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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VS 웃찾사 배꼽 빼는 개그 대전

양강 체제 속 시청률 고공 행진 … 정작 출연자들은 아이디어 짜내고 연습하느라 ‘녹초’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개콘 VS 웃찾사 배꼽 빼는 개그 대전

개콘 VS 웃찾사 배꼽 빼는 개그 대전

5년 동안 정상을 지켜온 ‘개콘’이 ‘웃찾사’의 무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지금 사람들은 목요일 SBS TV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와 일요일 KBS2 TV ‘개콘’(개그콘서트) 보는 맛에 산다. 금요일과 월요일엔 각각 전날 방송분의 시청률을 챙겨보는 맛에 산다. 그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다면 점유율은 어떻게 나왔는지, 혹시 다른 채널의 프로그램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웃찾사’와 ‘개콘’의 경쟁 전망과 문제점을 논해야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다른 TV 프로그램과 라디오의 청취자 사연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다.

지금, 개그 보고 웃는다고 반지성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어렵고 우울한 시대, 웃찾사와 개콘은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코드가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경쟁 구도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틀림없이 그 사람은 ‘폭탄’이다.

신문에서도 제작진들이 불편해할 만큼 거의 매일 ‘웃찾사’와 ‘개콘’을 다룬다. 그러나 코미디를 활자로 옮긴 것은 재미없다. TV 앞에서 ‘웃찾사’와 ‘개콘’를 확인하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은 없다.

2004년 10월 개편한 웃찾사가 7주 만에 시청률 8%대에서 23%로 무섭게 치받아 올라오고, 덕분에 개콘의 시청률까지 동반 상승하는 등 개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12월16일 KBS 홍보실은 ‘개콘’을 만드는 김석현 PD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 PD는 공개적으로 ‘정상 수성 의지’를 밝히며 ‘웃찾사’를 향해 잽을 날렸다. ‘전면적인 파상공세를 얼마나 지속하겠는가’ ‘유행어로 끌어가는 것이 아닌가’ 등등.

그러자 ‘웃찾사’ 이창태 PD는 “난 다른 프로그램에 신경 쓸 시간 없다. 그런 시간 있으면 대본이나 더 짜겠다”며 맞받아쳤다. 질문과 대답에 오해가 빚어진 측면이 있어서 당사자들은 억울했겠지만, 언론과 시청자들은 즐거웠다. 다른 시간대에 방송되는 웃찾사와 개콘이 공개적으로 ‘개그 대국’을 선포한 셈이기 때문이다.



‘개콘’은 개인기, ‘웃찾사’는 실험정신 돋보여

인터넷에서 웃찾사와 개콘을 둘러싼 논쟁은 기름을 부은 듯했다. 홈페이지는 개그맨과 각 코너 하나하나에 대한 정교한 분석에서 웃찾사의 새로운 팬들과 개콘의 충성심 강한 팬들의 맹목적인 ‘댓글’들로 시끌벅적하다.

개콘 VS 웃찾사 배꼽 빼는 개그 대전

무료 공연을 하며 트레이닝을 받는 예비 개그맨들. ‘웃긴다’는 말 한마디가 가장 큰 격려다.

대강 양쪽 진영을 통해 드러난 차이는 이렇다. ‘개콘’이 개인기 덕을 많이 봐 어린 시청자들에게 쉽게 어필하는 반면, ‘웃찾사’는 연기가 중심이 되는 데다 실험적인 형식을 빠르게 선보여 20대 이상 시청자들의 열광적 지지를 받으며 개그 프로그램 시청층 자체를 확대했다는 것.

“시청자 평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두 코너에 출연하는데 일주일 내내 연습해도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경제가 좋지 않을 때 코미디 인기가 높아진다고 하던데, 확실히 그런 것 같아요.”(개그맨 안상태)

‘웃찾사’와 ‘개콘’은 3초, 혹은 늦어도 5초에 한 번씩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 아니, 터뜨리게 해야 한다. 그래서 녹화 날, 카메라 사인이 없을 때 개그맨들의 표정이 얼마나 비장하고 무거운지 시청자들이 상상하기 쉽지 않다. 그들은 웃는 연기를 할 때가 아니면 결코 웃지 않는다. 대본의 대사가 막상 리허설 연기에서 ‘웃기지 않을 때’ 개그맨들이 보이는 난감한 눈빛은 개그가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각각 ‘개콘’과 ‘웃찾사’의 공개방송이 있는 수요일과 금요일, 대부분 연기자들은 각 사 구내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는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제스처를 연습하는 그들은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새벽 4시부터 방청권을 얻으러 온 사람들이 공개홀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데 밥이 쉬 넘어갈 리 없고, 다른 데 신경 쓸 여유도 없다.

