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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한다면 한다? … 테러 공포 스멀스멀

9·11 테러 창시자 KSM 95년 한국 정찰 … 알 카에다 위협 실제 공격은 8월·11월, 규칙적 양상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한다면 한다? … 테러 공포 스멀스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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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테러 창시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KSM)는 왜 한국을 정찰하고 돌아갔을까. KSM는 미 정보당국이 9·11 테러의 창시자로 지목한 인물이다. KSM은 1993년 세계무역센터 폭파 사건을 주도한 조카 람지 요세프와 함께 94년 12개 미국 민항기를 태평양 상공에서 폭파한다는 ‘보진카 계획’을 수립했다. 94년 숙질(叔姪)은 필리핀 마닐라의 한 아파트에 머물면서 비행기 폭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과 타이머 등을 구입한 뒤 홍콩과 한국에서 이륙하는 항공편을 조사했다. 태평양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항공편을 테러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차근차근 테러 계획을 실현해나가던 KSM은 95년 1월 실수를 저지른다. 폭파 실험을 하다 화재를 일으킨 것. 소방서와 경찰이 출동했을 때 그는 이미 도주한 상태였다. 화재에도 불구하고 소실되지 않은 그의 PC엔 보진카 계획 일체가 담긴 문서가 보관돼 있었다.

KSM은 지난해 3월 파키스탄에서 휴대전화 추적에 걸려 체포됐다. CIA(미 중앙정보국)는 그를 이른바 ‘강화된 신문 기법’으로 조사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강화된 신문 기법’은 △욕조에 얼굴 밀어넣기 △조명과 소음으로 스트레스 주기 △수면 방해 등이다.

항공보안 실태파악 10시간 체류

CIA의 ‘강압적 신문’을 견디다 못한 KSM은 결국 범행 전말을 자백했다. 미국 9·11 진상조사위는 “KSM의 초기 구상은 9·11보다 더 참혹했다”고 밝힌다. 그는 알 카에다 지도부에 12대의 비행기를 납치해 백악관은 물론이고 국방부, 의회, FBI(미 연방수사국), 중앙정보국, 핵발전소, 동서부의 최고층 건물에 대한 동시다발 테러를 제안했다. 계획의 핵심은 그가 직접 납치할 예정이던 여객기에 있었다. 그는 CIA 조사에서 “일단 남자 승객은 모두 죽이고 미국에 착륙한다. 착륙 후 미국의 중동정책을 비난하는 연설을 한 뒤 여성과 어린이들을 풀어준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털어놨다.



KSM은 아시아에서 태평양을 횡단하는 미국 여객기를 납치, 공중 폭발하는 ‘보진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사전 답사까지 마쳤지만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실현 가능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면서 아시아 쪽 작전, 즉 방콕·서울 홍콩·마닐라발 항공기를 태평양 상공에서 납치한다는 구상은 취소됐다. 그는 비행기를 납치해 폭파한다는 계획 외에 일본과 싱가포르, 한국의 미국 시설에 충돌시키는 계획을 대안으로 검토하기도 했다. 서울발 비행기와 한국의 미국 시설이 테러 대상이 될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위기가 소리 소문 없이 지나간 것이다.

전대미문의 9·11 테러의 주춧돌을 놓은 KSM은 놀랍게도 한국을 다녀간 적이 있다. 정찰 목적으로 서울에 10시간가량 머물렀다는 것. 열린우리당 최성 의원에 따르면 KSM은 95년 한국의 항공보안 실태파악을 위해서 필리핀 마닐라발 서울행 항공기에 탑승했다. 9·11 테러의 창시자가 한국을 정찰하고 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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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의 공격목표(문서,비디오, 오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서 공격 목표로 언급한 내용)

한국 직접 공격 목표 명시 충격

KSM은 서울 김포공항에서 10시간가량 머문 뒤 출국했다고 한다. 9·11 테러의 창시자가 김포공항에 다녀간 것은 국내 정보기관도 확인한 내용이라는 게 알 카에다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온 최의원 측의 설명이다. 최의원은 95년 이후 알 카에다 요원들이 끊임없이 한국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는 등 이라크 파병 이전부터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한 흐름이 있었다고 말한다.

