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6

..

일교차의 장난 가을독감 “콜록콜록”

때아닌 ‘반짝 추위’ 벌써 독감주의보 발령 … 최선의 치료는 ‘휴식’과 ‘안정’ 신체 저항력 키우기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4-10-14 16:5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일교차의 장난 가을독감 “콜록콜록”

    올해 독감 예방접종은 인플루엔자 형태가 딱 들어맞아 다른 해보다 예방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건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오던 정모씨(34). 몇 년 동안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던 그는 얼마 전 독감에 걸려 호되게 고생하고 있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는데 오한이 들고 코가 막히면서 잔기침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오후가 되자 기침이 잦아지고 열도 심하게 올랐다. 결국 정씨는 회사에서 조퇴하고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유행성 독감. 이후 며칠 동안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먹었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집안의 온도를 높이고 푹 자고 나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땀을 흘렸더니 오히려 다음날 아침에는 온몸에 힘이 없고 증상이 더 심해지기만 했다.

    최근 주변 곳곳에서 잦은 기침소리와 함께 정씨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독감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정씨처럼 평소 건강하다고 자부해오던 사람들마저 독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한둘이 아니다.

    환절기에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며 매해 반복돼온 일이다. 그러나 올해에는 갑작스레 찾아온 ‘반짝 추위’로 일교차가 무려 10℃ 넘게 벌어지면서 때이른 독감주의보가 내려졌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는 일종의 전염병. 일반적인 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강도가 매우 심하고 전염성이 강해 단시일에 전염되는 특징이 있다. 대개 전 인구의 10~20%가 감염되며, 심한 경우에는 약 40%까지도 걸린다.

    독감이 전염되는 경로는 매우 다양하다. 독감환자가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침방울이 튀어 전염될 수도 있고, 환자의 콧물 등이 닿은 물건을 통해 걸릴 수도 있다. 특히 버스나 전철, 백화점, 유치원, 학교처럼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쉽게 전염된다. 겨울철에 독감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추운 날씨 탓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실내에 모여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바이러스의 전염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39℃ 고열 근육통 땐 일단 의심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독감으로 진단될까? 일반적으로 고열과 기침이 나며 목이 아픈 증상과 함께 복통·설사 등의 위장장해, 근육통, 두통이 심하면 독감으로 의심할 수 있다. 독감에 걸리면 대개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콧물이 나면서 목이 아프고 눈이 충혈되면서 기침이 난다. 특히 다른 호흡기 바이러스에 비해 발열이 심해 보통 39℃ 이상의 고열이 나며 근육통이나 두통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보통 2~4일 뒤에는 열이 떨어지지만, 기침은 수주일간 지속될 수 있다.

    또한 독감은 고열에 의한 폐렴이나 중이염 등의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는데, 일반 감기에 비해 증상이 심하므로 독감이 의심된다면 곧바로 병원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호흡곤란이 있고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면 크루프(후두 부위의 염증)나 천식이 의심되는 경우다. 귀가 아프거나 귀에서 분비물이 나오면 중이염을 의심해봐야 하고, 눈 밑이나 광대뼈 부위를 눌러 통증이 느껴지면 부비동염(축농증)이 생긴 증거이므로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교차의 장난 가을독감 “콜록콜록”

    독감은 일반 감기와 달라 징후가 나타나면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독감은 공기나 오염된 물건과의 접촉에 의해 전염되기 때문에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책이다. 그러나 무균실에 살지 않는 한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를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때문에 독감에 대한 대비책으로 독감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해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일교차가 심해지는 9~10월 사이 독감 예방주사를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부터 권장하고 있는 선진국 기준의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50살 이상의 성인과 임신부 이외에도 생후 6개월부터 23개월 소아를 접종 권장 대상에 포함시켰다.

    독감 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해마다 주사를 맞아야 한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 교수는 “독감 예방주사는 어린아이나 노인뿐 아니라 심장질환이나 만성폐질환, 당뇨병, 신장질환, 신경근육 계통의 질환이 있는 환자, 아스피린 장기 복용자 등은 반드시 접종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건강한 성인도 아이나 노인과 함께 살고 있다면 되도록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다 하더라도 바로 면역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면역은 접종 뒤 적어도 2주가 지나 생기기 시작해 4주 뒤에 항체가 최고치에 도달, 약 3~6개월 지속한다. 따라서 9월, 10월에 접종해야만 유행 시기인 겨울 동안 면역력이 유지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독감 예방주사가 좋은 것은 아니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접종을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두드러기, 호흡기 증상, 쇼크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경우에는 절대 금물. 또한 현재 열이 나거나 급성질환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

    바이러스 변이 어린이·노약자는 매년 독감 예방주사 맞아야

    또 임신 중반기 이후의 임산부는 건강하더라도 독감에 걸릴 위험이 높다. 때문에 독감 유행 시기인 12월에서 3월 사이에 임신 중·후기가 되는 임산부는 접종을 받아야 한다.

    독감에 가장 좋은 치료법은 휴식과 안정이다. 삼육의명대학 식품과학과 민병우 교수는 “독감은 충분한 휴식과 더불어 신체의 저항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음식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며, “독감에 걸렸을 때 육류와 밀가루 등의 산성음식을 많이 섭취할 경우 금방 피곤해지기 때문에 되도록 피하는 게 좋고, 채소나 과일 등의 알칼리음식을 섭취해 신체의 저항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

    또 일단 열이 오르고 목이 아프면 잘 먹지 못하고 수분 손실이 많아져 탈수현상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물이나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는 오렌지 주스가 좋은데, 수분은 호흡기의 점막이 마르는 것을 막아주고 가래를 묽게 해준다.

    그러나 코가 많이 막히는 경우에는 따뜻한 차와 같은 음료가 도움이 된다. 또 실내의 온도와 습도를 적당히 유지해야 한다. 목이 많이 아프면 가습기가 도움이 되지만,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천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 교수/ 삼육의명대학 식품과학과 민병우 교수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