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고 해서 ‘말아톤’이 온전히 실화영화는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더더욱 아니다. 영화는 ‘인간극장’이나 어머니의 수기로 나온 이야기를 되풀이하진 않는다. 영화는 이미 알려진 기본 사실에서 영감을 얻은 픽션이다. 영화에서도 자폐증 청년이 엄마의 응원을 뒤에 업고 마라톤을 하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많은 부분은 영화를 위해 지어낸 허구다.
영화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초원은 극성맞은 엄마 경숙의 손에 이끌려 마라톤을 시작한다. 경숙은, 왕년에 마라톤 스타였지만 음주운전 사고를 낸 뒤 지금은 장애인 학교에서 체육을 가르치는 정욱에게 아들의 코치를 부탁한다. 처음엔 주저하던 정욱은 서서히 초원과 가까워지고, 경숙은 반대로 자신의 행동과 믿음을 돌이켜볼 기회를 얻는다. 그러는 동안 초원은 춘천마라톤 대회라는 모두의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런 진부한 접근법이 이상적일까? 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할 수 있다. 영화는 종종 도식적인 선택 때문에 진실성을 잃어버리곤 한다. 예를 들어 초원을 도우려는 정욱과 지금까지의 노력을 포기할 지경에 이른 경숙이 대립하는 장면은 지나칠 정도로 장르 공식에 의지하고 있어서 드라마의 힘을 오히려 빼놓고 있다. 만약 이런 인공적인 갈등을 조금만 더 통풍시켰다면 ‘말아톤’은 더욱 와 닿는 작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영화는 필요 이상으로 예술적일 필요도 없었다. 원래 이야기의 힘이 강하다면 최소한의 개작과 익숙한 장르 공식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 영화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