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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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는 21세기에도 유용한 메모법”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입력2005-01-26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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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기는 21세기에도 유용한 메모법”
    요즘 사람들에게 “속기를 아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빨리 기록하는 것을 말하는 건가요?”라고 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만 해도 속기 자격증은 요즘의 컴퓨터 관련 자격증처럼 유용한 것이었다. 72년 속기실무능력 검정고시가 제정되어 1∼7급 자격증이 발급됐고, 속기실기종합경진대회가 해마다 개최됐다. 교사들은 실업고 교감으로 승진하려면 속기 과정을 이수했다. 군인들도 자신의 주특기를 속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때 그 시절’ 널리 쓰였던 ‘남천식’ 속기법을 창안한 남상천 남천속기연구소 소장(76)이 최근 속기의 대중화를 위해 다시 뛰기로 결심했다. 20대 중반에 발표한 자신의 속기법이 인터넷 혁명 시대에 잊혀져가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 남 소장은 “컴퓨터 속기는 도구를 가지고 다녀야만 활용 가능하지만, 남천식 속기법은 펜과 메모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기록이 가능한 초간편 초고속 메모법”이라고 말한다.

    남천식 속기는 한 음절을 한 획으로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 ‘아·가·다’처럼 자주 쓰이는 글자를 쓰기 쉬운 곧은 줄 글자로 만들고, ‘카·파·하’처럼 자주 쓰이지 않는 글자는 굽은 줄 글자로 만들어 쓰도록 하고 있다. 보통 한글은 1분에 60자 적을 수 있는 반면, 속기문자는 300자까지 적을 수 있다. 무려 5배나 빠른 속도다. 남 소장은 “2시간 정도 기본 원리만 배우면 간단한 속기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남 소장은 56년 ‘남천식’ 속기문자를 창안, 발표했다. 이후 농림부 공무원과 농협중앙회 간부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속기 보급에 힘써왔다. 64년 문교부 검정 속기 교과서를 집필했고 58년부터 79년까지 21년 동안 1060명의 실업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속기를 교육했다. 지금도 당시 가르쳤던 제자들의 속기 시험지를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다. 그는 보리텐, 아침햇살, 하늘보리 등 크게 히트한 음료수의 주원료 공급 사업으로 성공한 실업가이기도 하다.

    은퇴 후 속기 보급에 힘써온 성과가 최근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3년 천안대, 2004년 성균관대와 홍익대에서 속기학을 교양과목으로 신설해 학생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올해는 숙명여대에서도 속기학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또 특별활동시간에 속기반을 편성하고자 하는 전국 중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1월26일부터 성균관대에서 속기학을 강의할 예정이다. ‘속기 보급’이란 원래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을 모두 자비를 털어 진행하고 있다.



    속기 독학도 가능하다는 것이 남 소장의 주장. 홈페이지(www.namcheonsokki.com)에서 무료로 속기 교재를 내려받아 활용하면 된다.

    “속기를 배워서 직업을 얻을 순 없습니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일기 쓰거나 수첩에 메모할 때 나만 알아볼 수 있는 문자로 빠르게 기록하는 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지요. 속기가 21세기에도 간편하고 빠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명맥을 이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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