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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공룡 AT&T 비참한 운명

자회사 격 SBC에 인수돼 ‘새끼에게 잡아먹힌 셈’ … CEO 전략 실패 500억 달러 손실이 ‘화근’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통신 공룡 AT&T 비참한 운명

아들이 어머니를 삼키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10월31일 최종 승인한 미국 2위의 지역 통신업체 SBC 커뮤니케이션스의 AT&T 인수를 두고 하는 얘기다. SBC는 FCC의 승인에 따라 올해 말까지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SBC는 같은 날 MCI 합병 승인을 받은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와 함께 미국 통신 시장을 양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SBC와 버라이존의 인수 비용은 각각 160억과 85억 달러였다.

SBC -AT&T는 총매출 710억 달러 규모로, 합병사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에드워드 휘태커 SBC 회장이, 사장은 데이비드 도먼 AT&T CEO가 맡을 예정이다. 올 1월 합병 발표 당시만 해도 휘태커 회장은 발표문에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존경받는 AT&T 브랜드의 유구한 역사와 힘을 존중한다”고만 밝혀 합병 회사가 AT&T 이름을 계속 사용할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했으나, 최근 합병 회사 이름을 AT&T로 하기로 확정했다.

‘AT & T’ 회사 이름을 계속 사용하기로

AT&T가 어떤 회사인가. 미국을 대표하는 통신사업자이고, 미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회사 가운데 하나였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통신산업의 역사 그 자체다. 1876년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자신의 연구에 자금을 출자한 사람과 함께 이듬해 설립한 벨 전화회사가 AT&T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AT&T는 아직도 3000만명의 장거리 전화 가입자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최대 장거리 전화회사다.

반면 SBC는 미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1984년 AT&T가 분할되면서 태어난 회사다. 법무부는 당시 AT&T의 독점 우려를 이유로 들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존 AT&T를 7개의 지역 전화회사와 장거리 전화회사인 AT&T로 분할하도록 제안했다. SBC는 AT&T가 이를 받아들임으로써 7개의 지역 전화회사 가운데 하나로 태어났던 것.



이때부터 모기업 격인 AT&T는 ‘마 벨(Ma Bell)’, 떨어져나온 자회사들은 ‘베이비 벨(Baby Bell)’로 불렸다. SBC는 이후 다른 2개의 ‘베이비 벨’ 회사를 합병해 힘을 키워왔고, 마침내는 모회사 격인 AT&T까지 인수하게 된 것이다. SBC는 미국 중서부 및 남부 일원에 5000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으며, 장거리 전화망에 정부 및 기업 고객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AT&T로서 더 치욕스러운 대목은 SBC가 AT&T를 인수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는 점. 일부 분석가들은 매출이 줄고 전망도 어두운 AT&T를 160억 달러나 주고 산 것은 너무 비싼 값을 치렀다고 지적한다.

2004년 4분기 현재 SBC의 지역 전화 시장 점유율은 버라이존(29%)에 이어 28%를 점하고 있다. 반면 장거리 전화 시장에서는 AT&T와 MCI가 각각 25%와 1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SBC-AT&T와 버라이존-MCI 2강 체제로 재편된 미국 통신 시장에서는 다른 통신회사들의 살아남기 위한 인수 합병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AT&T가 인수 대상으로 전락한 이유를 언급할 때마다 등장하는 것은 바로 CEO의 역할이다. 97년 말 CEO로 취임한 암스트롱 회장의 전략적 실패가 오늘의 상황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96년 통신법 개정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형 통신업체 간 인수 합병이 이루어져 대형 경쟁사가 출현하자 AT&T는 그때까지 8년 동안 CEO를 역임했던 로버트 알렌 회장 후임으로 IBM 등의 가전 및 통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경험했던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을 선택했다.

암스트롱 회장은 취임 이후 AT&T의 사업구조를 통신 서비스 시장에 집중시켰다. 통신 서비스 부문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TCG, TCI, 미디어원 등 향후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AT&T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되는 통신방송 서비스 관련 업체들의 인수를 적극 추진한 것. 이를 위해 AT&T는 1100억 달러를 투입해 케이블TV 업체인 TCI와 미디어원 등을 인수, 미국 최대의 케이블사업자로 부상했다.

케이블 업체 인수했다 반값에 매각

암스트롱 회장의 이런 결단은 자사의 주력 분야였던 장거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84년 분리 이후 AT&T 자회사들은 지역 전화 시장을, 그리고 AT&T는 장거리 전화 시장을 사이좋게 나눠 가졌으나 96년 통신법 개정으로 AT&T와 베이비 벨이 교차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결과는 참담했다. 베이비 벨의 장거리 전화 시장 점유율이 급증한 반면, AT&T의 시장 점유율은 84년 68%에서 2004년 30%대로 하락했다. 이에 비해 AT&T의 지역 전화 시장 점유율은 전체 회선의 2% 수준으로 미미했다. AT&T 입장에서는 자사의 주력 시장인 장거리 전화 시장은 경쟁사에게 개방돼 점차 시장 지배력이 축소되고 있는 데 반해, 반대급부로 얻은 지역 전화 시장으로의 진입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 암스트롱 회장은 승부수를 던졌지만 그의 전략은 결국 참담한 실패로 결론났다. 1100억 달러를 들여 케이블 사업체를 인수했으나 실적 부진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2002년 11월 컴캐스트에 587억 달러에 저가 매각, 50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통신 공룡 AT&T 비참한 운명


이에 앞서 2000년 10월26일에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기업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사업을 하는 AT&T 비즈니스(99년 당시 매출 250억 달러)를 비롯해 장거리 전화 사업의 AT&T 컨슈머(210억 달러), 이동통신 사업을 운영하는 AT&T 와이어리스(76억 달러), 케이블TV 및 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AT&T 브로드밴드(57억 달러) 등 4개 핵심 사업을 분할하는 것이 그것이었다.

AT&T는 이 가운데 AT&T 와이어리스와 AT&T 브로드밴드를 매각했다. AT&T로서는 결국 성장 동력을 잃은 셈이 됐고, 마침내 ‘베이비 벨’ SBC 품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큰 책임이 있는 암스트롱 회장은 2002년 11월 데이비드 도먼 회장에게 AT&T 지휘권을 넘겨주고, AT&T브로드밴드를 흡수 합병한 컴캐스트 회장으로 밀려났다. 이후에도 AT&T의 어려움이 계속되자 암스트롱은 2004년 5월 이 자리에서도 퇴진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 교훈 남겨

SBC의 AT&T 인수는 통신 시장에서 영원한 절대 강자가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 사건이다. 국내 통신업체 관계자들도 이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KT의 한 임원은 “약간 쇼킹한 뉴스이긴 하지만 시장에서는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미국 언론들도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고 있는 탓인지 감상을 표현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주간동아 2005.11.22 511호 (p44~46)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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