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1

..

검사가 총 쏘고 주먹다짐 “진짜야?”

‘공공의 적2’ 강력부 김희준 검사가 모델 … 검찰이 시나리오부터 촬영장소까지 도움 줘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입력2005-01-26 15:5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검사가 총 쏘고 주먹다짐 “진짜야?”

    ‘대한민국 검사’를 소재로 한 영화 ‘공공의 적2’의 주역들. 강우석(감독) 설경구 정준호 강신일 임승대(왼쪽부터).

    무뚝뚝한 검사들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이 번졌다. 그것도 입가에 살짝 걸친 미소가 아닌 만면에 가득한 호탕한 웃음이었다. 1월27일 개봉을 앞둔 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2’ 시사회는 1월18일 대검찰청에서 검사들에게 먼저 이뤄졌다. 검찰의 적극적인 후원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프로젝트였기에 보은 성격의 시사회였던 셈이다.

    “너무 과장 … 전의 다지는 계기…” 검찰 의견 쏟아져

    이번 영화는 전작 ‘공공의 적’에서 부패(?)했지만 정의로운 강력부 형사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심은 강철중(설경구 분) 형사를 강력부 검사로 등장시켰다. 강 검사와 비리 사학재단 ‘한상우’(정준호 분) 이사장과의 끈질긴 승부가 사건의 주된 줄거리다. 그러나 정작 관객들의 호기심은 초점에서 약간 빗나가 있다. 영화가 검사의 모습을 얼마나 제대로 그려냈는지에 대해 집중됐을 정도로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대한민국 검사’였기 때문이다.

    시사회가 끝난 뒤 강 감독은 “권력을 조롱하거나 비틀어 묘사하지 않고 우리가 마음속에 바라는 정의의 모습을 직설적으로 표현해냈다”고 강조했다. 또한 송광수 검찰총장은 회식자리에서 “소신 있는 검사들에게 더 잘해줘야겠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했을 정도로 영화는 일선 강력부 검사가 외압을 극복해가며 정의를 구현해가는 과정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검찰이 영화의 소재가 된 것도 흥미롭지만, ‘투캅스’ ‘실미도’ 등으로 대한민국 대표 감독으로 떠오른 강 감독이 검찰의 적극적인 후원을 이끌어낸 계기부터 관객의 구미를 자극한다.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한창이던 2003년 12월 대검찰청사에서 영화 ‘실미도’ 시사회가 열렸는데, 계기는 ‘실미도’ 관련 자료를 검찰을 통해 입수했기 때문이다. 시사회 직후 강 감독은 송 총장에게 ‘공공의 적2’ 구상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송 총장이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이다.



    검사가 총 쏘고 주먹다짐 “진짜야?”

    강철중 검사의 실제 모델인 대검찰청 김희준 검사.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가 영화의 중심이다 보니 검찰은 검찰청사 주변을 영화 촬영장소로 제공한 것은 물론, 검찰 사무실과 조사실까지 공개하면서 똑같은 세트를 만들도록 배려했다. 영화 제작사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검찰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영화의 스토리를 완성한 김희재 작가는 검찰에 출퇴근하다시피 하면서 살벌한 검찰 조사실의 풍경을 스케치한 것은 물론 ‘사법고시생’에 준하는 법적인 능력을 길러야 했던 것.

    영화가 생동감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제 모델을 통해 그려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에 검찰이 추천한 인물은 당시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일하던 김희준 검사(37)였다. 광주지검과 서울지검에서 5년간 강력부 검사로 일해온 김 검사는 1998년 속칭 ‘물뽕’으로 불리는 신종 액체 마약을 처음 적발하는 등 정통 강력 검사의 맥을 이어온 엘리트 검사. 시나리오 작가나 주연 배우인 설경구씨는 김 검사를 모델로 해 영화 속 강철중 검사의 모습을 만들어갔다.

    검사가 총 쏘고 주먹다짐 “진짜야?”

    1월18일 영화 시사회장에 모인 검찰 수뇌부. 송광수 검찰총장(가운데), 이정수 대검차장(왼쪽), 문성우 대검 기획조정부장.

    “검사의 세세한 행동거지나 검사와 피의자 간의 치열한 심리전 모습, 이를테면 문을 살짝 열어서 피의자에게 역(逆)정보를 흘리는 등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치밀하게 전수했습니다.”(김 검사)

    영화 속의 강 검사는 37세의 미혼으로 물불 안 가리는 의협심 넘치는 검사로 묘사됐는데 김 검사는 기혼인 것을 제외하고 강검사와 똑닮았다. “그간 검찰을 그린 영화나 방송은 검사 모습을 왜곡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하는 김 검사는 “이 영화를 통해서 검사에 대한 오해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에서 묘사된 검찰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서 검찰 내부에서는 ‘과장되게 그렸다’ ‘새롭게 전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는 등 다양한 의견도 쏟아졌다. 영화적 재미를 위해 살짝 왜곡된 검찰의 모습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표정도 역력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영화에 나타난 검찰의 모습과 현실 간의 다른 모습이 꽤 흥미롭다는 반응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