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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일의 IT와 정치경제

‘사이버 의병’의 시대는 오는가

‘사이버 의병’의 시대는 오는가

20세기 후반에 성장기를 보낸 30, 40대는 가수 민해경의 ‘서기 2000년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21세기의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었다.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의 말투를 흉내 낸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정말 ‘이게 뭡~니까?’ 필자도 가본 적 있는 뉴욕 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무너져내리고, 헌팅턴의 저서인 ‘문명의 충돌’을 재연하듯 세계경찰을 자임한 미국이 이슬람 국가들을 침략하는 등 글로벌시대 ‘신세계질서’는커녕 크고 작은 온갖 분쟁으로 세상 판은 아노미 혹은 아나키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문제도 심심치 않게 터져나온다. 아래로는 일본이 아직까지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주장하고, 동해를 ‘일본해’로 바꿔 부르기까지 한다.

위로는 중국이 고구려사를 왜곡하기 시작했다. 이 한·중 간 ‘역사전쟁’은 이미 2년 전부터 착실히 준비돼온 중국의 ‘동북공정’이라는 프로젝트성 음모로 밝혀지고 있다.

우리 국민들에겐 어리둥절한 급습이었다.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다는 기쁜 뉴스가 전해오는가 싶더니, 이제는 우리 역사가 여차하면 중국 역사로 편입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때문에 왜 그 옛날 삼국시대에 신라 대신 고구려가 통일을 하지 못했을까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하물며 ‘발해’의 역사는 보호될 수 있을까. ‘중국문화답사기’란 책으로 유명한 ‘위치우위’란 학자는 속편 ‘천년의 정원’에서 발해를 ‘번국(藩國)’이라 지칭하는데, 오랑캐 나라 ‘번국(蕃國)’이 아니라 제후의 나라란 뜻으로 당의 황제를 추종하다가 거란족에 초토화되는 슬픈 역사로 기술하고 있다. ‘발해’는 서태지의 노래 속에서만 꿈꾸고, 고구려사마저 희미해질 민족사적 위기인 것일까.

흥미로운 사실은 21세기 ‘역사전쟁’이 벌어지는 격전장이 이제는 사이버 영토라는 점이다.

실체가 드러난 ‘동북공정’ 사이트는 회원제 비공개로 문이 굳게 잠겼으며, 중국 외교부 사이트에선 관련 한국사가 아예 삭제됐다. 고구려사 문제에 강력 항의하던 국내 매체의 중국어 서비스는 접속 자체를 중국 측에서 차단했다고 한다.

한편 우리 네티즌들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한국 바로 알기 운동을 벌이는 ‘반크(VANK)’는 미 국무부 등 해외 20여개 사이트에서 고구려사 왜곡이 있음을 밝혔고, 여러 네티즌 동맹이 중국 공식사이트에 대한 서버 공격 등 ‘응징’에 나섰다.

사이버문화 특성상 적절한 조직행동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흥분 때문에 더 중요한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현상황을 때론 흥미롭게, 때론 강 건너 불 보듯 바라보는 국제 여론을 우리에 대한 지지로 이끌 만한 명확하고 명쾌한 역사적 논거와 논리를 펴는 일이다.

‘오심’은 인정돼도 ‘판정’은 바뀌지 않는 냉혹한 국제관계 논리를 올림픽에서조차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사이버 고구려사 논쟁을 ‘체조’가 아니라 ‘양궁’으로 만들려면 냉정해야 한다.

최영일 / 디지털경제칼럼니스트 woody01@lycos.co.kr



주간동아 452호 (p6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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