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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위대한 한국 산악인

“영하 55℃ … 멈춰 서면 지는 거야”

박영석 북극점 원정 일지 … 54일간 혹독한 자연과 목숨 건 사투 끝 북극점 도달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영하 55℃ … 멈춰 서면 지는 거야”

“영하 55℃ … 멈춰 서면 지는 거야”

다른 해보다 올해 북극해엔 난빙과 리드 지역이 많아 박영석 탐험대원들이 힘들어했다.(가운데) 텐트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 박영석씨(오른쪽).

“드디어 마지막 별을 땄다.”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히말라야 8000m급 14좌와 세계 7대륙 최고봉, 지구 세 극점을 등정하는 것)을 달성한 박영석 대장의 감회다. 2004년 남극점에 서서 그는 “이제 별 하나가 남았다”고 말했다. 북극점에서 베이스캠프로 돌아온 뒤 동국산악회 대선배인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살아 있어 행복하다”는 말로 힘겨웠던 원정 시간을 반추했다. 북극점 정복에 나선 3월9일부터 5월1일까지 박영석 탐험대의 두 달에 걸친 대장정의 기록을 살펴본다.

3월 9일

2월24일 인천공항을 떠난 원정팀은 캐나다 최북단 이누이트 마을 레졸루트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다. 예정일보다 3일 늦게 원정에 돌입한다.

3월 11일



끝없이 난빙이 계속되고 있다. 영하 40℃에 초속 10m의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영하 50℃. 텐트에서 밖으로 나오자마자 온몸이 얼어붙는다. 목도리를 풍차 돌리듯, 얼지 않은 부분을 찾아 입에 댄다. 오늘 처음 얼음 사이로 시커먼 바닷물이 드러난 리드가 나왔다.

3월 15일

출발부터 리드의 연속이다. 박 대장도 두 번 리드에 빠졌다. 황당하다. 대원들 쪽으로 오지 않고 헤엄쳐 건너간다. 그리고 “빨리 가자”고 한다.

3월 16일

베이스캠프를 통해 독도 소식을 들었다.

3월 22일

원정 시작한 지 2주일 만에 100km, 북위 84도를 넘었다. 박 대장은 속눈썹에 붙은 얼음을 떼다 눈썹이 모두 빠져버렸다. 첫 특식으로 감춰뒀던 닭을 꺼내 백숙을 해먹었다.

3월 26일

영하 55℃. 온몸이 만신창이다. 끝내 9시간 운행을 채웠다. 이 추위에 이렇게 걷는 건 정상이 아니다.

3월 31일

보급품 비행기가 도착. 그냥 타고 가고 싶다. 박 대장이 가장 많은 편지를 받고 막내 정찬일 대원은 털목도리, 선크림까지 받았다.

“영하 55℃ … 멈춰 서면 지는 거야”
4월 3일

속도를 내기 위해 짐을 줄이기로 하고 식량과 연료를 ‘버리기’(얼음에 모아둔다)로 한다. 총도 버릴까 하다 혹시 나타날 지 모를 곰 때문에 다시 집어넣았다.

4월 7일

북위 85도를 넘어서면 구빙대가 펼쳐진다고 했는데, 전혀 아니다. 최근 기후변화가 심해 이전 자료가 맞지 않고 기상 전문가들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기상이변’이란 대답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4월 10일

이제 절반 남았다. 그러나 우리는 앞으로 걷고 있는데, 얼음판은 뒤로 가고 있다.

4월 14일

백야 속을 하루 10시간씩 걷는다. 눈이 내리는데, 커다란 결정체 이파리가 6개나 달렸다.

4월 23일

박 대장과 홍성택 대원이 설맹(雪盲)에 걸렸다. 길잡이를 하느라 선글라스를 끼지 않은 탓이다. 무척 괴로운 듯하다.

4월 27일

꿈에 그리던 북위 89도에 왔다. 박 대장은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2년 전 북극에 도전했을 때 철수했던 날이라며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분하다”고 한다.

4월 29일

내 안에 두 개의 나가 있다. 하나는 ‘멈춰도 돼, 할 만큼 했잖아’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다른 하나의 나는 ‘여기서 멈춰 서면 지는 거야. 용기를 내’라고 재촉한다.’(박영석 일지)

5월 1일

박대장이 GPS (위치확인장비)를 꺼냈다. “90도00.000이야, 정확하게 찍혔다!” 모두 감격해 환성을 질렀다. 그동안 성원해준 사람들에게 정말 감사를 드린다. (북극탐험대의 ‘북극일지’ 가운데)



주간동아 2005.05.17 485호 (p20~22)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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