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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과학영재학교에서 우리 과학의 미래를 본다

“과학 열정 똘똘 … 사이언스 코리아 믿어”

“과학 열정 똘똘 … 사이언스 코리아 믿어”

추승우/ 과학영재학교 03학번·한국정보올림피아드 금상 등 다수 입상

요즘 뉴스를 보려고 TV를 켜면 거의 항상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로 계속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있는 경제 기사는 어쩌면 광복 후 우리나라의 고속성장에 대한 일종의 브레이크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너무나 빨리 달려왔다. 그 속에서 한번쯤은 자신을 되돌아보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세계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의 충고가 바로 지금의 경제 위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 충고에 대한 답은 ‘과학기술 양성’일 것이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면,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카이스트(KAIST)’의 첫 장면이 생각난다. 어느 학교 다니느냐는 할머니의 질문에 “한국과학기술원 다닙니다”라고 대답했던 주인공이 “그래, 공부 못하면 기술이라도 열심히 배워야지”라는 대답을 듣게 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은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위치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천한’ 대접을 받는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찍부터 모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과학영재학교의 학생들이다.

과학영재학교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기숙사를 울리는 아침방송 소리에 학생들은 하나 둘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채비를 한다. 전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영재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가 생활의 중심이 되도록 한다. 적어도 학생들에겐 학교가 집인 셈이다. 이렇게 시작된 과학영재학교의 하루는 밤 12시까지 숨가쁘게 돌아간다. 2학년부터는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쉬는 시간마다 학교는 이곳저곳 옮겨다니는 학생들로 시끌벅적하다. 일반물리학, 빛과 파동, 분자생물학, 알고리즘 등 학생들이 듣는 과목은 대학교의 전공과목만큼 세분화되어 있어서 자신의 분야가 아니라면 그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것이 정상일 정도다.

이렇게 강의는 저녁 10시까지 계속된다. 그렇지만 보통 한 학생당 20~30학점 정도의 수업을 듣기 때문에 수업 사이사이에 빈 시간이 꽤 있다. 학생들은 이런 시간 동안 각자 할 일을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대학교의 교과과정을 옮겨놓은 교육과정을 소화하기 위해 쏟아져나오는 과제들을 해결하다 보면 이런 시간이 짧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바쁜 학사 일정 중에도 R&E(Research & Education) 관련 논문을 쓰거나, 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 역시 그렇다. 수업을 듣고 숙제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 외에도 과학영재학교 신문사 편집장으로서 기사를 수정하고, 편집 기획을 하는가 하면 친구들과 어울려 노래방에 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내 생활의 중심은 늘 과학기술에 맞추어져 있다. 과학사 과목에서 배운 바에 따르면, 인간의 생활 모습이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른 이유는 과학기술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전은 열매를 까는 도구처럼 단순하고 조잡한 도구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엔 열매 까는 도구가 최첨단 과학기술의 산물이었겠지만, 지금은 유치원생도 그보다 몇 십 배 복잡한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인류가 가진 또 다른 무기인 ‘교육’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교육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졌다.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교육,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그중 과학기술에 대한 지식을 쌓는 것은 ‘어떻게 하면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가’를 배우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우리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얼마 전 우연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곳에서 한국연구정보망 시설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눈에 들어온 것은 방을 가득 메운 외국산 장비들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담당자 말이 “국산 장비는 성능이 좋지 않아서 큰 부하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흔히 우리나라를 IT(정보기술)강국이라 하는데, 이런 IT 강국의 인프라 구실을 하는 통신망의 핵심은 모두 외국산 기술로 채워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핵심기술의 외국 의존적인 상황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낮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 부족이다. 특히 체계적으로 과학기술 인력을 양성하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 연구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의 연구활동은 ‘눈에 보이는 부분’, 즉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분야에 집중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과학영재학교에서 나와 제 친구들은 도배를 하거나 요리를 하는 데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기초과학을 힘들여 배우고 있다. 우리들이 이렇게 힘든 공부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과학이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영재학교의 학생들은 미래의 과학 한국을 이끌 예비 과학도들이라 하기에 손색이 없다. 나는 10년 후엔 우리 과학영재학교 출신의 과학자들이 과학 한국을 이끄는 중심에 서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운동장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주변의 벌레 수를 세고, 운동장을 격자로 나누어 넓은 운동장에 있는 벌레 수를 계산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이언스 코리아’의 미래를 본다.



주간동아 2005.01.04 467호 (p12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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