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9

2004.11.11

日 지진 발생 전 괴구름 출현?

‘과학’도 예측 못한 ‘지진 전조설’ 무성 … 고양이 괴성·곤충 이상행동 등 소문 떠돌아

  • 도쿄=조헌주 특파원 hanscho@hanmai.net

    입력2004-11-04 17: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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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 자연은 재앙을 만들어 인간에게 공포를 안기고, 인간은 소문을 만든다. 세계 어디에서고 대지진이 일어난 뒤엔 무수한 잔해와 함께 무수한 소문이 남는다. 리히터 규모 6.8의 강력한 지진이 돌연 덮친 지진의 나라,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10월23일 발생한 지진의 피해가 컸던 니가타현 주에쓰 지방의 집단 피난처를 중심으로 ‘어쩐지 수상한 징조가 보였다’는 ‘지진 전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5년 고베 대지진에 비하면 이번 지진에 따른 사망자는 적은 편이다(표 참조). 그렇지만 진도 5를 넘는 여진이 끝없이 이어져 ‘이러다 더 큰 지진이 닥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과 피로 때문에 고령자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있다.

    이번 니가타 지진은 어떤 지진 전문연구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일본 정부가 거액을 들여 전국 곳곳에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각종 설비를 설치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고베 대지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과학’이란 이름 아래 쏟아부은 돈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지진 전조설은 특히 지진 충격으로 집이 무너졌거나 산사태를 우려해 집을 떠난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 시민회관, 학교 운동장 등지에서 무성하다. ‘지진 발생 직전 회오리바람 줄기처럼 옆으로 길게 누운 구름이 하늘에 나타났는데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와 살아남았다’는 소문이 가장 많다. 이 말을 들었다는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느냐”고 캐물으면 대개는 “당시 피난하느라 경황이 없어 한 귀로 듣고 흘렸다”고 우물거리고 만다.

    “홍백색 이상한 구름 보았다더라”



    그럼에도 소문은 꼬리를 물고 번져 이미 ‘지진 직전 괴구름 출현설’은 거의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나가오카역 부근에서 청과점을 하는 60대 여성도 이상한 구름 출현설을 지지했다.

    “이웃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상한 구름을 보았대요. 홋카이도에 사는 딸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전에 홋카이도에 큰 지진이 났을 때도 하늘에 이상한 구름이 나타났었다고. 일직선으로 옆으로 누운 홍백색의 구름으로 석양과는 전혀 달랐다고 해요.”

    하지만 또 다른 60대 여성은 이런 말을 부인했다.

    “지진 발생 전의 하늘 상태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진이 일어난 뒤 하늘은 선명하게 기억한다.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고, 별들이 빛나고 있었다. 아래 세상에서 일어난 비극을 못 본 척하고 저토록 아름답게 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밖에 주민 사이에서는 “지진 직전에 고양이가 여태껏 한 번도 듣지 못한 야릇한 소리로 울더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지진 전조설에 대한 반응은 거주지마다 조금씩 다르다. 산간 거주자는 ‘맞다’는 쪽이 많은 반면, 도심부 거주자는 ‘엉터리’라는 쪽이 많다.

    도심부에 사는 한 노인의 말이다.

    “옛날에는 지진이 나기 전 우물물이 말라붙었다거나 새가 이상하게 울었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요즘 도시에 우물물이 어디 있고, 새가 어디 있느냐. 큰 지진이 나니까 나도는 소문일 뿐이다.”

    日 지진 발생 전 괴구름 출현?
    전파로 지진 예측 위한 연구 모임도 생겨

    나가오카시에는 버마재비가 집을 짓는 위치를 보고 그해 적설량을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사마귀 도사’가 있다. 작은 회사를 경영하는 사카이 요키오씨(69)다. 니가타현에는 지진 관련 지도에 실려 있지 않은, 즉 아직 파악되지 않은 작은 단층지대가 있는데 이 단층 주변에 올해 버마재비와 고치를 짓는 벌레 종류가 다른 곳에 비해 유난히 많이 집을 지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지진 발생을 미리 알 수 없을까. 사전에 알 수 만 있다면 지진을 막을 수는 없다 해도 인적, 물적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 이런 생각에서 일본 정부는 1969년 국토지리원장의 개인 자문기구로 지진 관련 연구기관과 대학 전공자 등의 위원들로 지진예측위원회를 구성했다. 예측기술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들의 활동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나 고베 대지진이나 이번 니가타 주에쓰 지진 같은 대규모 재해가 발생하면 전문가 사이에서도 비관론이 고개를 들게 마련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지진이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아마추어들의 활동공간이 생겨난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서서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가진 아마추어들은 때로 그룹을 만들어 함께 활동한다.

    이를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사실 과학발달사를 보면 사이비 취급을 당하던 아마추어 연구가들이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경우도 적지 않다. 가령 유전학의 원조로 일컬어지는 멘델이나 전자법칙으로 유명한 패러데이 등도 처음에는 당대 해당 분야 전문가들한테 “대체 뭐 하는 거냐”는 말을 들었다. 기존 ‘정통’ 학설에만 매달려 있는 한 자유로운 발상은 불가능하다.

    지진 직전 발생하는 ‘이상한 전파’의 존재를 믿고 규명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아마추어 지진연구가인 지바현립 고도쿠고교의 후쿠시마 쓰요시 교사는 이렇게 말한다.

    “나도 대학에서 지진에 대해 배운 사람으로서 지진 예측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는 96년 이후 인터넷 홈페이지에 지진 직전에 발생하는 괴전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고베 대지진 발생 직전 라디오 방송을 차단할 정도의 전파(잡음)가 있었다는 진원지 주변 주민들의 발언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 연구 착수의 동기였다.

    연구를 시작하고 보니 대지진 발생 전 비슷한 전자파를 느꼈다는 증언이 의외로 많았다. 그는 이 특이한 전파의 실체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다면 지진 예측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확신을 갖고 있다. 고교생들과 ‘자연과학부’라는 연구클럽을 만들어 활동중인데 공모한 일반인 회원도 이들의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방송국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49.5MHz의 전파를 이용한다. 2003년 8월8일 지바현 북서부를 진원으로 하는 리히터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이들은 성과를 올렸다. 지진 발생 약 100시간 전에 이상한 전파를 관측하고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던 것.

    ‘야쓰카다케’산 남쪽 천문대에서 근무하는 쿠시다 요시오씨도 이상전파를 관측함으로써 지진을 예측해보자는 생각을 갖고 활동중이다.

    쿠시다씨는 FM 방송국의 전파를 사용하는 관측방법을 쓰고 있다. 그는 원래 천체관측광으로 85년 아예 산 부근으로 이사를 했고 이어 천문대 시설도 갖추었다. 93년경부터 별똥의 출현을 기록하기 위해 흐린 날이나 비오는 날에도 FM전파에 의한 관측을 개시했다.

    올해 7월경 그의 전파기록계에 이상한 그래프가 그려지기 시작했고 8월20일에는 더욱 괴이한 형태의 전파가 기록됐다. 그는 이 시점에서 10월30일~11월6일에 니가타에서 도야마현에 걸친 일본 서북부 해안 일대에 지진이 일어날 것을 경고했다. 그는 “정부가 이 같은 전파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진을 미리 알아내려는 이들 아마추어의 도전은 가혹한 ‘신의 장난’인 지진이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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