을 위해 지역의 행정을 두루 알고 있는 내가 적격자라는 말도 했다. 지금 부산·경남경마장은 공원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부산과 김해시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양측 행정기관을 잘 알고 있는 나 같은 사람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대통령의 사돈인 배병렬 씨와는 어떤 관계인가.

“일가는 맞다. 그렇지만 계촌이나 촌수는 없다.”

-배 씨를 자주 만났나.

“자주 만날 기회가 없었다. 1970년대 중반 김해가락농업협동조합장을 할 때 내가 1년 정도 배 씨를 데리고 있었다. 그 후 내가 살던 곳이 부산시로 편입돼 그 사람과 거의 만나지 못했다. 배 씨를 본 지 오래됐다.”

-마사회 노조는 배 본부장의 발탁에 배병렬 씨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배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다. 나는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이 앞으로 해야 할 일과 비전을 정리, 조만간 노조와 경영진에 브리핑을 할 예정이다. 부산·경남경마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

-2002년 대선 때 민주당 경남지역 책임자로 활동했는데.

“당시 현대그룹 임원으로 근무하던 한 친척이 정몽준 의원을 도와주라고 해 국민통합21의 김해지구당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러다 2002년 11월 민주당과 통합하는 바람에 노무현 후보 선거운동에 나섰다.”




주간동아 2006.02.21 523호 (p38~39)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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