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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요금 인하 웬 생색이냐

무난한(?)수준 시민단체·통신업계 모두 불만 … ‘정부 맘대로’ 시장 개입 이대로 좋은가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휴대전화 요금 인하 웬 생색이냐

휴대전화 요금 인하 웬 생색이냐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 뒤 이동통신 요금인하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진대제 정통부 장관(왼쪽 사진 맨 왼쪽).

물가 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것저것 “올랐다”는 얘기뿐인 가운데, 그나마 8월13일 정보통신부(이하 정통부)가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한다”는 발표를 했다. 매월 기본료 1000원,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3.7%를 인하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를 ‘소비자의, 소비자를 위한, 소비자에 의한’ 요금 조정이라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소비자’란 단어 대신 ‘시장’ 혹은 ‘통신업계’란 단어를 집어넣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늘 그래왔듯 이번 요금 조정 역시 ‘당-정의, 당-정을 위한, 당-정에 의한’ 것이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조금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열린우리당과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의 거듭된 요구, 이를 최대한 방어해 후발사업자인 LG텔레콤(이하 LGT)의 손실과 정보통신산업 투자 위축을 최소화하려 한 정통부의 계산. 이 둘이 어우러져 가장 ‘무난한’ 수준의 요금 인하율이 결정된 것이다.

이런 만큼 시민단체 등에서 “겨우 그 정도로 생색이냐”는 질책이 쏟아져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SK텔레콤(이하 SKT), KTF, LGT 등 이동통신 3사 또한 “이동통신 요금이 무슨 공공요금이냐, 왜 민간사업자인 우리를 쥐어짜 물가 안정을 도모하려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물가 안정과 업계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그 수혜자여야 할 국민과 이동통신 3사로부터 오히려 공격받게 된 형국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왜 이동통신 요금 조정과 관련해서는 늘 논란과 비난, 불편한 뒷말이 끊이지 않는 걸까.

소비자물가지수 4.79% 차지

이동통신 요금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4.79%로 전세가, 월세가, 미곡가, 유가 다음이다. 이중 정부가 직접 조절 가능한 것이 유가와 이동통신료다. 가장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은 유가. 가격의 약 63%가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경부는 “세금을 깎아주면 소비자 혜택은 미미한 반면, 정유회사 이익만 키워주게 된다. 무엇보다 리터당 10원씩만 내려도 한 달 500억원의 세금이 날아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통신업계 인사는 “그러면서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행위 조사 등을 통해 정유사 이익을 줄이라는 압력만 줄기차게 행사하고 있다. 세금 줄어드는 것은 아프고, 민간 사업자인 이동통신사 매출을 임의로 낮추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냐”고 비난했다.

실제로 요금 인하로 인한 사업자 수익 감소는 만만치 않은 액수다. 이번 조치로 인해 SKT는 2225억원, KTF는 1350억원, LGT는 660억원의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웬 생색이냐

이동전화료 인하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 회원들.

이렇게 정부가 그야말로 ‘민간 사업자’인 통신사들의 요금 책정을 사실상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이동통신 요금제도의 특수성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유·무선 선발사업자인 SKT와 KT의 요금 결정은 ‘인가제’이고 후발 사업자들은 ‘신고제’이다. 원칙대로라면 SKT가 먼저 정통부에 요금인하 승인요청을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번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실제로는 정통부가 “얼마로 하라”고 ‘통보’하면 SKT와 후발 사업자들이 시차를 두고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돼왔다. SKT 요금이 내려가면 후발 사업자들 또한 요금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한편으로는 정통부의 ‘뜻’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비슷한 비율로 요금을 낮춰온 것이 대체적 관행이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정통부는 요금 인하안을 발표하며 3사 모두 3.7% 인하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기류가 심상치 않다. LGT가 “요금을 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속내를 여러 경로를 통해 밖으로 흘리고 있기 때문이다. LGT 측은 “상반기만 526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상태에서 쉽게 요금을 내릴 수 있겠느냐”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료통화 제공 등 사실상 요금 인하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딴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도 했다. 이렇게 되면 정통부의 “3사 모두 기본요금을 내릴 것”이라는 공언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고 만다.

휴대전화 요금 인하 웬 생색이냐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더 싼 이동통신’을 제공하려는 사업자들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기만 하다.

