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커버스토리 l 희망 나누기 2005

1% 나눔의 혁명 세상 바꾸는 ‘밀알’

아름다운 재단 4년 행복한 나눔 릴레이 …‘맞춤형 기금’ 소액 기부자 새로운 즐거움

  •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1% 나눔의 혁명 세상 바꾸는 ‘밀알’

1% 나눔의 혁명 세상 바꾸는 ‘밀알’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아름다운 재단 건물 앞에서 간사들이 ‘1% 나눔’의 뜻으로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여주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1% 나눔 혁명.’

일용직 노동자인 김춘대씨는 매달 한 번씩 서울 종로구 가회동 ‘아름다운 재단’ 사무실을 방문한다. 2년 전, ‘1% 나눔’ 운동에 동참한 이후 생긴 습관이다. 정성스레 포장한 봉투에 든 돈이 액수는 월 수입의 1%를 웃돌지만 그는 금액에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최선을 다한 자신의 마음을 담고자 노력한다. 아름다운 재단이 마련한 65개 공익기금 가운데 ‘독거노인 지원기금’에 지정 기탁하고 있는 김씨는 “1% 기부를 하기 전까지는 내 한 입 먹고사는 것이 힘들고 지겨웠지만, 지금은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게 됐다”고 말하며 총총히 사라졌다.

마더 테레사의 헌신적인 봉사활동에서 유래된 ‘테레사 효과’란 말은 선한 행동이 전염병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되는 효과를 뜻한다. 언제라도 이 재단을 방문해보면 이 같은 테레사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부모 손 잡고 돼지저금통을 들고 오는 아이들,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 20만원 가운데 1%를 매달 기탁하겠다고 나선 극빈층 아주머니, 이런 얘기를 전해 듣고 ‘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고 결심한 젊은 상인과 대기업 임직원에 이르기까지…. 나눔이 나눔을 낳고, 다시 그 나눔이 다른 행복한 나눔 중독으로 이어지는 기부의 도미노 효과가 지금 한창 진행되고 있다.

소박한 대중의 풀뿌리, 기부문화 정착

언제부터인지 대기업이 중심이 되어 억대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언론사에 전달했던 연말 풍경이 사라지고, 소박한 대중의 풀뿌리 기부문화가 정착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같은 행복한 ‘전염병’의 도화선이 된 계기를 2000년 8월, 인권변호사와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박원순 변호사(49·현재 미국 스탠퍼드 대학 교환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재단’(이사장 박상증)에서 찾고 있다.



아름다운 재단의 공익기금은 현재 2만여명의 1% 나눔 기부자들이 모은 47억원의 소액 기부금과 기업이 출연한 액수까지 합하면 약 200억원에 달하는 알찬 규모로 성장했다. 여기서 생긴 수익금은 쪼개져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수많은 이들에게 전달된다. 기부활동이 연말에만 의미를 갖는 특별한 일이 아닌 소액 다수의 대중이 중심이 되는 생활ㆍ문화운동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풀뿌리 운동은 여타 복지단체로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자발성에 기초하지 않은 기부는 어차피 세금과 같은 강제성을 띠기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시적으로 돈을 모아 사용하는 ‘구제’의 개념이 아닌, 마음을 열어젖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아름다운 재단 유창주 사무국장)

아름다운 재단이 다른 복지 단체와 구별되는 뚜렷한 특징이라면 “기부 참여자가 기부 분야나 활용 방향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과거 극빈층이나 난치병 환자 등 직접적인 수혜 대상을 부각시키며 모금에 활용했던 방식도 과감하게 탈피했다. 이경현 모금팀장은 “수혜자를 내세워 모금하는 방식이 아닌, 뜻이 통하는 대중의 기부금을 모금하는 선진국형 기부문화 재단을 성공시키고 싶었다”며 “소액 기부자 수를 늘리고 나눔 문화를 확대해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목표는 65개에 달하는 각종 소액 기금의 성립과 운영에서 확인된다.

1% 나눔의 혁명 세상 바꾸는 ‘밀알’

어느 ‘1% 나눔’ 기부 회원이 적어놓은 쪽지를 아름다운 재단 간사가 살펴보고 있다.

지방의 아동생활시설에서 자란 성훈이(19)는 최근 아름다운 재단의 ‘보육시설 퇴소자 및 소년소녀가장 대학등록금(김군자 할머니 기금)’의 장학금을 받았다. 성훈이는 “객지에서 한 학기에 2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마련하고 생계까지 꾸린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며 학교를 휴학하고 생업 전선에 뛰어들 준비를 했지만 예상치 못한 학업의 기회를 제공받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기금을 처음 구상한 이는 바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 할머니(80)다. 평소 “못 배운 게 한이다”고 말해왔던 김 할머니는 아름다운 재단 출범과 함께 교육사업에 쓰라며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5000만원을 기부하고 나섰다. 그는 아름다운 재단의 ‘맞춤형 모금’의 첫발을 내딛은 주인공으로 기록됐다. 현재 김 할머니의 취지에 공감한 ㈜웹이엔지코리아와 다수의 1% 나눔 회원들이 모금을 지속한 결과, 4년이 지난 지금에는 13억5000만원에 달하는 기금으로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여성 아동 교육 문화 등 14개 분야 65개 세부 기금으로 나뉜 이 기금들은 ‘씨앗 돈을 제공한 기금 출연자’들과 이들이 제시한 목표에 공감한 1% 기부자들로 구성된다. 이른바 국내에도 ‘맞춤형 기금’의 토대가 갖춰진 셈이다.

