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7

2005.01.04

“내신·SAT 동시 준비 과외 활동도 열심”

  • 입력2004-12-31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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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세준/ 한영외고 3학년·펜실베이니아 대학 특차 합격



    얼마 전 미국의 동부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가운데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특차 합격해 2005년 9월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2002년 한영외고 유학반에 입학했을 때부터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현실이 되고 보니,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좀 얼떨떨하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후배들이 아이비리그를 꿈꾸며 특목고 진학 여부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지금까지의 공부법을 소개하고 싶다.

    미국의 대학 입시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는 SAT(Scholastic Aptitude Test·학습능력 적성 시험) 점수, 에세이, 과외 활동, 내신 등이다. 미국 대학은 SAT 점수와 내신을 통해 학생의 학습 능력을 파악하고, 에세이와 과외 활동을 통해 인간적인 모습을 평가한다. 나는 한영외고의 해외 진학 지도 프로그램인 OSP(Overseas Study Program)를 통해 이 네 가지 전형을 준비했다.

    먼저 중요한 항목은 내신이다. OSP 학생들은 정규 교과 내신과 OSP 내신을 둘 다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량이 많은 편이다. 매일 오후 3시까지는 전공과 교실에서 정규 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밤 10시까지 OSP에서 제공하는 AP 수업을 듣는다. AP는 ‘Advanced Placement’의 약자로 대학교 수준의 강좌를 고등학교 때 미리 이수하는 제도다. 한영외고의 경우는 심리학, 경제학, 미적분학, 통계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미국 역사, 미국 정치학, 문학, 세계 역사 등의 수업을 개설해놓고 있다. 특히 실험실에서의 활동이 중요한 이공계 지망 학생들은 AP 수업의 일환으로 매주 수요일 한양대 실험실에서 고등학교 때 접하기 쉽지 않은 기자재들로 실험을 하여 논문을 작성하고 있다. 원서와 영어로 진행되는 이 수업을 들으며 OSP 학생들은 미국 대학에 적응할 수 있는 기본 자질과 미국 학생들이 그들만의 교육을 통해 얻는 소양을 갖추게 된다. 또 이 수업의 참여도와 성적은 내신으로 산출돼 대학 입시 전형의 중요한 자료가 되고, 선생님들이 추천서를 작성할 때도 참고 자료가 된다.



    다음은 시험 점수다. 우리나라 입시에서 수능 성적이 중요하듯 미국의 시험 또한 중요하다. 미국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서 치러야 할 시험은 TOEFL·SAT1·SAT2·AP 등인데, 우선 SAT1 대비 수업은 정기적인 모의고사와 그 시험에 대한 리뷰로 이루어진다. SAT1 시험이 시험 점수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시험문제만 풀고 단어만 외우는 학생은 미국 대학이 원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OSP에서 AP 수업 위주로 입시를 준비한다. AP 시험은 일종의 옵션인데 대학 수준의 수업을 이해한 사람을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이기 때문에 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은 학생의 우수한 학습 능력을 대변하는 좋은 자료로서 효과가 크다. 나는 거시경제, 미시경제, 미적분학, 통계학, 심리학, 물리, 화학, 음악이론, 미국 정치 등의 시험을 치렀다. AP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이것만 제대로 공부해도 SAT2 시험은 자연스레 준비되며, TOEFL 또한 계속되는 원어민 강사와의 수업과 원서 독해를 통해 어렵지 않게 목표 점수를 얻을 수 있다.

    나는 초등학교 1, 2학년 때 2년간 미국에서 생활했던 것을 제외하고 계속 우리나라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영어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다음은 과외 활동.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과천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했고,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교내 오케스트라 악장, OSP 내 앙상블의 악장을 역임했다. 참전 용사들에게 관심이 많아서 참전용사 수기집을 발간했고, 여름에는 그들을 위한 감사 음악회를 OSP 친구들과 함께 열기도 했다. 영어 방송 채널인 아리랑 TV의 퀴즈 쇼 ‘퀴즈 챔피언’에서 5회 연속 승리를 거둔 경험도 있다. 토요일마다 OSP의 사물놀이 동아리인 ‘한얼’에서 장구 연습을 했고, 주말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집 봉사, 사랑의 집 짓기, 모의 유엔 행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다. 방학 때는 ‘내셔널 트러스트’라는 NGO(비정부기구)에서 활동했고,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국회에서 인턴 활동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 입학원서 보낼 때 내가 발간한 수기집과 그동안 캠코더로 틈틈이 찍어둔 오케스트라 활동 동영상 등을 편집해 동봉했는데, 이러한 나의 많은 경험도 합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영외고 OSP에는 학생들의 과외 활동 참여를 도와주는 많은 동아리들이 있다. 여름방학 때 캄보디아의 반부패 회담에 참가한 반부패 동아리, 한 해를 정리하는 연감을 발행하는 yearbook 동아리, 국제적인 이슈들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모의 유엔 동아리, 국제 철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철학 동아리, 전국의 고아원들을 순회하면서 위문하는 전국 투어 동아리 등이 그것이다. 1년에 한 번은 모든 OSP 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준비하는 자선 콘서트 ‘Limitless’도 열린다. ‘Limitless’의 수익금은 매년 대구 지하철 참사 성금, 불우이웃 돕기, 난치병 치료 기금 등으로 전달되었다.

    미국 대학 입시에서 마지막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에세이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오케스트라 활동, 왜 이 대학을 선택했는지, 양재천에서의 산책 등 세 편의 에세이를 제출했다. 오케스트라 에세이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지역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오늘날 단원 수가 100명에 이르는 국내 유수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로 성장시키기까지의 과정과 음악을 향한 열정에 대해 썼다.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OSP 선생님들에게서 주제 설정부터 교정까지 많은 도움을 받았다. 주제를 정하는 단계에서는 초청한 작가 분들의 도움을 받았고, 원어민 선생님들은 문법을, OSP 과정 카운슬러인 김보영 선생님은 글의 내용을 좀더 매끄럽게 다듬는 일을 도와주셨다.

    학교에 마련돼 있는 과정을 이용해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준비했지만 한 번도 부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굳이 학원에 가지 않고도 SAT에서부터 AP까지 만족스러운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아이비리그 진학은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학교 프로그램에 충실히 따르면서 과외 활동을 열심히 하면 누구나 꿈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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