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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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과 주접 … 코미디와 신파의 만남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11-12 18: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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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풍과 주접 … 코미디와 신파의 만남
    여수의 한 초등학교에서 독신인 여자 교사와 5학년짜리 제자가 새로 부임한 미술선생을 두고 쟁탈전을 벌인다. 다소 과격하고 말도 안 되는 설정처럼 보이지만, ‘여선생 vs 여제자’는 생각만큼 그렇게까지 과격하거나 허풍스런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관객들이 겁먹을 만큼 노골적으로 사회 규범에 도전장을 내밀지도, ‘스승의 은혜’ 노래가사로 표현되는 감상적인 대한민국 군사부일체의 이미지를 깨지도 않는다.

    오히려 ‘어린 신부’가 자극적이라면 더 자극적이고, 위험하다면 더 위험하다. 그렇다고 ‘어린 신부’가 더 좋은 영화라는 논리는 아니지만.

    ‘여선생 vs 여제자’는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영화의 진짜 소재는 스승과 제자가 벌이는 남자 쟁탈전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위태로운 단계에 서 있는 30대 직업여성의 불안한 심리상태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못 회전’에서 고용주에게 반한 가정교사가 학생들이 사악한 귀신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굳게 믿는 것처럼, 시골 학교에 박혀 미래도 없는 삶을 보내는 게 진저리 나 서울 진출을 모색하는 영화의 주인공 여미옥도 새로 전학 온 학생 고미남이 자기가 짝사랑하는 미술선생 권상민에게 반해 꼬리치고 있다고 믿어버린다.

    그 결과 둘 사이에 심각한 신경전이 벌어지지만, 예고편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기본적으로 영화의 삼각관계 경쟁은 여미옥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거대한 착각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과장되어 있고 뻔뻔스러운 스테레오타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여미옥의 심리상태를 짜맞추는 영화의 논리는 비교적 이치에 맞고 의미도 있는 편이다.

    대부분의 충무로 코미디가 그렇듯, 영화 초반의 과장된 코미디는 중반 이후 눈물 짜는 신파로 빠져버린다. 중반까지 자극적이고 과장되어 보였던 당돌한 초등학생 고미남의 행동은 몇 차례의 국면 전환을 거친 뒤 거의 완벽하게 상식선 안에서 정리되고, 영화는 전형적인 스승의 은혜 이야기로 흘러버린다.

    영화가 아무리 여미옥의 단점을 강조하고, 중간에 나오는 ‘스승의 은혜’ 노래로 장난을 쳐도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난 것 같지는 않다.

    감독인 장규성의 전작 ‘선생 김봉두’와 마찬가지로 ‘여선생 vs 여제자’는 결코 모범적이라고 할 수 없는 초등학교 선생과 그 영향 아래서 자라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전작의 차승원이 그랬던 것처럼 염정아도 감추는 구석이 전혀 없는 요란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인다. 과장되고 일차원적이긴 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접을 떠는 염정아의 모습은 첫 코미디 출연 영화답지 않게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제자 역의 이세영은 정통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영화가 염정아의 오버 액팅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균형추 노릇을 한다.



    Tips

    이세영 ‘범죄의 재구성’ ‘장화, 홍련’ 등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별명이 ‘황신혜’일 만큼 이목구비가 또렷하며, 거침없고 성숙한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다. 염정아에게 전혀 뒤지지 않는 연기를 보여주는 ‘아홉살 인생’에서도 삼각관계에 빠진 아이의 심리를 연기해 인기를 끌었다.




    영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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