‘신인들 맹활약’ 웃찾사 인기몰이 한몫

두 프로그램 모두 1시30분쯤 1차 리허설, 3시쯤 카메라 리허설이 있고, 7시엔 관객들과 함께 진짜 녹화를 한다. ‘개콘’은 녹화 당일 두 번의 리허설 동안에도 대본이 계속 수정되므로 작가의 몫보다 개그맨들의 애드리브와 연출자의 즉각적 판단이 중요하다.

김석태 PD는 “대학로 무대에서 골라온 소재를 최소 여섯 번 넘게 검증한다”고 말한다. 각 코너 출연자들이 오디션을 하듯 연기하는 동안 연출자와 동료들이 모니터를 한다. ‘복학생’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유세윤은 막내인지라 문가 벤치에 신인들과 함께 앉아 있다.

“시청률에서 웃찾사에 한 번도 밀린 적이 없는데 언론에서 ‘웃찾사’ 중심의 경쟁 구도로 몰아간다”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 섭섭함이 묻어 있다.

“이걸 더 재미있게 만들려면 진짜 미친 척하고 뛰어나와야 해!”

리허설이 끝날 때마다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갈갈이 박준형이다. 한때 박승대한테서 트레이닝을 받았던 그는 이제 후배들을 가르친다. 한때 5개 코너에 출연하기도 했던 그는 혼잣말처럼 “이럴 줄 알았으면 하나씩 보여줄 걸 그랬어”라고 말했다. ‘웃찾사’는 확실히 ‘개콘’을 위협하고 있었다.

정상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개콘’의 연습 분위기가 비장하다면, 시청률 상승에 가속도가 붙은 ‘웃찾사’는 훨씬 ‘업’된 분위기다. 한 신인 개그맨은 “요즘 바빠서 잠잘 시간이 없는데도 행복하다”고 하고, KBS에 있었던 한 개그맨은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다. 어린 후배들이 대학로에서 젊은 감각을 익혀오면 선배들도 그게 요즘 흐름이냐며 빨리 배우고 맞춰준다”고 말한다. 리허설에 들어가기 전 이창태 PD가 연기자들에게 “컨디션 어떠냐” “쫛쫛코너가 좀 죽었는데 이건 기로 돌파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독특하고, 연기자들이 슈팅 전에 운동선수들처럼 “아자! 아자!”를 외치는 것도 처음 보는 모습이다.

‘웃찾사’는 ‘개콘’과 달리 거의 대본대로 간다. 이 PD는 대본 보는 데만 6시간이 걸릴 만큼 대사 한 마디씩 잘라서 개그가 들어 있는지, 신선하지, 연기자가 최선을 다했는지 따져본다. 작가의 몫도 상대적으로 크다. ‘희안하네’나 ‘그런 건가’에서 생각할 틈 없이 주고받는 대사들은 애드리브 같지만 한 박자 놓치면 추락하는 공중 그네타기처럼 치밀하게 짜여진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대학로 무대에서 1차 실험을 거쳐온 것이니 사실 시청자들이 웃지 않고는 못 배긴다.

‘웃찾사’에서 후배들의 연기를 지도하는 맏형은 ‘컬투’ 정찬우와 김태균이다. 이 PD가 ‘삼고초려’ 끝에 다시 출연시킨 이들은 ‘그때그때 달라요’나 ‘생뚱맞죠’ 같은 유행어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뒤에서 훨씬 큰일을 한다(리마리오의 새 춤을 ‘비둘기 합창단’에 전수하고 있는 사람도 정찬우였다. 정찬우는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리마리오의 강렬한 캐릭터를 랭보라는 자기 역을 통해 상대적으로 호감 가는 ‘미끄덩’한 인물로 만들었다). ‘그런 거야’의 스타 김형인은 ‘웃찾사’의 인기 상승에 가장 큰 몫을 한 것이 ‘컬투’의 컴백이라고 말한다.

대학로는 예비 개그맨들로 열기 후끈

“선배들과 신인들이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게 웃찾사의 힘이죠. 요즘 우리에게 신인답지 않다고 합니다. 사실 신인이라도 대학로 무대에서 1년 넘게 트레이닝을 받았으니, 내공이 대단한 거죠”.(김형인)

시청자들은 더 이상 ‘웃으면 복이와요’ 같은 드라마 코미디를 견디지 못한다. 3초 안에 웃겨야 하고, 한번 써먹은 대사, 한번 본 상황을 다시 봐주지 않는다. 사실 3초도 이젠 길게 느껴진다. 이렇게 무서울 만큼 끊임없이 새로울 수 있는 이유는 그만한 ‘인력풀’이 있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TV로 진출하는 트레이닝 시스템 때문이다.

