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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

요리왕의 파란만장한 90년 삶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요리왕의 파란만장한 90년 삶

요리왕의 파란만장한 90년 삶

미셸 갈 지음/ 김도연 옮김/ 다우출판사 펴냄/ 1만2000원

오귀스트 에스코피에. 보통 사람들은 이 생소한 이름을 접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요리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이 이름이 결코 낯설지 않다. 에스코피에는 그가 죽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프랑스 요리의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천재 요리사에 관한 책이 최근 국내에서 출판됐다. 제목은 ‘요리의 거장 에스코피에’. 프랑스의 화가이자 영화 작가인 저자 미셸 갈은 에스코피에의 파란만장한 90년 삶을 소설 형식으로 복원했다. 출생부터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가 요리와 인연을 맺고 최고 요리사에 오르는 과정을 역사적인 에피소드들과 함께 상세히 기록했다.

1846년 가난한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에스코피에는 열세 살 때 요리에 입문했다. 삼촌이 운영하는 니스의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면서부터다.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인 그에게 주방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겨울에도 여름처럼 새벽 5시에 일어나고, 늦게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생활.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오후 한두 시간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에스코피에는 채소를 손질하는 일이든, 밀가루를 체로 치는 일이든, 불타고 있는 화덕에 연료를 넣는 일이든 모두 기꺼운 마음으로 했다. 대개의 훌륭한 인물들이 그러하듯 그는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셈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 견습 과정을 통해 요리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 에스코피에가 틈날 때마다 자신이 만들 새로운 요리에 ‘어떤 이름을 붙일까’ 고민했다는 점이다. 도시와 사람 이름을 딴 ‘알칸타라식 꿩요리’ ‘파인애플 즙을 친 꿩요리’ ‘스트로가노프 봉브 글라세’ ‘진홍색 가재요리’ ‘로마노프 노루요리’ 등등. 아마 주위에서는 10대의 예비 요리사가 한참 ‘오버’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요리를 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창의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 뒤 파리로 진출한 에스코피에는 창조적인 요리 만들기로 착실히 명성을 쌓았고 몬테카를로의 그랜드호텔, 런던의 사보이호텔과 칼튼호텔의 주방장을 거치며 자신의 요리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후대 사람들은 에스코피에가 ‘페슈 멜바’를 비롯한 수천 가지의 새로운 요리를 고안했을 뿐 아니라 ‘요리’를 하나의 학문으로 체계화·단순화·형식화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 그는 프랑스 정통 요리를 궁정과 귀족의 집에서 레스토랑으로 끌어냈다. 또한 장식이 많았던 고전 요리를 깔끔하고 단순한 형태로 바꾸었다. 그러면서도 요리가 가진 예술적 측면에 관심을 기울였음은 물론이다. 요리에 관한 여러 권의 책도 썼다. ‘요리의 길잡이’, ‘나의 요리법’, ‘메뉴 책’ 등 그가 쓴 책들은 현대 요리학계의 바이블로 인정받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 범주의 ‘미식가 연맹’을 창설해 요리사들의 권익 보호에도 힘썼다.



저자는 에스코피에의 ‘성공’만을 기록한 것이 아니다. 에스코피에가 무솔리니 추종자들에게 요리를 바칠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이야기하면서, 시대적 혼란 속에서 한 요리사가 겪은 안타까움을 진솔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인생 말년에 느꼈던 고독과 갈등, 인생의 아쉬움도 가감 없이 풀어냈다.



책은 에스코피에의 친구이자 동지인 ‘호텔 왕’ 세자르 리츠의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바로 리츠칼튼호텔의 신화를 창조한 인물이다. 그가 스위스 산골 니더발트에서 파리로 오기까지의 꿈과 신념, 사업가로서의 기질, 성공과 몰락의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리츠의 감성적 호텔 마케팅을 엿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는 호텔 역사상 최초로 가스등 대신 전등을 사용했고, 음악가 요한 스트라우스를 고용해 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하게 했다. 또한 ‘자신의 호텔에서만큼은 여성들을 공주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여성 중심의 경영방침을 내세우기도 했다.

‘현대식 레스토랑의 창시자’ ‘천재 요리사’ ‘요리의 연금술사’ 등 수많은 수식어가 에스코피에를 따라다닌다. 당대 유럽의 왕들과 귀족사회, 그리고 일반인들까지 그의 이름 앞에 ‘위대한(great)’이라는 말을 붙여주었을 정도. 에스코피에는 시민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최고 영예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훈장보다는 세계로 퍼져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자신의 요리들을 더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주간동아 2005.07.12 493호 (p80~81)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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