KSM의 서울 잠입에서 미뤄볼 수 있듯 한국은 실제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을 뿐 과거에도 결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게다가 알 카에다가 한국을 명시해 공격 목표로 지목하면서 테러는 더 이상 가능성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가 상대적 다수의 국민 의사와는 달리 국익에 관한 종합적인 고려를 통해 파병을 결정함으로써 본격적인 테러와의 전쟁을 불러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한 테러 시나리오로 크게 3가지를 지목한다. 첫째로는 이라크에 주둔 중인 자이툰부대에 대한 테러. 둘째는 이슬람 지역에 진출한 기업과 교민들에 대한 테러. 셋째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한국 본토에 대한 알 카에다의 직접적 테러 공격이다.

알 카에다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는 최근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가 보도한 메시지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면서 공격 목표로 명시해 충격을 줬다(CIA는 알 자와히리의 목소리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알 카에다의 협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을 특정하지 않았을 뿐 “미국을 지원하는 국가와 국민에 대해 공격하겠다”는 알 카에다의 메시지는 이전에도 있었다. 알 카에다와의 직접적 관련 여부는 단정할 수 없지만 중동지역을 운항하는 한국 선박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제기돼 해운업계에 비상이 걸린 일도 있다.

정부도 알 자와히리가 공격 대상 국가로 한국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간단히 넘기기 어려운 사태라고 인식하고 있다. 군과 경찰, 외교통상부, 법무부 등이 긴급 테러 경계령을 발동하고 테러 대비 태세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알 자와히리는 사실상 알 카에다의 지휘자로 평가된다. 명목상으로는 빈 라덴에 이은 2인자지만 미 정보당국은 알 자와히리가 조직을 총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빈 라덴을 게릴라에서 테러리스트로 거듭나게 한 알 카에다의 이념적 스승이며, 98년 발생한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파사건의 배후이자 9·11 테러를 기획한 장본인. 또 알 지하드를 이끌며 81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암살 사건을 뒤에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기도 하다.

정황 증거 등을 종합해보면 알 카에다의 한국에 대한 테러 징후는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테러리스트들이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 9·11 테러 이후 한국 공항에서 적발돼 강제 출국된 국제 테러리스트 혐의자는 20명에 이른다. 최의원은 95년 이후 다수의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한국에 잠입했다고 밝혔다(상자기사 참조). 한국테러리즘연구소도 “알 카에다와 깊숙이 연결된 아브사에프 그룹과 제마 이슬라미아 등 두 조직이 이미 한국에 전초기지를 두고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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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의 전술(해당전술을 언급한 횟수)

주목할 만한 사실은 미디어를 통한 알 카에다의 협박과 실제 공격이 밀접한 상관관계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미 보안회사 인텔센터는 1998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이뤄진 알 카에다의 위협과 테러의 상관관계 분석에 따르면, 협박 메시지가 증가한 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실제로 테러 공격이 이뤄지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표1 참조). 특히 9·11 이후엔 위협 증가→테러 공격→위협 증가→테러 공격으로 이어지는 양태가 더욱 규칙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향한 알 자와히리의 위협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테러리스트 한국에 있을 수도

알 카에다의 협박 대상은 주로 군사(군인)와금융 시설, 그리고 민간인이다(표3 참조). 알 카에다의 공격은 또 9·11을 비롯해 8월에서 11월 사이에 집중되고 있다. 인텔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알 카에다가 주도한 테러의 71%가, 알 카에다와 하부조직이 함께 한 테러의 61%가 8월에서 11월 사이에 집중되고 있다(표2 참조). 따라서 알 카에다에 최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알 자와히리의 테러 협박은 한국을 향해 협박해오던 빈도수와 시기를 고려할 때 대단히 위협적이며 중대한 사안이라는 게 최의원의 분석이다.

