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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가는 길 한 남자만 웃는다

鄭동영 vs 金근태 피말리는 당권 레이스 … 2월18일 全大 앞두고 몸집 불리기 한창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대권 가는 길 한 남자만 웃는다

대권 가는 길 한 남자만 웃는다
1월 초 통일부 장관직을 그만둔 정동영 당의장 후보는 전남 백양사를 찾았다. 2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휴식을 취하던 그는 이곳에서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열린우리당의 호남 패권을 거머쥐고 있는 염동연 의원이 찾아온 것. 염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 후보에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했다.

“당을 위해 이번에는 당의장직을 김 후보에게 양보하고 전대에 출마하지 말라.”

염 의원의 계산은 간단했다. 두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진검승부를 펼치게 될 것인데 어느 쪽이 이기든 상처가 클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 후보에게 ‘큰 정치’를 요청한 것. 고심하던 정 후보는 염 의원의 제의를 정중하게 거절했고, 이후 우리당의 당권 경쟁 레이스는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한 지 꼭 3년이 되는 2월25일을 일주일 앞두고 열릴 우리당 전당대회는 정동영-김근태 후보에게 비상과 추락의 갈림길이다. 양 진영은 진검을 빼들고 상대의 급소를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

진검 빼들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의욕이 앞서면 무리수가 따르는 법이다. 김 후보 측이 네거티브 공격에 나선 것은 열세를 확인한 직후인 1월 말. 먼저 당권파 책임론으로 정 후보를 공격했다. 민심이 우리당을 떠났고, 그 배경에는 당권파의 무사안일이 깔려 있다는 것. “당의 얼굴과 내용을 모두 바꿔야 한다”며 정 후보에게 “화장을 지우라”고 공격한 것은 정 후보로서는 뼈아픈 부분.

그렇지만 양날의 속성을 가진 네거티브 전략은 반드시 부메랑을 동반한다. 정 후보가 이를 입증해 보였다. 정 후보 측 정청래 대변인은 “2003년 우리당 창당 때 김 후보가 마지막 순간에 무임승차했다”며 곧바로 응전에 나섰다. “항상 타이밍 계산에 실패한다”는 김 후보의 캐릭터를 겨냥한 네거티브 전략이자 우리당 창당 당시 “김 후보가 좌고우면했다”는 해석의 여지를 남긴 것. 당연히 김 후보 측이 발끈했다. 김 후보 측은 정 후보 측에게 “분당을 전제로 선거를 치른다”고 비난했다. 도를 지나친 인신공격은 삼가라는 경고인 셈.

그러나 정 후보 측은 적반하장이란 표정이다. 한 인사는 당권파 책임론을 제기한 김 후보 측에 대해 “전당대회가 끝나면 두번 다시 안 볼 사람들 같다”는 말로 가슴에 맺힌 울분을 토했다. 이 관계자는 “네거티브로 가자면 3일 밤낮이 모자란다”며 충분한 실탄을 준비했음을 시사했다. 김 후보 측도 마찬가지. “(정 후보의) 짧은 정치여정과 달리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행적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대로라면 양 진영은 지금쯤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거나 띄워야 할 시점. 그러나 당권파 책임론과 무임승차론으로 일합을 겨룬 양 진영은 네거티브 전략에서 한발 물러선 기색이다. 일합을 겨룬 뒤 받아든 시장(국민)의 평가는 생각보다 부정적이었다. 정 후보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권 가는 길 한 남자만 웃는다

2월8일 인천의 한 시민단체 모임에 참석한 우리당 김근태 후보(오른쪽)와 고건 전 총리.

“국민 4명 중 3명이 우리당 전당대회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 와중에 남을 비방하는 언행이 두드러지면 이기고도 질 수밖에 없다.”

양 진영은 즉각 전략과 전술 변화를 시도했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 축적한 X파일을 버리고 몸집 불리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정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인 박명광 의원은 이러한 전략 변화에 대해 “경선도 중요하지만 지방선거의 흥행을 고려해야 하고 그 이후를 위해 외연도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건 vs 강금실 카드 누가 유리?

외부와의 연대 및 인재 영입에도 김 후보 측의 발은 빨랐다. 2월8일 고건 전 총리를 찾아 화합의 분위기를 연출했고, 고 전 총리도 환한 표정으로 화답했다. 정 후보로서는 뼈아픈 부분이지만, 김 후보로서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수단을 마련한 셈. 김 후보 측은 고 전 총리와 동맹을 맺어 정동영 ‘고립작전’을 펼치려는 속내를 굳이 숨기지 않는다. 전북 출신인 고 전 총리는 정 후보와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친다.

고 전 총리 측도 김 후보 측의 이런 이이제이 전략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길 눈치다. 장외에서 현실정치권 안으로 들어올 기회를 엿보던 그로서는 김 후보가 내민 손을 마다할 이유가 없고, 경우에 따라 우리당의 지분을 요구할 수 있는 주주로 신분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대를 예상한 정 후보 측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참모들이 여러 차례 모임을 가졌다.

기선을 제압당한 정 후보 측이 주시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다. 박명광 의원은 “지방선거 승리와 지지율 1위를 회복할 복안이 있고, 그 기본적인 틀은 신진세력·미래세력·민주개혁세력의 대연대”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울·경기 등 광역자치단체장 영입후보로는 NGO 및 CEO 출신 등 전문가 집단 등이 거론되고 있고, 구체적 선정작업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 측은 자체적으로 작성한 영입전략만 성공하면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핵심 측근이 내놓은 예상 답안지의 꼭짓점에는 강 전 장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지방선거에서 우리당이 패배할 것이란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 서울과 광주 등 최대 다섯 곳에서 광역단체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강 전 장관 영입이 관건이다.”

