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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與 의원들 건교부 이관 ‘제기’ … 이시장 헛발질 만회할 ‘뒷배’마저 뺏길 위기?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멍박~~’. 이명박 서울시장이 새로 얻은 별명이다. ‘멍박’은 주요 검색엔진의 인기 키워드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엔 그에 대한 온갖 합성사진과 패러디가 난무한다. 교통시스템 개편 이후 벌어진 혼란과 ‘서울시 봉헌 발언’ ‘시민 탓 발언’ 등 이시장의 연이은 ‘헛발질’에 서울시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른다.

시민들이 꼬집는 이시장의 주요 정책은 잔디밭으로 둔갑한 서울광장, 청계천 복원과 버스중앙차선 도입 등으로 인한 교통체증, 대중교통 요금의 대폭 인상 등이다. 이들 정책은 방향은 옳았으되 구현이 잘못됐다는 평을 듣는다. 시민들을 분노케 한 교통시스템 개편의 경우 장기적으론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총선 앞두고 뉴타운 따내기 물밑전 치열

이시장이 내놓은 정책들은 대부분 시행 전부터 논란이 거셌던 터라 시민들과의 불협화음이 불가피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시장 취임 이후 정신없이 쏟아진 서울시의 정책 중 시민들을 크게 자극하지 않고 진행되는 게 하나 있다. 낙후된 서울 강북지역을 대상으로 한 ‘뉴타운 개발’이 그것이다. 강북 거주자들과 세입자를 제외한 재개발 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그렇다면 뉴타운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을까.

뉴타운 사업은 이시장의 정치 행보에서 전가의 보도 노릇을 해왔다. 지난해 11월 2차 뉴타운 입지 발표를 앞두고 서울 출신 여야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의 뉴타운 지정 여부에 조바심을 쳤다.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중진의원까지도 이시장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을 했을 정도. 총선에서 뉴타운으로 지정된 지역에 선거구가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뉴타운 이슈’를 선거운동에 힘껏 활용했음은 물론이다.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동대문을)이 탄핵 역풍을 뚫고 생환한 것은 뉴타운 사업 덕이었다는 분석이다. 20% 넘게 뒤처졌던 판세가 뉴타운 사업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뒤집어졌다는 것. 홍의원은 이시장의 지원에 힘입어 전농동, 답십리동에 뉴타운을 유치하는 데 일조했으며, 선거 때는 지역구에서 ‘전농동-답십리 뉴타운 유치’ ‘청량리 균형발전촉진지구 지정’ 등의 성과를 올렸다고 선전했다.

박근혜 의원을 “독재자의 딸”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킨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평을)도 뉴타운 사업의 덕을 봤다. 공교롭게도 홍의원과 이의원은 이시장과 매우 가깝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재오 진영(용산) 박진(종로) 정두언(서대문을) 의원 등 강북에서 당선된 의원 대부분이 뉴타운 특수를 누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시장은 뉴타운 사업으로 공을 들였던 강북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대거 낙선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한나라당 의원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에게도 뉴타운은 치적이 될 수 있는 매력 있는 사업이다. 참여정부 출범의 ‘1등 공신’ 중 한 명인 우리당 L 전 의원은 평소 친분이 두터운 이시장을 찾아 뉴타운과 관련해 ‘민원’을 넣었으나 균형발전촉진지구를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L 전 의원 측의 한 인사는 “뉴타운 사업은 이시장이 의원들 앞에서 목에 힘을 주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시장은 16대 국회 때 민주당 및 우리당 의원들과 각각 만나 강북개발 및 뉴타운사업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적이 있다. 당시 의원들은 마치 시혜를 주는 듯한 이시장의 생색내기에 거부감을 가지면서도 코앞으로 다가온 선거 때문에 오히려 이시장의 눈치를 보았다고 한다. 우리당 한 관계자는 “이시장이 뉴타운 지정을 놓고 의원들에게 생색내는 자리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시장은 최근 우리당 소속 서울지역 의원들과 상견례를 했다. 17대 의원들은 조금 달랐다. 형식적으로는 상견례 자리였지만 서울시의 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화제가 옮아갔다. 뉴타운 개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제기됐다고 한다. 전병헌 의원(동작갑)은 이 자리에서 “서울을 좁게 보지 말고 동서남북의 균형 발전을 생각해보라고 충고했다”고 했다.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이명박 시장을 꼬집는 패러디가 인기다.

“중앙정부 주도 아래 체계적으로 진행해야”

뉴타운 정책의 최대 수혜자인 강북을 지역구로 둔 우리당 의원들은 뉴타운 개발에 대해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이시장의 시혜성 생색내기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임채정 의원(노원병)은 “뉴타운도 큰 문제가 될 것 같다. 빈곤 소외층 주택을 개량해주는 것 같은데 생색내기”라고 했고, 우원식 의원(노원을)도 “재개발 정책을 짜집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올 10월께 뉴타운 10곳을 추가 지정할 예정이다. 기존에 선정된 자치구도 추가로 선정될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이시장으로선 의원들 앞에서 생색낼 수 있는 기회가 또 생긴 것.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장조사 및 지역균형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요건에 적합한 곳을 공정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시장의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 움직임이 감지된다.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은 우리당의 임채정 이화영(중랑갑) 오영식(강북갑) 노웅래(마포갑) 신계륜(성북을) 의원 등이 참여한 ‘서울 균형발전 국회의원 모임’.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은 서울시의 주요 정책에 조목조목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원들은 독자적으로 교통, 교육, 주거환경, 재정 분야에서 서울 발전방안을 만들 계획이다.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모임 일각에선 뉴타운 사업을 서울시에서 건설교통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가 벌이는 뉴타운 사업이 강·남북 균형 발전을 위해 이뤄지고 있는지 의심된다는 것. “입법을 거친 뒤 중앙정부 주도 아래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게 대안 중 하나다.

한 관계자는 “자료 수집 및 연구 작업을 거친 뒤 9월께부터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장이 뉴타운 사업을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다.

뉴타운 사업은 이시장의 향후 정치 행보의 ‘히든카드’ 중 하나다. 당초 구상대로 마무리될지는 미지수지만, 성공적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연이은 ‘헛발질’을 상쇄할 이시장의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정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은 역으로 뉴타운 사업의 힘을 암시하기도 한다. 어쨌든 겨우 첫 삽을 뜬 뉴타운 사업은 낙후된 강북 지역을 개발한다는 명목 아래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시끄럽게’ 진행될 것 같다.

이명박 ‘뉴타운 사업’ 제동 걸리나




주간동아 2004.07.29 445호 (p32~33)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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