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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민족사관고 인수 저울질

SK·삼성 등 기업 이미지 제고 차원서 관심 … 학교 측 요구조건 까다로워 득실 계산 중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재벌들, 민족사관고 인수 저울질

재벌들, 민족사관고 인수 저울질

민족사관학교 해외유학반의 수업 모습

영재학교, 결국 재벌 품에? 민족사관고등학교(이하 민사고)는 “사업으로 번 돈은 모두 교육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는 파스퇴르유업 최명재 창업자의 고집에 가까운 신념의 산물이다. 강원도의 유일한 자립형사립고인 민사고는 개교 8년 만에 과학고, 외국어고를 넘어서는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내로라하는 ‘공부벌레’들이 민사고 입학을 목표로 밤낮으로 책장을 넘긴다. 영재교육을 표방한 민사고가 이룬 성과는 눈부시다. 최고의 명문대 진학률을 자랑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1998년 해외유학반이 개설된 이래 지난해까지 40여명이 미국과 영국 유수 대학에 진학했다.

이런 민사고가 위기에 처했다. 파스퇴르유업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최근 한국야쿠르트에 매각되면서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해온 학교의 진로가 불투명해진 것. 짧은 시간 명문고로 도약한 것은 널리 알려진 대로 창업자의 각별한 관심과 파스퇴르유업의 자금 지원 덕이었다. 파스퇴르유업은 화의 기간 중에도 해마다 30억~40억원의 기부를 통해 학교 재정을 지원해왔다.

주요 자금줄이 사라지면서 ‘홀로서기’라는 고비를 맞이한 민사고재단(이사장 최경종)은 자구책을 강구하는 동시에 학교 운영을 맡아줄 곳을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부터 굴지의 사립대학과 몇몇 재벌그룹이 인수자로 거론된다.

재벌들, 민족사관고 인수 저울질

최명재 파스퇴르유업 창업자.

연세대는 적극적으로 인수 검토에 나섰다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할 기회라고 여기고 인수에 뛰어든 연세대는 득실을 꼼꼼히 따진 뒤 ‘인수하지 말자’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연세대가 ‘파스퇴르우유’의 경쟁상품인 ‘연세우유’를 생산하고 있다는 것도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민사고에 관심 있는 대기업들은 경쟁자가 줄어들게 됐다. 대기업들은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한 민사고 인수를 통해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오랫동안 장학사업을 벌여 유무형의 이득을 얻은 SK와 ‘이건희장학금’으로 이미지를 고양시킨 삼성이 대표적인 사례. 또 엘리트 졸업생들을 ‘우군’으로 만들고, 나아가 자사의 인재로 스카우트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민사고, 자립 목표로 한 자구책도 강구

대기업 가운데서 민사고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곳은 SK다.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상처 입은 그룹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SK가 실제로 인수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SK 한 관계자는 “이해득실에 대해 검토했다”면서 “민사고가 내건 요구조건이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SK보다 늦게 민사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SK 삼성 외에도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재벌들, 민족사관고 인수 저울질
한편 민사고는 자립을 목표로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학교법인의 특성상 규제와 제한이 많아 홀로서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학생 수를 키워 수입을 늘리자는 제안이 우선 나온다. 현재 280명인 학생 수를 학년당 정원인 150명씩을 모두 선발해 450명까지 늘린다는 것. 이밖에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 등을 열어 그 수익금을 학교 운영비에 보탤 수 있다. 1인당 390만원의 적지 않은 참가비에도 올 여름방학 영어캠프는 300명의 정원을 모두 채웠다.

그렇다면 1996년 30명의 첫 입학생으로 개교해 전원 기숙사 생활, 특성화 교육과정 등으로 주목받아온 민사고는 새로운 주인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독자생존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이에 대해 민사고 측은 “건학이념이 확고히 유지된다면 매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일 뿐 언론 접촉을 피하고 있다. 최경종 이사장은 “학교를 둘러싼 모든 이야기들이 수면 아래로 내려가야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서 기자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주간동아 2004.07.29 445호 (p36~36)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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