김 후보 측 역시 강 전 장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김 후보는 공개 구애를 하기도 했다. 전당대회는 물론 지방선거를 겨냥한 강 전 장관의 영입은 또 다른 측면에서 관전 포인트로 등장한다. 김 후보 측은 “설사 전당대회에서 지더라도 세력을 확보, 지방선거 및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대한 강 전 장관의 반응은 매우 조심스럽다. 한 측근은 “전당대회에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은 당초 2월18일 우리당 전당대회를 전후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와 접촉했던 우리당 문희상 의원은 “시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우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 측과 피말리는 승부를 벌이는 정 후보 측은 당권 판도는 물론 지방선거와 그 이후에도 관심을 표명한다. 지방선거 뒤 정치권을 강타할 핵심 이슈로 개헌과 정계개편 및 여야를 넘나드는 합종연횡 등을 꼽고, 이에 대한 대비책도 착실히 준비하고 있는 눈치다. 선대위 한 관계자는 “선거 후 정치권에는 곧바로 개헌 또는 합종연횡의 회오리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유력한 카드는 정·부통령제 개헌이다. 정 후보가 주체가 되어 부통령 후보로 유력한 영남 주자를 영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 개헌을 주도해나갈 가능성도 있다.

지방선거에까지 막대한 영향

한나라당도 변화의 바람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한나라당을 강타할 회오리바람의 진원지는 7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이 전당대회는 ‘계급장을 뗀’ 이명박 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박근혜 대표에게 도전장을 던질 것이 분명하다. 당내 반박(反朴) 성향의 한나라당 소장파나 일부 개혁세력의 의지는 벌써 간접적으로 표출된다. “친박(親朴) 인사가 당권을 잡으면 합종연횡의 핵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새판짜기’의 밑그림은 이르면 6월 초, 또는 한나라당 전당대회가 끝나는 7월 중순쯤이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 전 총리의 한 관계자는 “2월 또는 3월 창당하려던 고 전 총리가 이 움직임을 중단하고 우리당 김 후보와 나란히 선 이유는 7월을 전후해 나타날 정치권의 각종 이합집산에 대한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여야 정치권을 관통하는 변화의 흐름은 대통령 권력의 이완현상을 불러오기 십상이다. 더구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의 전면 등장은 권력의 분산을 부채질한다. 권한은 나눠도 권력은 나눌 수 없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한다. 새로 선출되는 우리당 의장은 현재보다 훨씬 강화된 권한을 갖는다. 당의장과 원내대표가 권한을 나눠 갖는 투톱 시스템이 유지되기는 하지만, 의장의 권한이 훨씬 커진다. 국회직을 제외한 당직 임명과 공천 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가 개정되었다. 이는 국정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노 대통령 역시 손을 놓고 권력누수를 방치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역으로 노 대통령발(發) 정계개편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청와대 만찬에서 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우리당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2월 ‘중대제안’을 통해 자신의 거취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의 요청에 따라 노 대통령의 이런 구상은 잠복상태로 들어갔지만 탈당과 같은 충격적 선언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우리당의 전당대회를 계기로 정치권은 뜨거운 열기에 휩싸이고 있다. 그 정점에 선 정동영-김근태 후보는 결연한 표정이다. 2월18일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은 웃지만 다른 한 사람은 돌아서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사면초가’ 민주당 한화갑 대표

정치자금 刑 확정 땐 재기 불능 … 대통령 물고 늘어져


대권 가는 길 한 남자만 웃는다

2월10일 신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받은 정치자금과 관련, 2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원을 선고받은 것이 결정타.

대법원이 이 형을 확정하면 한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피선거권도

5년간 박탈당한다. 39년생(68세)인 한 대표가 5년을 쉬고 재기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측근들도 고개를 가로젓는 절체절명의 위기. 장고하던 한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을 걸고넘어졌다. 경선자금과 관련, 노 대통령이 2003년 7월 “합법의 틀에서 선거를 치를 수가 없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 한 대표는 노 대통령의 이 발언이 ‘불법자금 사용을 시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측근은 이를 “대통령도 공범”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도 한 대표의 물귀신 작전의 타깃이 됐다. 한 대표는 2004년 2월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주간동아’와의 옥중 인터뷰에서 “경선자금을 공개하면 정동영은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발언한 내용을 인용해 날을 세웠다. 권 전 고문을 수사하면 정 전 장관의 경선자금 내역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 한 대표는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그때 가서 모두 죗값을 받자”는 입장이다. 현재는 노 대통령이 형사소추의 대상이 될 수 없는 만큼 자신만 죗값을 받는 것이 억울하다는 항변이다.

한 대표의 절박함에도 당 내외의 반응은 신중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동교동이란 울타리를 의식한 동교동 종자론도 메아리가 별로 없는 눈치다. 오히려 당내에서는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법원 선고와 동시에 고개를 든 한 대표의 2선 퇴진론이 그것이다. 또한 고건 전 총리 및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당의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리당 일부 인사들은 반(反)통합파인 한 대표를 배제한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통 야당인 민주당의 재건을 꾀하려던 노(老)정객의 꿈은 당분간 접어야 할 것 같다.




주간동아 2006.02.21 523호 (p24~26)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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