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3

2005.07.12

“세월 탓인가” … 노장의 눈물

조훈현 9단(백) : 조한승 8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7-08 1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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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 탓인가” … 노장의 눈물
    바둑의 승부도 알고 보면 체력전이다. 종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고도의 집중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승부임을 떠올리면 단박에 수긍이 갈 것이다. 한순간 집중의 끈을 놓치면 천길 낭떠러지인데, 이 집중력을 뒷받침하는 게 바로 체력이다. 나이 마흔을 ‘마의 고개’라 하는 연유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조훈현 9단은 참으로 독한 승부사다. 40줄에도 펄펄 날아다녔으니까. 하지만 ‘바둑 황제’ 조훈현 9단도 어느덧 53세.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나이다. 3년 전 삼성화재배 우승을 마지막으로 서서히 무대 뒤로 사라져가고 있다. 국가 대항 단체전인 농심신라면배에 태극 마크를 단 것도 3년 전이었다. 한국의 영원한 주장으로 맹활약을 펼치던 그였지만 젊은 후배들 틈바구니에서 지금은 대표선발전 통과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나 모처럼 선발전 결승에 올라 전성기의 현란한 행마를 보이며 승리를 눈앞에 두었다. 하지만 초읽기에 몰려 둔 단 한 수가 노익장을 울리고 말았으니.

    ‘장면도’ 백1의 수. 다음 A로 흑진을 깨는 수가 빤히 보이므로 당연히 선수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젊은 후배는 영악하다. 흑2의 호된 역습이 있었다. ‘참고도1’ 백1로 를 잡자고 했으면 그만이었다. ‘장면도’ 2·4에 백3·5는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의 빵따냄 한 방의 위력은 일파만파였다. 당장 흑6 이하로 움직이자 16에서 딱 걸렸다. ‘참고도2’ 백2로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흑11에 이르면 촉촉수. 의 빵따냄이 기막히게 작용하고 있다. 조 9단은 도리 없이 ‘장면도’ 백17·19로 우변 대마를 수습했으나 이 사품에 쫔 일곱 점이 떨어졌다. 애초 둔 백1 한 수도 거저 보태준 채 말이다. 267수 끝, 흑 7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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