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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의상 … 원조는 ‘남성’

  • 최현숙/동덕여대 디자이대학 교수

화려한 의상 … 원조는 ‘남성’

화려한 의상 … 원조는 ‘남성’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성 구분이 사라진 현대 남성패션.

TV 드라마에서 불기 시작한 ‘꽃미남’ 바람이 CF업계를 석권하더니 이젠 웬만한 오락프로그램은 물론 거리 곳곳에서도, 예전 같으면 여성의 전유물이었을 화려한 색상이나 커다란 꽃무늬 프린트로 된 셔츠를 입은 젊은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은 앞다투어 남성용 라인업을 선보이고 기초 화장품뿐 아니라 파운데이션이 조금 들어간 색조 화장품류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여성인 필자조차도 귀찮아서 건너뛰기 일쑤인 마스카라를 빼놓지 않고 바르는가 하면, 미용실에서 정기적으로 손톱 및 손 관리를 받는 남자도 주변에 여럿 있을 정도다.

이렇다 보니 이러한 미소년 열풍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왜 이런 풍조가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심지어 개탄하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남성이 화려하게 치장하고 패셔너블한 옷을 입는 것이 결코 처음 등장한 사회현상은 아니다. 복식사학자 플뤼겔이 ‘남성의 위대한 포기(the Great Male Renunciation)’라고 지칭한 대로, 18세기 이전까지 서구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오히려 더 화려하고 장식적인 존재였다. 보석을 치렁치렁 매달고 형형색색의 자수와 레이스로 뒤덮인 의상에, 화려한 색의 스타킹과 심지어 하이힐까지 신은 화장하고 가발 쓴 영화 속 남성의 모습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18세기에 귀족정치의 쇠퇴와 부르주아 계급의 부상을 가져온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유럽에서 지금과 같은 슈트 형태의 수수하고 기능적인 남성복이 정착하게 된다.

자신이 유한계급이 아니라 직업을 가진 능력 있고 근면한 존재임을 부각시켜야 하는 남성들은 어쩔 수 없이 장식성과 화려함을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패션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또는 과시)은 이제 오로지 여성의 전유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공적, 사회적 기여의 기회를 박탈당한 여성들은 자신의 남편이 얼마나 능력 있고 돈 많은 사람인지를 극도로 장식적이고 정교하며 화려한 패션을 통해 표현했다.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은 자기 아버지의 부의 상징물인 동시에 결혼 시장에서 인기 있는 고가의 상품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더욱 경쟁적으로 패션으로 자신의 몸을 포장해야만 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패션=여성’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된 것이다.

화려한 의상 … 원조는 ‘남성’

활동에 방해가 될 정도로 장식적인 중세 남성복.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되면서 여기에 반기를 든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1,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징집된 남성을 대신해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의 수가 늘면서 여성들은 더욱 강해진다. 세계적으로 여성 지위의 향상은 패션에서 가장 먼저 가시적으로 나타났는데, ‘여성복의 남성화 경향’이 그것이다. 서구에서 여성이 공식석상에서 바지를 입어도 되는 일이 처음으로 일어난 것이 1960년대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Peacock Revolution’이라고 불리는, 공작의 수컷처럼 화려하고 튀는 남성패션 현상이 등장했다. 세계는 곧이어 유니섹스 열풍에 휩싸이고, 뒤에서 보면 여성인지 남성인지 도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긴 머리와 청바지, 격자무늬 셔츠 차림의 커플들이 거리를 누볐다.

최근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요체 가운데 하나인 ‘경계 허물기’가 남성과 여성 간의 성 경계선조차 완화해 놓았다. 이전의 남성적 태도나 외모에 대한 고수는 촌스러운 고집으로 치부된다.

아름다우면서도 강한 남성 ‘메트로 섹슈얼’이 화두가 된 지금, 패션 부티크나 미용실, 성형외과, 피부과, 비만클리닉 등에서 마주치는 남성들을 불편해하는 여성들이여. 패션의 역사에서 그들은 결코 새로운 종족이 아님을 기억하라!



주간동아 456호 (p89~89)

최현숙/동덕여대 디자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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