2004년 12월20일 별세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의 저자 전우익 선생 또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의 책 판매 수익금은 모두 아름다운 재단의 공익사업에 들어오고 있다. 고 전 선생의 저서에 대한 모든 수익과 소액 기부자들의 모금은 현재 4억5000만원으로 성장했고, 꾸준히 ‘소외계층 도서지원사업’에 알차게 쓰이고 있는 것.

1% 나눔의 혁명 세상 바꾸는 ‘밀알’

최근 1% 기부자 수는 2만명을 넘어섰다.

약 200억원 규모 … 65개 세부 기금으로 전달

또한 국내 최다승 프로야구 선수인 ‘한화’의 송진우 선수(38)와 ‘대장금’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탤런트 이영애씨(33)는 ‘장애 아동 및 청소년의 의족의수’ 지원 목표로 기금을 모아 냈다. 이 같은 다양한 기금은 지금도 꾸준히 확대되어 다수의 소액 기부자들을 봉사활동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불씨가 되고 있다. 또한 ‘1% 나눔’ 운동은 예상치 못한 분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자신의 연금 혹은 금연에 따른 수입, 심지어 결혼이나 상가 축·조의금 혹은 자신의 노동력의 1%를 공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이들이 점차 늘기 시작한 것. 이 같은 움직임은 ‘주제가 있는 1% 기부운동’이란 이름이 붙은 새로운 기부운동의 활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름다운 재단은 아예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드는 제도와 환경 개선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2004년 1월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간 변호사들의 모임인 ‘공감’(25쪽 상자기사 참조)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공감’의 정정훈 변호사(33)는 “국내 최초의 공익 로펌 역시 이 같은 활동을 원하고 지지하는 수많은 기부자들의 성원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다”며 “공익 로펌의 속성에 걸맞게 더 낮은 곳에 찾아가는 용기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1% 나눔의 혁명 세상 바꾸는 ‘밀알’

2004년 8월19일 교보생명이 아름다운 재단 박원순 상임이사 (왼쪽)에게 ‘미숙아 지원사업’에 앞으로 5년간 30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약정을 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풀뿌리 기부운동’은 점차 기부문화의 큰 줄기를 차지고 있는 기업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과거 큰 액수를 한꺼번에 지원한 뒤 사후관리에 별 관심이 없었던 모습에서 벗어나 명확하게 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기금 조성에 발벗고 나서는 선진국형 기부 모델로 전환한 것.

‘나눔 교육·유산의 1% 나눔 문화’ 확산 목표

해태제과는 ‘소원 우체통’이란 제도를 마련해 제품의 수익에서 거두는 일정액을 적립하여 소외계층 아이들의 작은 꿈을 하나씩 해결해주기 시작했다. 현대모비스는 ‘교통사교 유자녀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했고, 화장품 그룹인 태평양은 50억원을 기부하여 모자(母子) 가정의 생계를 돕기 위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박원순 변호사는 평소 “책임 있는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나눔 문화’만큼은 여러 가지 문화적ㆍ제도적 미비로 인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사회에 많은 돈을 환원하는 기업이 이미지가 좋아지고 경제적으로 성공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고, 또한 기부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방향으로 세제가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점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재단의 목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나눔 문화의 확산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에 들어갔다. 어린이들과 부모들을 위한 ‘나눔 교육’과 ‘유산의 1% 나눔 문화’의 정착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같은 ‘1% 나눔’ 운동의 결정체는 1% 유산나눔 운동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현재는 자기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앞으로는 사회에 더 많은 것을 기부하는 문화로 바뀌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박원순 변호사)

2005년 아름다운 재단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어졌다. 기금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갈수록 낮아지는 이자율 때문에 늘어난 살림과 복지요청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 것. 그러나 끊임없이 사무실을 찾아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들을 보며 서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내지 않을 수 없게 된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어려워도 희망을 갖고 모두가 조금씩만 힘을 모은다면 나눔의 나무가 성장하고 열매가 늘어나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아파트 경비원 황학성)

“아름다운 1% 나눔의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전체에 1% 나눔이 그득하게 되도록 미력한 힘을 보태지요.”(남호식당 이호광)

● 아름다운 재단

●웹사이트: www.beutifulfund.org

●전화: 02-766-1004

●팩스: 02-3675-1230

●주소: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6-14 (110-260)

●기부 계좌: 162-910001-0737(하나은행)








주간동아 2005.01.04 467호 (p24~26)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