LGT는 지난해 SKT와 KTF가 발신자번호표시 요금을 인하할 때도 차일피일 하다 거부한 적이 있다.

이를 전하자 정통부 측은 “그 말 한 사람이 누구냐”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미 다 된 얘긴데 이제 와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하지만 정통부로서도 LGT가 “내릴 수 없다”고 버티면 직접적으로 강제할 방법은 없다. 규제 기관인 만큼 우회적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포기 내지 유보할 가능성이 있다.

LGT가 적정한 수익을 내는 것은 정통부에도 중요하다. 3개 사업자에 이동통신 사업권을 내준 것이 정통부다. 양승택 전 장관 시절부터는 아예 유·무선 합쳐 통신 3강 구도 구축을 지상 과제처럼 강조해왔다. 선발 사업자인 SKT에 불이익을 주고, KTF·LGT에 이익을 돌려주는 이른바 ‘비대칭 규제’를 강화해온 것도 이 3강 구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요금 인하와 관련해서 정통부가 가장 고심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크게 보아서는 이동통신 3사의 수익 감소가 IT839(정통부가 설정한 성장전략방향, 핵심은 8대 서비스·3대 인프라·9대 성장동력)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 하겠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어떻게 후발사업자, 특히 LGT의 손실을 보전해줄까 하는 점이었다.

“시장 성숙 현실 맞게 제도 정비를”

이와 관련해 정통부는 내심 ‘믿는 구석’이 있었다. 요금 인하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정통부 김동수 정보통신진흥국장은 “접속료 조정을 통해 SKT에서 줄어든 2600억원가량이 후발사업자에 돌아갔다. 이를 요금인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접속료란 서로 다른 통신업체 가입자 간 통화 때 발신자 가입업체가 다른 사업자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2년에 한 번씩 조정하는데, 이를 통해 LGT·KTF·KT에 지불하는 SKT의 접속료는 해마다 증가해왔다. 올해 조정으로 SKT는 KT에 1500억원, LGT에 520억원, KTF에 370억원을 더 지불하게 됐다. SKT 관점에서 보면 사실상 전체 통신료 인하의 대부분을 자사가 떠안는 식이 된 것이다.

물론 정통부가 요금 인하를 위해 접속료를 조정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그러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럼에도 LGT가 “요금 인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나오니 정통부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반면 SKT 관계자는 “LGT가 어떻게든 흑자를 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비대칭 규제가 얼마간이라도 느슨해질 것 아니냐”고 푸념하듯 말했다. 실제로 SKT는 접속료 조정, 요금 인하 등으로 인해 올해에만 3차례나 매출액을 하향 조정하는 사태를 맞았다. 이 가운데 SKT 경영 부진이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LG증권 정승교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요금 인하는 SKT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내다봤다. “향후 요금 인하 요구가 둔화될 것이며, 이로써 5월 SKT의 신세기통신 합병 인가조건 2년 연장조치 후 지속된 규제 리스크도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의견도 있다. 대우증권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정부는 SKT의 이익 증가 동기를 인정하지 않는 듯하다. 비대칭 규제는 계속될 것이며, SKT의 이익은 후발사업자와 유선사업자, 소비자, 장비업자 등에게로 지속적으로 이전될 것이다. SKT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조정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장 기능의 핵심인 요금 조정을 사실상 ‘정부 맘대로’ 하는 지금, 소비자들이 이동통신 시장의 자연스런 경쟁과 구조조정을 통한 이익을 맘껏 누리기는 쉽지 않아 뵌다. 후발 사업자들의 주장대로 SKT가 전체 시장의 50% 넘게 차지하고 있는 상황은 분명 우려스럽다. 통신산업의 특수성 또한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 해서 지속을 목표로 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격 조정과 산업 구조조정은 규제 기관의 감시와 정부의 현명한 정책 집행 하에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소비자를 위한 길이요 시장경제체제의 정석이다.

현재 우리나라 IT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이동통신산업이다. 정통부는 남다른 혜안으로 이를 견인해왔다. 이동전화 인구 3500만명 시대. 이제는 “시장이 성숙된 만큼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든가, 제도에 맞게 절차를 따라달라”는 업계 요구에 신중히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주간동아 450호 (p30~31)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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