‘개콘’이 ‘갈갈이 패밀리’라는 단일 기획사 중심으로 이뤄져 있는 데 비해, ‘웃찾사’는 박승대 대표의 ‘스마일 매니아’ 출신 신인들(김형인, 권성호, 김신영 등)과 ‘스타밸리’ 소속의 이태식, 이병진, 김숙 등과 이홍렬이 데려온 강성범, 전유성의 ‘코미디 시장’ 출신 ‘희안하네’팀(한현민 등), ‘컬투’(정찬우, 김태균, 리마리오 등) 등 다양한 용병 기획사들이 경쟁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져 있다. 신인들한테서 쟁쟁한 개그 선배들의 연기 패턴을 다시 보게 되는 것도 흥미롭다.

‘개콘’의 장점이 팀워크라면, ‘웃찾사’는 냉혹한 평가와 경쟁 시스템이 장점이다. ‘웃찾사’가 이처럼 여러 기획사로 이뤄지다 보니, 기획사와 연기자 스스로 자기 평가에 엄격할 수밖에 없다. 기획사가 많다보니 경쟁과 격려는 시너지 효과를 얻는다.

그래서 어렵게 방송 기회를 얻어도 스스로 재미없다고 판단하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다음 주에 재미있는 것 짜오겠다”며 자기 코너를 없애버린다. “개그는 신선하지 않으면 곧 죽음입니다. 장기적으로 매달 새로운 코너 하나를 넣고 재미없는 것 하나는 폐지할 겁니다. 시청자들은 가장 좋은 것만 보는 셈이죠.”(이창태 PD)

한 개그맨은 “개그맨처럼 대중 앞에서 곧바로 평가되고 실력만으로 스타가 되기 쉬운 연예인도 없다”고 말하지만, 방송사 개그맨 콘테스트에 합격한 뒤에도 대학로를 거쳐야 하는 지금 개그맨들처럼 ‘헝그리’한 대중 문화인도 없다. 대학로에서 수십 개의 진짜와 가짜 ‘웃찾사’ 콘서트와 ‘개콘’ 무대에 출연하는 무명의 개그맨들만 해도 수백명에 이른다. 그중 극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극장에서 슬리핑백에 들어가 잠을 자고 라면으로 세 끼를 때우며 직접 전단을 붙이고 호객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 내내 아이디어를 짜내고 죽기 살기로 연습한다.

대부분 무료 공연이라, 사람들이 많아도 수익은 별로 없다. 여전히 배고프지만 ‘웃찾사’와 ‘개콘’의 인기 상승으로 관객 수가 많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이들은 행복해한다.

대학로에서 개그 연기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정현수씨는 “방송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막상 전쟁터에선 자신감만 갖고는 안 된다는 걸 절감하고 다시 대학로로 왔다”고 말한다. 또 다른 예비개그맨 홍동명씨는 “학교 다닐 때 좀 웃기면 나중에 개그맨 하라는 말 듣는 애들이 한두 번 개그맨 꿈을 갖는다. 대개는 험난한 길에서 중도포기한다. 끝까지 가는 사람이 성공한다. 개그를 배우면서 내 인생 자체가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개그맨들을 취재한 한 연예 전문기자는 “성공한 개그맨들은 다른 연예인들과 다르다. 한마디로 ‘미쳤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돈보다 웃긴다는 말 한마디에 최고의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대학로의 개그 무대는 춥고 ‘헝그리’하다. 날고 기는 경쟁자들이 모인 방송사의 공개 녹화홀은 살벌할 만큼 냉혹하다. 인기 개그맨이라도 이번 주에 웃기지 못하면, 다음 주 혹은 그 다음 주엔 자기 캐릭터가 빠진 대본을 받게 될 것이다.

무대 밖, 카메라가 꺼졌을 때 그들에게 웃기를 기대하기란 난망해 보인다. 그러나 쇼는 계속될 것이고 ‘웃찾사’와 ‘개콘’의 경쟁은 점입가경에 들어섰다. 시청자들은 ‘웃찾사’와 ‘개콘’을 보며 손가락을 올리거나 게시판에 들어가 ‘악플’로 도배를 하기만 하면 된다. 확실히, 코미디가 인간의 가학적인 욕망을 반영하고 있다는 말은 진실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5.01.04 467호 (p68~71)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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