문제는 알 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에 의해 이뤄지는 테러가 육ㆍ해ㆍ공을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는 점. 계획 단계에서 적발하지 못하면, 실행 단계에서는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스페인 열차 테러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저질러졌다는 게 정설이다. 금속탐지기에 잘 걸리지 않는 C4 폭약을 휴대전화 배터리와 알람을 이용해 터뜨렸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테러 전문가는 “솔직히 알 카에다가 한국인을 대상으로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나선다면 과연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알 카에다의 테러 대상은 광범위하다. 알 카에다 테러 매뉴얼은 주된 테러 대상(상자기사 참조)으로 적국 관광객, 대사관이나 경제센터, 항만, 방송시설을 꼽고 있다. 또 치명적 타깃은 아니지만 위락시설 및 부도덕한 곳도 공격 대상이라고 명시해놓았다. 앞서의 테러 전문가는 “한국 내에서 테러가 일어난다면 공항이나 항만 등 대형시설보다 공공 교통시설 등 상징적 의미가 큰 민간 시설을 상대로 테러가 이뤄질 가능성이 더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한국 본토에 대한 공격보다 중동지역 공관과 교민에 대한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9·11 테러 이전, 미국의 기간 시설인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펜타곤)에 알 카에다의 공격으로 3000여명이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테러 공격이 일어나리라고 여긴 사람은 거의 없었다. 9·11 테러범들은 범행 수년 전에 미국에 입국해 테러를 준비했다.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KSM이 한국에 다녀간 것처럼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한국에 이미 들어와 테러를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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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카에다 테러 빈도

테러방지시스템 다시 한번 살펴야

실제로 알 카에다 핵심 조직원이 한국에 머무른 사례도 있다. 알 카에다의 조직원이던 니자르 나와르는 97년 관광 목적으로 입국해 경기 고양시 소재 공장에 불법취업했다. 나와르는 같은 해 폭력 사건에 연루돼 서울지법에서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98년 3월 추방됐다. 정보당국은 2002년께 나와르가 알 카에다 요원이었다는 정보를 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와르는 2002년 4월 튀니지 제르바섬에서 발생한 유대교회당 자살폭탄테러 용의자다.

그렇다면 한국은 테러를 막을 ‘실력’을 가지고 있을까. 테러방지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경찰의 장갑차를 공항과 주요 외교시설에 배치하고, 군의 대(對)테러 특수부대까지 대기시키는 등 다각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정원이 관련 기관을 통제하는 컨트롤타워를 맡는 ‘정보공동체’ 추진이 제기되는가 하면, 인권단체가 반대하는 테러방지법의 조기 제정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 과연 알 카에다의 테러 위협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 알 자와히리 어록 ◀

“우리는 반드시 적의 땅으로 전쟁을

이동하여 우리 국가들에게 불을 지핀

자들의 손을 불태워야 한다.”(2001년 12월)

“젊은이들이 알라의 허가 아래

미국을 분쇄하고자 알라를 위해

죽기를 경쟁할 것이다.”(2002년 9월)

“무슬림이여, 결의를 모아 미국과 영국,

호주, 노르웨이 대사관과 이들 나라의

기업과 그 직원들을 공격하라.

그들의 발 밑을 불길로 뒤덮고 이들

범죄자를 조국에서 쫓아내라.”(2004년 5월)

“우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 호주, 혹은 폴란드 군대가

이집트와 아라비아반도, 예멘이나

알제리를 침공하기 전에 지금

오늘 반격을 시작해야 한다.”(2004년 10월)

▶ 알 카에다 테러 매뉴얼 ◀

사악한 정권들과 그들의 이슬람 정권의 교체를 전복하는 것. 추가 임무는 다음과 같다.

1. 적국 국토 시설물과 주변국들의 정보 취득

2. 군인 비밀요원 서류, 적국 인물 납치

3. 적국 인물과 관광객 저격

4. 적국에 잡혀 있는 형제 구출

5. 적국에 대항하도록 루머를 퍼뜨리며 성명서 제작

6. 치명적 타깃은 아니지만 위락시설, 부도덕한 곳,

최악의 장소 폭파 및 파괴

7. 대사관 경제센터 공격 폭파 및 파괴

8. 군사지역, 항공·항만, 국경지역 방송시설 폭파 및 파괴

*알 카에다 테러 매뉴얼은 1998년 케냐와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테러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아나스 알 리비의 영국 내 은신처에서 발견됐다.





주간동아 456호 (p36~40)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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